137호 > 특집
창조컨설팅 : '창조적인' 노조 파괴 점점 더 진화하는 노조 파괴 매뉴얼
등록일 2016.06.09 00:02l최종 업데이트 2016.06.13 00:49l 이기우 기자(rna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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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컨설팅 : 2003년 1월 설립된 노무법인으로, 노사 관계에 대한 통상적 자문에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컨설팅 영업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함께 대구영남대의료원 등의 병원들을 주된 영업 대상으로 삼았으며 2012년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에 의해 그 전모가 밝혀졌다. 이후 심종두 대표와 김주목 전무는 공인 노무사 자격을 박탈당했으며 창조컨설팅 역시 노무법인 설립인가가 취소됐지만, 노조 파괴 컨설팅은 이를 모방한 여러 노무법인들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2012년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은수미 국회의원에 의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동조합 파괴 행위가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은수미 의원이 작성한 보고서 <노조파괴 컨설팅의 실체 그리고, 그 효과 :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프로>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상신브레이크, 발레오전장시스템(발레오만도), 유성기업에서 일어난 노조 파괴 행위의 배후에서 창조컨설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는 민주노총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 지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창조컨설팅은 공격적 컨설팅으로 여러 사업장에서의 노조 파괴를 주도했으며 그 대가로 기업들에게서 막대한 보수를 받았다. <서울대저널>에서는 발레오전장시스템과 유성기업의 사례를 통해 창조컨설팅의 자문과 그에 따른 노조 파괴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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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컨설팅 사업제안서 : 유성기업에 대한 창조컨설팅의 사업제안서.


Step 1. 직장폐쇄

  발레오전장시스템과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는 직장폐쇄로 시작됐다. 이는 사업자가 작업장을 폐쇄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에 대한 사업자의 대응 수단이다. 그러나 사측은 직장폐쇄를 통해 노동자들을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으로 몰아넣은 후 선별적으로 공장에 복귀시키거나, 어용 노동조합과의 차별대우 등을 통해 금속노조의 분열을 꾀했다.

  직장폐쇄를 위해서는 빌미가 필요했다. 두 기업은 공통적으로 기존 노조와의 단체 협약을 위반하거나 합의를 깨뜨려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를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작업장을 폐쇄해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발레오전장시스템은 2009년부터 경영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복지를 축소해오다 2010년 2월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사 발령을 단행하고 용역업체 직원을 현장에 배치했다. 노동조합이 단체 협약 위반에 대해 항의하고 쟁의 행위에 나서자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의 조합원 신시연 씨는“사측은 원청업체에 납품할 수개월 치의 부품을 사전에 준비했다”면서 노조 파괴가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것임을 강조했다. 유성기업에서는 2009년에 노사 간에 합의됐던 주간연속 2교대제 이행 약속을 2011년 사측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금속노조가 투쟁에 나서자 사측은 2011년 5월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이후 두 기업은 용역업체 직원들을 공장에 배치해 노동자들의 작업장 진입을 막고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했다. 이와 함께 사전에 분류했던 업무복귀 대상자들에게 공장 복귀를 설득해 금속노조의 분열을 꾀했다. 이를 창조컨설팅은 ‘조합원 합리화 방안’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조합원들의 수에서 비롯한 조합비에 기초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노조원 수 감소를 통한 노조의 무력화를 꾀한 것이다. 노조의 분열은 회사에 우호적인 관리자(키맨, key man)을 활용한 조합 탈퇴 공작을 통해 이뤄졌다. 창조컨설팅에서는 키맨을 ‘노조 활동에 미온적이며 노조 집행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동시에 과거 노조 활동에서 간부직 등을 역임했던 자’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승진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노동조합 탈퇴 공작을 실행하도록 하는 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이는 명백히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창조컨설팅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유성기업에서의 컨설팅 제안서에서 창조컨설팅은 ‘키맨 활용은 비공식적 방안으로서 부당노동행위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철저히 내부 보안자료로 분류할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방법은 실제로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들은 직장폐쇄로 인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렸으며, 기업은 이들 중 노조 활동에 미온적인 인원을 선별적으로 복귀시켜 조합원들의 결속력을 약화시켰다. 기업이 선정한 관리자들 역시 넓은 대인관계와 좋은 평판을 이용해 조합원들이 파업에서 이탈하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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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기업의 직장폐쇄에 맞서 노조원들이 유성기업 정문에서 농성하자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연행했다. ⓒ뉴시스


Step 2. 어용노조 조직

  직장폐쇄는 노동자의 쟁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저항 수단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철회돼야 한다. 발레오전장시스템의 경우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유성기업에서는 금속노조 유성지회가 쟁의 행위를 중단하고 현장 일괄 복귀를 선언하면서 직장폐쇄가 철회됐다. 그러나 직장폐쇄 철회는 곧 사측의 노동조합 파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창조컨설팅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유도함과 동시에 회사에 협조적인 새로운 노조, 다시 말해 어용노조를 조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김상은 변호사는 기업들이 어용노조를 조직하려 하는 이유에 대해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어용노조를 통해 현장을 가동시킬 수 있어 파업에 대한 억지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레오전장시스템에 대해 창조컨설팅은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산업별 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변경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금속노조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통제력을 강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직장폐쇄가 계속되고 있던 2010년 4월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조조모)’라는 이름의 어용 조직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산업별 노동조합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안건으로 하는 두 차례의 총회를 열어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발레오전장노조’라는 이름의 기업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노동조합 간부들이 용역업체와 회사에 협조적인 직원들에 의해 총회 참석을 저지당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유성기업에서는 기존 노조의 조직 형태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협조적인 새로운 노동조합의 설립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이들이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하는 전략이 채택됐다. 이는 2010년 통과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의 개정안이 2011년 7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한 사업장에서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복수의 노동조합 중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한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대표교섭노조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창조컨설팅은 이를 악용해, 어용노조인 유성기업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과반수 노조가 되게끔 해 회사의 통제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유성기업노동조합과는 빠르게 임금 협약을 체결한 반면 금속노조 유성지회와는 교섭을 최대한 지연시켜 유성지회의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유성기업노동조합에 가입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유성지회 조합원 홍종인 씨는 “이때의 임금 교섭이 아직까지도 안 끝났다”면서 “2011년 기본급이 아직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성기업의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가 관여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유성기업노동조합의 가입자 수 현황이 정기적으로 현대자동차에 보고됐으며, 현대자동차 측에서는 유성기업노동조합이 과반수 노조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을 문책하며 특정 시기까지 과반수를 충족시킬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은 관리직 사원들까지 유성기업노조에 가입하도록 해 유성기업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개입에 대해 홍종인 씨는 “하청업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속노조를 파괴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tep 3. 끊임없는 회유와 압박

  사측은 어용노조의 세를 불리기 위해서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어용노조에 가입하도록 회유·압박했다. 발레오전장시스템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고 있으며,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 간의 차별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지만 발레오전장시스템은 전혀 시정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차별은 현장에서도 이뤄진다. “20년 넘게 지게차를 운전했던 노동자들이 화장실 청소, 페인트칠 등의 잡무를 하고 있으며,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잔업, 특근에서도 배제되고 있다”고 신시연 씨는 전했다. 이와 함께 핸드폰 조작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 화장실 출입이나 물을 마시는 등 일상적인 모습까지도 모두 감시카메라와 어용노조 직원 등에 의해 감시된다. 산업재해는 은폐되고 있으며, 산업재해를 당한 조합원에게 산업재해 보상신청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행태는 유성기업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사측의 탄압을 견디지 못한 故 한광호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노동자들은 극심한 괴로움과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홍종인 씨는 한광호 열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사측의 가학적 노무관리와 삼엄한 감시, 징계가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실제로 많은 유성지회 조합원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한광호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용노조를 통한 노동조합의 파괴로 인해 사업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또한 파탄났다. 사측의 탄압과 차별을 감수하고 금속노조에 남은 조합원들은 어용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 홍종인 씨는 “삼촌과 조카가, 형과 동생이, 아버지와 아들이 어용노조와 금속노조로 나뉘어 적대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4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유성기업노동조합의 설립무효 판결 의의에 대한 토론회에서 금속노조 김상민 조직국장은 ‘내가 해고, 징계를 당한 데에는 어용노조 역시 책임이 있다’, ‘나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데 어용노조 직원들은 금전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린다. 그냥 죽이고 싶다’는 등의 유성지회 조합원들의 인터뷰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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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민 지회장은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故 한광호 열사를 죽였다"며 이들을 규탄했다. 

ⓒ김성민 지회장 제공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조합들은 파괴되고 있다

금속노조가 약화되고 사측의 현장 장악력이 강화되자 많은 것이 달라졌다. 기존의 발레오전장시스템의 단체 협약에서는 용역, 하·도급, 회사의 분할, 합병, 양도 등 경영상의 사안이나 조합원의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 등을 모두 조합과 논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는 백지화됐다. 60세이던 정년은 58세로 2년 단축됐고, 정년 3년 전부터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매년 10%의 임금이 삭감된다. 유성기업에서는 작업의 외주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노조와의 합의 절차가 사라졌다. 기업의 뜻에 따라 생산성을 무리하게 높이는 과정에서 산재 발생 또한 증가했다.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2011~2015년 노동부 통계에서 유성기업 영동공장이 산재 발생률 1위”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이러한 탄압에 맞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의미 있는 판결들을 얻어내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유성기업노동조합이 설립 요건에서 자주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소송을 주도한 김상은 변호사는 “노동조합 설립 단계에서 자주성을 갖추지 못하면 노조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으로, 사법 심사의 최초 사례임과 동시에 유사한 어용노조의 설립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응해 유성기업 측에서는 기존 유성기업노동조합과 거의 동일한 인원 구성의 새로운 어용노조를 설립했고 지난 5월 3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교부했다. 김성민 지회장은 “위원장도, 간부들도 기존 어용노조에서 그대로 넘어왔다”며 “제2노조(유성기업노동조합)가 무효가 된 만큼 제2노조가 맺은 단체협약 역시 무효이며 교섭권도 없지만 실제로는 제2노조의 활동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창조컨설팅의 설립 인가는 취소됐지만 기업들의 노조 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전 국회의원은 이에 대해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노동자에게 복종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방해물이 되는 노조를 제거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은 전 의원은 “노조를 파괴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영혼과 육체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역설하며, 노조 파괴 컨설팅이나 기업들의 노조 파괴는 창조컨설팅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조합들은 파괴되고 있다.


노조를 없애는 ?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