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호 > 특집
공든 노조 쉽게 무너진다 대한민국 단결권의 현 주소
등록일 2016.06.10 21:01l최종 업데이트 2016.06.13 00:49l 신일식 기자(sis62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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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겪는 탄압은 특정 기업의 특정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이름의 노동조합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들의 단결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단결권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운영할 권리로 헌법 33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노동권 중 하나다. 창조컨설팅의 노동조합 파괴 전략 역시 특정한 노무법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2010년 이후 진행된 사건들을 통해, 대한민국 노동조합이 설립부터 쟁의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겪는 노동조합 탄압의 유형들을 살펴봤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위태로운 줄타기


  노동조합이 원청업체가 아닌 하청업체에서 만들어진 경우, 이들이 맞이하는 첫 번째 난관은 원청과의 계약해지다. 하청업체가 단 한 곳의 원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 원청업체의 하청 기업에 대한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에 원청업체의 계약 해지를 통해서 하청 기업의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구미시 아사히글라스의 사례는 원청-하청업체 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조합 탄압 양상을 보여준다. 아사히글라스 화인테크노코리아는 2005년부터 첨단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해온 일본계 기업이다. 아사히글라스 구미 공장 안에는 3개의 사내하청업체가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이 GTS였다. GTS는 4월 중순 16명의 노동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노동자 중 한 명인 차헌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지회장은 “권고사직을 거부했더니 내 동의 없이 납땜공장으로 배치됐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동의 없는 전환 배치는 근로기준법상 부당인사에 해당한다.


  차헌호 지회장은 부당인사에 저항하며 노동조합을 조직했다. 수년째 이어져온 최저임금과 지속적인 권고사직의 영향으로 짧은 시간에 140여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이후 사측의 노동조합 탄압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하청업체인 GTS는 전환배치를 거부한 차 지회장과 또 다른 노동자에 대해 징계해고를 통보했다. 원청업체인 아사히글라스는 GTS에 대해 12월까지 예정된 계약을 6월 30일부로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자연스럽게 GTS는 정리해고 및 폐업 절차를 밟았다. 차 지회장은 “6월 30일에 공장에 전기 공사를 한다고 하루 쉬라더니 다음 날 용역들이 회사 입구를 막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아사히글라스는 또 다른 자회사를 통해 GTS의 업무를 하루만에 대체했다. 아사히글라스 노동자 측 담당 노무사인 이경호 노무사는 “GTS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사실상 사람만 보내는 업체였다”며 하청업체가 쉽게 대체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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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농성하던 천막이 철거되는 모습. ⓒ뉴스민


  차헌호 지회장은 1년에 가까운 농성과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을 통해 그에 대한 해고와 도급 계약 해지가 부당노동행위임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인정받았다. 지난 4월 22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아사히글라스에게 “(아사히글라스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 또는 침해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2015. 7. 31.자 주식회사 지티에스에 대한 도급계약 중도해지로 같은 해 8.31.자로 해고된 주식회사 지티에스 근로자들에 대한 생활안정 및 재취업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이경호 노무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선언적 의미로 당장은 강제력이 없다”고 말한다. 위원회의 판정이 행정 구제신청이기 때문에, 아사히글라스는 법원에 항소할 경우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 용인기업 노동자들도 유사한 고통을 겪었다. 이들이 하청업체 폐업 후 마침내 대법원으로부터 복직 판결을 받은 것은 5년 6개월이 지난 뒤였다.



노조 조직 가능성 따라 노동자 분류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노조를 조직할 가능성에 따라 분류하고 사찰, 미행 등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와 노동조합 대응 부서인 ‘기업문화팀’ 직원들이 대거 실형을 선고받은 이마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노웅래 국회의원은 내부 고발자를 통해 확보한 다량의 이마트의 노동조합 사찰 증거들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수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은 입사부터 ‘문제 사원’이었다. 이마트의 노조 대응부서인 기업문화팀은 전 위원장이 노조 조직을 계획하기 전부터, 월마트 재직 시절 노사협의회 의장을 맡아온 그의 경력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이마트 본사는 직원들을 MJ(문제), KS(관심), KJ(가족), OL(오피니언 리더) 등으로 나눴다. 사찰은 회사 측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KJ 사원들이 MJ 사원들을 사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월마트 출신의 전수찬 위원장 및 3명에 대해서는 ‘회사 최대의 적’이라고 명시하는 보고 메일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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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찬 서비스연맹 이마트노동조합 위원장 ⓒ송재원 사진기자


  특히 노동조합 설립 이후로는 ‘NJ(노조) 대응전략’이라는 이름의 더욱 적극적인 노동조합 대응전략이 실시됐다. 관리자들은 가입 의사가 강한 정도에 따라 직원들을 A, B, C, D, S 등급 등으로 나누고 A 등급에 속하는 노조간부에 대해서는 미행과 카메라 채증 등을 통해 감시했다. 관리자들은 이외 등급의 직원들에 대해서도 면담을 통해 주기적으로 성향을 확인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서비스연맹에서 회의를 할 때면 이마트 직원들이 20명 이상 주변에서 대기하며 미행했다”며 노동조합 활동 전반에 철저한 감시가 행해졌다고 말했다.



사찰, ‘일상’으로의 침입


  사찰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 한 지점의 관리자가 기업문화팀에 보낸 보고 메일은 “○○○사원의 여자친구가 민주노총 사진기자라는 것이 확인되어 보고 드립니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메일 내용에 따르면 지원팀장 직책에 있던 관리자는 해당 사원과 주변 사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여자친구가 있는지 여부, 여자친구와 만나는 빈도, 여자친구의 직업 등을 확인하고 전달했다.


  관리자들이 조합원을 구분하기 위해 직원 전체를 사찰한 정황도 엿보인다. 기업문화팀이 각 점포 관리자들에게 보낸 메일에는 포털 아이디,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해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노동조합 홈페이지 가입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침이 담겼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의 경우 이메일을 통해 가입여부 확인이 가능하고, 한국노총 홈페이지는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가입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전수찬 위원장은 “홈페이지 가입은 노동조합 가입과 같은 뜻이 아님에도 협력업체 직원들에게까지 개인정보를 이용한 홈페이지 가입 확인을 진행했다”며 회사의 광범위한 직원 사찰을 비판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이마트가 여전히 노동조합 탄압을 반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동조합 탄압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 중 다수가 승진했다”며 “부당노동행위가 승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신호를 관리자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이마트 해운대지점에서는 노조 설립 당일 노조 조직을 주도한 지부장을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하기도 했다.


  쟁의 참여 정도에 따라 다른 색 티셔츠 입히고 교육해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이 결렬됐을 때 노동자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파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든 쟁의행위가 합법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을 중단하기를 넘어 기업의 운영을 방해하는 경우 불법쟁의행위가 된다. 일부 기업들은 불법쟁의행위를 빌미로 높은 금액의 손해배상청구와 업무 복귀자에 대한 인권 침해적인 교육으로 조합원들의 탈퇴를 유도하기도 한다. 구미 지역 반도체 생산 기업인 KEC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010년 6월경 KEC 여직원 기숙사에는 용역 직원 수백 명이 투입됐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응해 KEC 사측에서 직장폐쇄 및 용역 직원 투입이라는 강경한 조치를 선택한 결과였다. 이후에도 KEC는 협상을 거부하거나 연기했고, 더 이상 합법적인 파업 방식을 고집할 수 없다고 판단한 노조 지도부는 공장 점거를 결정했다. 금속노조 KEC지회 이미옥 부지회장은 “당시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여기숙사에 수백 명의 용역 직원들이 투입된 게 공장 점거의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경호 노무사는 “공장 점거 자체는 현행법상 기업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불법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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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C 사측은 공장 점거 참가자를 참여 정도에 따라 분류해 교육했다. ⓒ금속노조 KEC지회


  공장 점거는 14일간 지속됐다. 노동조합 측은 상호 손해배상 및 기소 철회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도와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공장 점거를 지속할 수 없었던 노조는 공장 점거를 포기하고 나왔다. 사측은 공장 점거에 참가한 노조원들을 바로 업무에 복귀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달간 업무 복귀 교육을 받았다. 노조원들은 공장 점거 참여 정도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뉘었고, 각각 다른 색의 티셔츠를 입고 교육을 받았다. 이미옥 부지회장은 “명심보감 읽기, 묵언 수행, 휴대폰 수거 등 업무와 관련 없고 인권 침해적인 내용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화장실, 식사를 포함한 모든 이동은 보고되고 기록됐으며 용역 직원들이 캠코더로 일거수일투족을 녹화했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면담에서는 수차례 권고사직이 제안됐다.


  301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소송도 문제였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시급을 받아온 직원들로서는 패소할 경우 갚을 길이 막막하다. KEC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원들에게 “사직할 경우 손해배상청구에서 빼주겠다”고 제안했다. 손해배상소송의 목적이 손실 회수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탄압에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부풀려진 정황도 있다. 이미옥 부지회장은 “(사측이) 301억으로 시작했던 배상액을 입증이 어렵다며 156억으로 줄이더니 최근 감정결과는 70억 정도라고 말했다”며 사측이 애초에 입증할 수 없을 만큼 큰 금액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손해배상소송은 현재까지도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당시 공장점거에 참가했던 200여 명의 노동자중 40여명만이 회사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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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C 기획조정실의 노동조합 대응 계획. '신노조 설립'과 '희망 퇴직' 등의 방침이 적혀 있다. ⓒ이경호 노무사



전국 각지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노조탄압


  각각의 사업장에 한 가지 방식의 노동조합 탄압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아사히글라스의 경우 최근 차헌호 지회장의 움직임에 대한 미행, 감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구미 경찰서는 미행을 지시한 사측의 문자를 확보한 상태다. KEC는 복수노조법 시행 직후 새로운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복수노조 1호 사업장’이었다. 이경호 노무사는 “회사의 노조 대응 계획에 신 노조 설립과 (신 노조에) 7억 지급 등의 표현이 있었지만 직접적인 계좌 내역을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KEC 노동조합은 과반을 넘어 대표노조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의 사례가 특별한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의 노동조합 탄압은 현대미포조선, 동양시멘트 등에도 있어왔다. 노동조합원들을 사찰하고 회유한 문서들이 발견된 기업으로는 코닝정밀소재, 동서발전소가 있다. 수십 억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역시 쌍용자동차 노조, MBC 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2016년 한국, 노동자들의 단결권은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 지면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도급계약을 원상회복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을 원직에 복귀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판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재심 요청 사유문으로 실제 판정 내용이 아닙니다. 잘못된 보도로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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