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호 > 특집
그 자취생의 식(食)사정 학식부터 배달까지, 자취생이 먹고 사는 법
등록일 2016.09.16 21:48l최종 업데이트 2016.09.21 16:54l 김세영 기자(birdyu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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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취(自炊):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생활함. 자취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 자취생과 식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행복하고 맛있는 한 끼이기도 하지만 매번 해결해야 하는 골칫덩어리이기도 한 끼니. 우리 주위 자취생들의 식(食)사정을 알아봤다.


학식은 나의 빛

  개강을 일주일 앞둔 방학 아침, 9시도 안된 이른 시간이지만 학생회관(학관)에서는 천원의 학식을 먹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며 혼자 밥을 먹는 학생부터, 여러 명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밥을 먹는 학생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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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 ⓒ박나은 사진기자


  학식은 많은 자취생들에게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정회훈(인류 15) 씨는 자취생에게 학식은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삼각 김밥 정도만 살 수 있는 돈으로 밥, 반찬, 국까지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비가 부족한 시기에는 하루 세끼를 학식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학식 덕분에 규칙적인 식사가 가능했다. 수업이 매일 9시 반에 시작했던 지난 학기에는 30분씩 일찍 나와 학관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수업에 갔다. 

  녹두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김소연(자유전공 12) 씨 역시 학식을 자주 이용하려고 한다. 건강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뉴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수업이 없는 날이나 공휴일에도 학교에 갈 일이 있으면 식사 시간에 맞춰가서 학식을 먹기도 한다.


요리는 자취생의 친구?

  자취생의 끼니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직접 만든 ‘자취요리’다. 어설픈 볶음밥부터 제법 근사한 요리까지, 세상에는 자취생 수만큼이나 다양한 자취요리가 존재한다. 레시피는 각양각색이지만, 자취요리를 설명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간단’, ‘초보’, ‘한 그릇’이다.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웬만하면 한 그릇에 해결할 수 있는 음식. 명색이 ‘자취요리’라면 이 조건들을 갖추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간단하고 쉬운 자취요리도 해먹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요리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자취생들은 “귀찮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셰어하우스에 살거나 형제자매와 함께 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같이 살더라도 각자 밥 먹는 시간이 다른데다가, 요리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한두 명이 한 끼를 먹기 위해 이것저것 재료를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큰 메리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트에서 가장 적은 분량의 야채를 사도 냉장고 안에서 금방 상해 버리기 일쑤다.

  공간이 좁은 것도 요리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부엌이 따로 없는 좁은 공간에서 요리를 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학부생 A씨는 첫 자취방보다 좁은 두 번째 자취방으로 이사한 후, 전기밥솥은 물론이고 인덕션까지 수납장 속에 넣어버렸다. 씻고 자고 빨래까지 해결해야 하는 자취방에 굳이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어느 날 벌레 한 마리를 본 이후에는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더 굳어졌다. 

  하지만 모든 끼니를 학교나 근처 식당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 번쯤은 요리 ‘비슷한 거’라도 하게 되는 이유다. 스스로의 요리를 ‘요리’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권은채(인류 14) 씨는 자신의 자취 요리는 “9할이 집 반찬”이라고 소개했다. 계란이나 양파 등을 이용한 기본적인 반찬을 제외하면 김치, 장아찌, 멸치볶음 등 집에서 가져온 밑반찬을 주로 먹기 때문이다. 집이 멀지 않아 가끔 얼린 돼지고기 볶음이나 돈가스 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자취 초기에는 가끔 찌개나 제육볶음, 생선구이 등을 해먹기도 했지만, 환기가 잘 안 되는 좁은 자취방에서 본격적인 요리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한편 생존을 위해 시작한 요리가 일종의 취미가 된 사례도 있다. 1학년 때부터 자취를 시작한 이한호(디자인 12) 씨는 제대 이후 요리를 시작했다. 맛없어도 먹어야 했던 군대에서의 경험과 쿡방의 유행은 요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요리하는 자취생에 대해 친구들은 “귀찮지 않냐, 사먹는 게 더 싸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지만, 이한호 씨는 “요리야말로 ‘가성비’가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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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호 씨의 자취요리 ⓒ본인 제공


  이 씨의 한 달 식비는 15만 원 정도다. 보통 하굣길에 장을 보면 그 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까지 해결할 수 있다. 자주 이용하는 인헌 시장에서는 1인가구를 위해 천 원, 백 원 단위로 육류와 채소를 판매한다. “제가 혼자 사는데…” 하면 알아서 챙겨주신다. 생각보다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는다. 파스타 같은 간단한 메뉴는 15분 안에, 김치찌개나 제육볶음 같은 한식도 30분이면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요리를 하면 싼 가격에 영양적으로도 균형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종의 ‘창작’이기에 재미도 있다.


많이 더 싸게, 적게 더 신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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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을 위한 한그릇 요리를 판매하는 사이트 ⓒ자취생 닷컴 캡처

  하루에 세 번씩 꼬박꼬박 돌아오는 끼니를 좀 더 간편하게 해결하는 색다른 방식도 있다. 많은 자취생들이 소셜커머스 등에서 식사대용품이나 레토르트 식품을 대량 구매해 구비해 놓는다. 생수와 라면은 대표적인 대량구매 품목이다. 두유나 하루 견과, 모닝죽 등은 박스 채로 구매해놓고 바쁜 아침 하나씩 들고 나가기 좋다. 일부 업체에서는 가공·즉석 식품을 포함한 생필품에 대해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취생을 겨냥한 몇몇 사이트는 국이나 볶음밥 등 반조리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자취 6년 차인 졸업생 B씨는 종종 소셜커머스에서 즉석밥과 3분 카레를 대량 구매해 놓고 끼니를 해결한다. 낱개로 사면 비싼 레토르트 식품도 대량 구매하면 가격 부담이 줄어든다. 밖에서 사먹을 때와는 달리 과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다이어트 중인 학생들은 고구마나 과일을 대량 구매하기도 한다. 5kg, 10kg 단위의 과일과 채소를 혼자 먹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에 자취하는 친구들끼리 공동구매를 해서 나눠 먹는 경우도 있다.

  1인 가구에 맞는 적은 양의 반찬과 식재료를 배달해주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식재료를 사서 못쓰고 버리는 양이 더 많은 자취생에게는 다양한 식재료들을 조금씩 배달해주는 것이 가격 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어떤 업체는 하루에 2-3끼 분량의 도시락을 정기 배달해주기도 한다. 다이어트 식단부터 단백질 위주 식단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규칙적이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원하는 자취생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자취생의 단골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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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의 고시식당 ⓒ박나은 사진기자


  자취 기간이 길어지면 집 근처에 단골 식당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자취방 근처의 식당에는 편안한 차림으로 혼자 와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자주 보인다. 녹두거리에서 자취를 했던 조희태(경제 13) 씨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식당을 2-3일에 한 번씩 꼭 이용했다. 가까울 뿐 아니라 여전히 ‘천원 김밥’을 판매할 만큼 가격도 저렴하다. 24시간 영업이라 야식을 먹으러도 자주 갔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고시식당도 많다. 대부분의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고시생이나 학생들에게 한 끼 식사를 3-4000원 안팎에 해결할 수 있는 고시식당은 좋은 식사 장소다. 한 달 치 식권을 미리 구매하는 ‘월식’을 하면 가격은 더 낮아진다. 고시식당에서 아침과 저녁을 자주 먹는 김유문(정치외교 12) 씨는 고시식당의 식사는 ‘집밥’을 먹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간단하지만 다양한 반찬들이 나오는데다가 자극적이지도 않다. 메뉴가 세분화돼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냥 계란말이가 아니라 햄 계란말이, 참치 계란말이, 치즈 계란말이 중 선택할 수 있는 식이다. 

  편의점이 단골식당이 된 경우도 있다. 최근 점점 더 다양화되는 편의점 도시락은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집 근처 편의점의 도시락을 종류별로 다 먹어봤다는 자취생들도 많았다. 집밖으로 꼼짝하기도 싫은 날에는 배달도 자주 이용한다. 주말이면 단골 음식점의 배달음식으로 세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학식부터 자취요리, 고시식당과 배달에 이르기까지 자취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끼니해결’은 많은 자취생들에게 쉽지 않은 과제다. 좁은 자취방의 크기만큼, 생활에 치이다보면 끼니를 챙길 여유도 점점 줄어든다. 혼자이기에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식사는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부다. 바쁘다는 이유로 오늘도 끼니를 대충 ‘때워버리는’ 자취생 모두, 스스로의 식탁에 따뜻한 관심을 던져보는 것이 어떨까. 


청춘의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