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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로 한 달, 지내보니 어때요? 로망과 현실, 17학번의 대학생활을 듣다
등록일 2017.04.26 15:39l최종 업데이트 2017.04.26 21:18l 장은재 기자(kozkon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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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기가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새 학기의 어수선한 분위기도 가라앉고,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한 장터와 함께 봄이 찾아왔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새내기들도 어느덧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 모습이다. 그들이 경험한 대학생활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4월 6일, <서울대저널>은 좌담회를 통해 새내기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새내기들이 새로운 공동체와 고민, 캠퍼스, 공부, 꿈 등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 : 송주영(국어국문 17), 이재빈(기계항공 17), 장수진(응용생물화학 17), 정영훈(자유전공 17), 차영은(경영 17), 황세연(언론 17), 황지연(국어국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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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 <서울대저널>에서 새내기들과 좌담회를 진행했다. ⓒ최한종 사진기자


대학에서의 첫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연 학교에서 과 사람들이랑 지낸 시간이 많았다. 3월 동안 해지기 전에 집에 들어간 날이 하루밖에 없었다. 서로 친해지기에 바쁜 시간이었다.
재빈 주로 과제와 시험 준비를 하면서 보냈다. 수업이 11시에 시작하고 5시에 대부분 끝나면 선배들이랑 저녁을 먹는 다. 집에 바로 들어가도 8시, 9시가 돼서 수업을 따라가느라 12시까지 공부한다. 다음날 또 일어나서 학교를 가고. 내일도 시험이고 내일 모레도 시험이다.
세연 사회대는 반이 결속력이 강해서 나도 거의 반 생활과 ‘밥약’을 하며 보낸 것 같다. 기숙사에 사는데, 들어갈 때마다 항상 룸메이트가 자고 있었다.
주영 옛날부터 해금을 배우고 싶어서 ‘여민락’에 들어가 해금을 배우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일을 그때그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매일 과제를 끝까지 미루다가 두 시간 만에 한다. 열심히 살지는 않지만 즐겁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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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내에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최한종 사진기자 


고등학생 때 기대하던 대학생활이 있었을 텐데, 실제 경험한 대학생활은 어땠나?

영은 캠퍼스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는 하는데 통학이 정말 힘들다. 또 경영대에서 연강일 때 15분 만에 인문대로 가는 게 너무 힘들다.
영훈 경영대에서 인문대 정도면 감사하다. 나는 수업이 공대, 자연대(500동), 멀티미디어동(83동) 등 곳곳에 깔려 있다. 그리고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전혀 아닌 것 같다. 뭘 그렇게 필수로 들어야 하는 게 많은지.
지연 나는 내가 금 공강에 복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목요일 날 열심히 술을 마시고 금요일에 쓰러지더라. ‘지금 너무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 않나’하는 걱정이 든다. 목적없이 여유롭게 사는 것이 입학한 이후의 내 목표였다. 여기 오느라 다들 길게는 12년, 짧게는 1, 2년 열심히 했지 않나. ‘한 학기 정도는목적없이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동시에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재빈 나는 일반고를 나왔는데, 입학하기 전에는 정말 공부 잘하는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듣고, 많은 것을 배우리라는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우선 수업을 못 따라가겠다. 친구들에게 하루 종일 물어보고 칭얼거릴 수도 없어서 집에 가서 열심히 공부한다. 그게 좀 힘들긴 한데 그래도 잘하는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다는 사실이 좋다. 그리고 대학에 오면 자유로운 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동아리도 두 개 하고, 과제도 하고, 노래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두 개를 하고 친구들과도 놀아야 하는데 어떻게든 다 하려다보니까 너무 바빠지더라.
세연 학점 걱정이 있다. 다 1등만 하던 사람들이 왔을 텐데, 어떻게 시험을 칠까하는 생각도 한다.
주영 대학에 가면 수업을 빠지고 정말 놀러 나가고 싶었는데, 지금 잘하고 있다. 저번에도 ‘출튀’를 하고 친구들과 장터에 가서 술을 마셨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살아보겠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으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놀러 다니고 있다. 그래서 로망이 딱히 있지는 않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잘 누리고 있다. 옛날부터 캠퍼스가 예쁜 학교를 다니고 싶었는데, 그 점은 안타깝다.


수업은 어떤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부와 수업 방식을 기대하기도 했을 텐데.
영훈 처음엔 토론 수업을 기대했었는데 정작 토론을 해보니까 왜 다들 전투 민족밖에 없는지, 서로 너무 물고 뜯고 넘어지더라. 이제 토론 수업은 좀 기피하게 됐다.
지연 나는 수업이 되게 즐겁다. 수강신청할 때 ‘이건 명강이다’, ‘이건 듣지 마라’ 같은 얘기를 듣지 않나. 나는 약간 주변에서 말렸던 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게 정말 재밌더라. 그런데 전공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세연 사회대 전공을 세 개 듣고 있는데 재미가 없다. 생각한 것과 많이 달라서 드랍을 할 것 같다.
영은 원래 전공을 세 개 들었는데, 지금은 드랍해서 ‘경제원론’ 하나만 듣고 있다. 사실 경영학은 재미도 없고 나와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전공이 재밌다하는 친구들이 너무 부럽다. 원래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쓰려다가 어머니가 반대하셔서 지원도 못했다. 지금 ‘영상 예술의 이해’ 수업을 듣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학점을 잘 받아서 미학과나 언론정보학과로 전과를 하려 한다.
주영 수업을 듣다 보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안 맞는 수업은 재미도 없고, 공부하기도 싫지만 잘 맞는 수업은 너무 재미있고 열심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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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입학식 전경 ⓒ서울대뉴스


대학에 들어오면 새로운 공동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나?
지연 인문대는 새터 때 ‘어울림•페미니즘’을 진행해서 인권을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인권을 얘기하는데 이곳에서 배우는 인권은 정말 20대가 고민하는 인권이라 너무 좋았다. 또 항상 어디 가면 어리다는 이유로 ‘지연아’라고 편하게 불렸는데, 새터 가는 날 아침에 어떤 분이 나에게‘저기, 지연 씨’하고 존댓말을 하시더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서 감동적이었다.
수진 대나무숲에는 매일 사람들이 멋있는 글을 올리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서울대에 있을 줄 알았는데, ‘대체 그분들은 어디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지연의 말을 들으니까 인문대에서는 여러 활동을 하며 생각을 키우는 것 같은데, 우리는 학점과 수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이 아쉽다.
영은 나도 비슷하다. 인문대나 사회대 얘기를 들으면 솔직히 신기하다. 경영대는 로스쿨이나 행정고시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서 학점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새벽 세시에도 단체 톡방에 (수업 내용 관련해서) ‘이거 어떻게 푸는 거야’하고 올라온다.
재빈 우리는 ‘이번에 eTL에 물리 과제 뜬 거 봤니?’가 올라온다.
세연 나는 ‘과제 제출이 열두 시 까진데 열두 시 삼분에 냈는데 어떡해’같은 걸 올린다. 그런데 이게 진짜 무서운 것 같다. 원래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입학하고 그 과 분위기에 맞춰지는 것 같다. 다른 과 이야기를 들으니까 신기하다.
영훈 자유전공학부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해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학생총회도 사회나 법에 관심 있는 친구들만 가지,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잘 안 간다. 나쁘게 보면 모래알이고 좋게 보면 정말 자유롭다.


새로운 생활을 하면서 이전까지 안 했던 고민들을 하게 됐을 텐데, 어떤 것들이 있나? 

영은 심리적으로 새로운 만남이 좋기도 하면서 힘들었다. 일단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니까. 재수하면서 디스크에 걸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수진 재수를 하고 나니 설렘이 크지 않다. 오히려 좀 더 ‘쿨’해졌다고 할까. 교수님의 강의력도 조금 실망스러웠다.
지연 부모님과 마찰이 있다. 집에 늦게 들어오고 늦게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 적응을 못하신다. 또 매일같이 선배와 밥을 먹다보니 동기들하고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서 걱정을 좀 했다.
영은 사실 내가 ‘아싸’인게 아닐까 고민을 한다. 나만 고민하는 줄 알았는데 내 친구도 ‘개인적인 연락도 안하고 딱히 접점이 없는 것 같다’, ‘나는 혼자 노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많이 하더라.
영훈 그런데 사실 혼자 놀아도 이상하지 않다.
세연 혼자 수업을 듣고 관정에 가면 대학생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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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정문 ⓒ최한종 사진기자


지금 본인이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대학생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했는데, 앞으로의 대학생활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도 들어보고 싶다.
주영 성인이 되면 매일 아침에 운동을 하는 게 꿈이었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지금까지 살을 15kg 빼고 나니 계속 빼고 싶다. 아직은 살집이 좀 있는 편인데, 언젠가 예쁜 옷을 입어 보고 싶다. 조금 진지하게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친구들 문제풀이나 도와주는 정도였지, 누군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겠나.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가 나를 보고 희망을 찾거나,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멋있는 어른이라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재빈 대학생처럼 보이고 싶다. 꾸미는 것도 배우고 싶고, 연애도 좀 해보고 싶고. 고등학생 때는 대입을 위해 공부하는 분위기 밖에 없어서 배울 게 별로 없다고 느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영은 영화 연출 공부를 하고 싶다. 대학생이 되면 자유인이 될 거 같아서 5년 동안 참고 부모님께 얘기도 안 했으니까, 이제는 자리를 잡고 커리어를 쌓고 싶다. 그리고 재수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여유를 되찾고 싶다.
지연 나는 성적 장학금을 계속 받을 필요도 없으니 한 번만이라도 받아보고 싶다. 4년 만에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내가 너무 학점에만 얽매이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밌는 활동들을 하면서 내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세연 과 CC가 아닌 CC를 해보고 싶다. 사실 고등학교 때 공부는 잘했는데 별 생각이나 꿈이 없었다. 언론정보학과도 좋아하는 게 아이돌밖에 없어서 지원했다. 좋은 학교에 왔으니,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면서 꿈을 찾고, 진짜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게 생겼으면 좋겠다.
수진 투표를 하고 싶다. 이때까지 내가 한 표를 행사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투표를 하려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생각을 해야 하더라. 큰 변화를 일으키진 못해도 정치에 참여해보고 싶다. 그러면 정말 어른이 된 기분일 것 같다.
영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다. 예전에 하고 싶었던 것, 나중에 하고 싶은 것, 지금 하고 싶은 것 다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가장 소박하면서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운동하다가도 어떤 날은 관정으로 돌아와서 공부하다가, 집에 가기 귀찮으면 과방으로 가서 자고. 또 어떤 날은 나가서 치킨 먹다가 집에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