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호 > 학원
논란의 본부점거 강제해제, 엇갈리는 기억 점거해제 사실관계와 시흥캠퍼스를 둘러싸고 갈등 여전해
등록일 2017.04.26 22:37l최종 업데이트 2017.04.26 22:37l 박민규 기자(m266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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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 작년 10월부터 153일 간 이어왔던 행정관(60동) 점거농성이 막을 내렸다. 본부는 교직원 300여 명을 동원해 행정관으로 진입했고 행정관에 있던 40여 명의 학생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오후까지 이어진 충돌은 소화기와 소화전이 사용되는 등 점차 격화됐다. 그런데 본부 측과 학생은 점거해제 당일의 충돌을 사뭇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양측은 모두 당시 상황이 왜곡되고 있다며 자신들의 입장을 각각 수차례 발표했다. 본부점거가 해제되던 날,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기습적 본부침탈과 행정관 이사 사이


  본부와 학생들은 해당 사건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본부는 3월 11일의 사건을 ‘행정부서 이사’로 명명했다. 본부는 사건 다음날 ‘행정관 이사 관련하여 설명드립니다’를 발표해, 점거해제가 행정관 2, 3, 5층의 리모델링이 완료됨에 따라 실시된 정당한 이사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준호 전 학생처장 역시 행정관 재입주가 불가피했다고 언급했다. 이 전 학생처장은 사건 3일 전 학내 구성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대학행정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크며, 임시적으로 행정부서 일부가 있는 해동학술정보관은 새로운 창업 지원 사업을 위해 시급히 쓰여야 하는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 처장은 위 메일에서 학생들이 행정관 2, 3, 5층을 실질적으로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행정관 이사를 ‘본부침탈’로 규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장단 역시 “행정관 이사는 정당한 업무 이행이었으며, 학생들이 이를 막은 일은 잘못”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지난 11일의 사건이 점거농성을 끝내기 위한 본부의 ‘행정관 무력침탈’이었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는 학장단 입장문에 대한 답변서에서 ‘행정관을 150일 넘게 점거했던 것은 시흥캠퍼스에 대한 우려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시흥캠퍼스 사업이 “비구체적인 캠퍼스 조성계획”, “불안정한 재정계획”, “대학답지 않은 수익사업” 등의 비판에 직면했고, 행정관이 점거된 이후에도 이에 대한 해결이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또 총학생회는 “본부가 학생들을 진정 대학의 한 주체로 생각하고 존중했다면 공간은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대체 가능했을 것이며, 폭력적인 농성장 침탈은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점거를 강제로 해산한 본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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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행정관 밖으로 밀려난 후 연좌시위를 시작했다. ⓒ최한종 사진기자


  총학생회와 본부는 점거해제가 기습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본부는 “수차례 행정부서 이사 결정을 점거본부 측에 통보하고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라며 점거해제가 기습적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준호 전 학생처장은 “학생처 협조 공문에 3월 3일부터 10일 사이에 이사를 할 것이라고 명시했지만, 3월 10일에 신입사원 채용 등의 일정이 겹쳐 11일로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본부가 학생들이 많이 없는 시간에 기습적으로 점거농성을 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본부점거본부는 사건 하루 전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언론이 온통 탄핵 인용 소식으로 도배되고 학생들이 과·반 MT나 자축 파티 등으로 바쁠 시간에 기습적으로 본부 침탈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본부는 행정관 입주를 논의하기 위해 3월 9일에 계획돼 있던 학생처 미팅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화기와 소화전 사용으로 확대된 논란


  3월 11일 당시 직원들이 행정관 출입을 통제하면서, 행정관에 남아있던 학생들의 이동권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오전 8시 40분경 교직원들은 4층을 제외한 행정관 전체에 들어왔고 학생들은 대부분 행정관 밖으로 밀려났다. 이준호 전 학생처장은 추후 학생들과의 시흥캠퍼스 협상을 위해 4층을 보존할 것을 주장했고, 그 결과 4층에 있던 12명의 학생들에게는 행정관 바깥으로 나갈 것이 강제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직원들이 4층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약 7시간 동안 막았다는 입장이다. 고근형(조선해양공학 15) 언론대응팀장은 “4층에 있던 학생들이 행정관 1층까지는 갈 수 있었지만, 바깥으로 나오면 다시 못 들어가는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본부가 4층 학생들의 이동권을 약속했다는 반박이 제기됐다. 이준호 전 학생처장은 “당일 처장단이 행정관 4층으로 가서 본부점거본부장 등 학생 세 명에게 12명(4층에 남아있던 학생)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처장단의 제안을 학생들은 신뢰하지 않았다. 윤민정(정치외교 15) 외교 나침반 학생회장은 “명목적으로 4층에서 나갈 수는 있었지만 실제로 청원경찰과 직원이 이를 가로막는 등, (본부 측의) 상황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4층에 있는 학생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본부가 이를 거부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본부는 입장문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정오까지 식료품 전달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사과에서 농성 중이던 학생들이 식료품 전달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을 때 직원들과 청원경찰은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본지 기자가 오전 11시가 넘어서 최초로 식료품을 전달했고, 지리교육과 박배균 교수만이 오후 2시 30분경에 식료품을 한 차례 더 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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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해제 과정에서 소화전이 사용돼 큰 논란이 일었다. ⓒ최한종 사진기자


  오후 3시경 학생들과 직원들은 학사과에서 다시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소화기와 소화전이 사용돼 논란이 일었다. <SUB>에서 지난 3월 19일 공개한 영상에는 두세 명의 학생들이 학사과에서 행정관 1층으로 연결되는 문틈으로 소화기를 분사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는 약 8명의 학생이 소화기가 분사된 행정관 문 근처에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스크럼을 짜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청원경찰과 직원이 스크럼을 짠 학생들을 강제로 당기는 등 격앙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소화기 사용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상연(사회 12) 본부점거본부 조직팀장은 ‘본부점거 폭력침탈과 물대포·소화기 관련 상황 공유 및 사과의 글’에서 “한 학생이 우발적으로 소화기를 분사했지만 미처 제지하지 못했고, 이후 학생들이 소화기 분사를 제지했다”라며 소화기 분사에 대해 사과했다. <SUB> 영상에 의하면 소화기는 두 차례 분사됐으며 이에 대한 즉각적인 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UB> 영상에는 소화기 사용이 중단된 후, 행정관 1층에서 학사과를 향해 소화전이 발사되는 장면 역시 담겨있다. 본부는 “교직원들이 호흡곤란과 신체 상해의 위협을 느껴 소화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렸다”라고 해명했고 이를 “자기방어 수단”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소화전이 처음 사용될 당시, 닫힌 문틈으로 30초간 물이 쏟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행정관 쪽에서 닫힌 문을 살짝 열어 물을 뿌리기도 했다. 학생들의 항의로 논쟁이 오가던 중 다시 소화전이 사용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소화전은 15분간 약 여덟 차례 사용됐다. 처장단은 위 입장문에서 “직원들은 소화전을 이용하여 우선 실내의 가스를 진정시키고자 시도했고, 소화기를 난사한 학생이 문틈으로 건물 진입을 시도하였고 이 과정에서 물을 뒤집어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SUB> 영상에 의하면 학생이 행정관 진입을 시도하기 이전에도 다섯 차례 이상 소화전이 사용됐다.



시흥캠퍼스 강행하는 본부, 해소되지 않는 우려


  본부점거가 해제된 후에도 시흥캠퍼스 논란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성낙인 총장은 3월 31일 행정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에서 “시흥캠퍼스는 우리대학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며, 서울대학교에 주어진 근본적인 공적 책무를 다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본부는 3월 30일 마이스누 포털에 ‘시흥캠퍼스에 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해, 시흥캠퍼스에 ‘통일평화대학원’, ‘국가재난병원’, ‘4차 산업혁명 대비 연구시설’, ‘초중등 교육혁신 프로그램’ 등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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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시흥캠퍼스 추진의지를 드러냈다. ⓒ김종현 사진기자


  학생사회는 본부가 불투명한 재정 계획 및 대학기업화 우려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철수 전 기획처장은 작년 6월에 열렸던 ‘시흥캠퍼스 기획처 공청회’에서 초기자본 4500억 원으로 건물을 짓고, 산학협력을 통해 자산운용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어진 토지와 건물에서 산학협력과 교육·연구 사업 등을 실시한다면, 토지와 건물의 가치상승 효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본부는 국고지원금, 건물 임대료, 각종 수익사업 등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학생사회는 1조 8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건설비용을 마련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윤민정 외교 나침반 학생회장은 “신기술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이 굳이 입지가 좋지 않은 시흥캠퍼스에 산학협력 연구소를 지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시흥캠퍼스가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재정적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산학협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대학 기업화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윤민정 학생회장은 “학문적 필요를 넘어서 재정적인 요청으로 산학협력이 이뤄진다면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업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높아지면, 학문의 다양성과 연구의 자율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학생회장은 “산학협력 확대와 기초 학문 증진이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산학협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운영이 되지 않을 수준까지 재정의존도가 심화되는 것은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흥캠퍼스 추진을 둘러싼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은 갈라져 있다. 지난 4월 4일 학생총회에서 두 번째 의안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기조 유지의 건’은 찬성 1120표, 반대 680표, 기권 102표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학생사회는 실시협약 철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 3월 3일 논평을 발표해 “국가의 고등교육재정투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의 모든 재정적 확장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더 나은 교육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예산 확충조차도 가로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학원 총학생회는 “치밀한 준비를 거친 협상을 통해 참여권을 적극적으로 획득해야한다”라며 실시협약 철회 대신 추후 시흥캠퍼스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홍진우(화학생명공학 14) 공과대학 학생회장도 시흥캠퍼스가 반드시 대학기업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홍 학생회장은 “산학협력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대학기업화를 불러오지는 않는다”라며 “각 기업에 조건을 부과하고 몇몇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면, 산학협력 단지의 조성 과정에서 학문 자율성 침해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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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점거해제 다음날 '3·13 서울대인 공동행동'에서 본부를 규탄했다. ⓒ최한종 사진기자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우려는 여전하지만 본부는 적극적으로 우려를 해소하고 있지 않다. ‘시흥캠퍼스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등 본부가 제시한 각종 자료에서는 대학 기업화 및 운영비용 조달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4.4 학생총회의 결과에 따라 실시협약 철회기조가 유지되고 본부는 추진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기 때문에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생사회와 본부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여전히 본부의 소통방식에 문제를 느끼고 있으며 이는 4.4 총회에서 2000명이 넘는 학우가 ‘성낙인 총장의 사퇴 요구의 건’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흥캠퍼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높고 다수의 학내 구성원이 본부의 태도에 실망한 상황에서, 본부가 보다 책임 있게 학내 구성원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