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호 > 학원
구멍난 학칙 속 베일에 싸인 성적 평가 모호한 규정이 비일관적인 적용 낳아
등록일 2017.06.26 23:35l최종 업데이트 2017.06.26 23:44l 장은재 기자(kozkon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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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의 학점 부여 비율은 흔히 3:4:3(A:B:C 이하)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는 각 성적의 비율에 제한을 두는 상대평가를 기본적인 성적 평가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고, 그 외에 교수의 재량에 맡기는 절대평가, S/U의 급락 평가를 두고 있다. 그러나 강의 정보에 명시적으로 공개되는 S/U 수업을 제외하고,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수업 간의 구분은 힘들다. 

  사범대 ㄱ학생의 경우, 인문대에서 개설된 수강생 10명 미만의 교양 강좌를 수강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10명 이하의 강의는 절대평가가 적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담당 교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상대평가가 적용될 경우 A 학점을 받는 학생의 수가 2명에 불과했고, ㄱ학생은 해당 강좌가 더 많은 인원이 수강하는 강좌에 비해 좋은 학점을 받기 어렵다고 느꼈다. 

  학생들은 성적 비율에 제한이 없는 절대평가 수업에서 A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며, 절대평가 과목은 소위 ‘꿀강’ 중의 하나다. 그만큼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강의의 기준에 대한 소문도 여러가지다. ㄱ학생은 “수강 인원이 10명 이하이면 절대평가라는 말도 있고, 수강 취소한 학생의 수가 기존 인원의 50%가 넘으면 절대평가라는 말도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성적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봤다. 


3:4:3이 아닌 A 30%, B 40% 이내 

  서울대학교 학업성적 처리 규정 제4조에는 ‘학사과정 교과목의 성적 등급은 A는 20%~30%, B는 30%~40%, C 이하는 30%~50%의 비율을 기준으로 성적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외에 성적 평가 방식과 관련된 세부 조항은 없다. 학사과 김정빈 주무관은 ‘학사과정 교과목’은 교양 및 전공 과목을 일컬으며, 현재 해당 조항은 권고가 아닌 필수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산 시스템상에서 성적 입력 시 담당 수업의 성적 부여 비율이 초과될 경우 입력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됐다고 덧붙였다. 이 시스템은 2004년 2학기에 교양 과목에 한해 처음 도입됐다. (“고급영어, 고급수학 등 제외 교양강의 상대평가 전면 실시”, 2004. 7. 24.,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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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은 수강신청 변경 기간(개강 후 1주) 직후의 인원을 기준으로 부여하기 때문에 수강 취소 인원은 자동적으로 C 학점 이하의 인원에 포함된다. 그러나 일부 수업에서는 수강 취소 인원을 제외한 최종 수강 인원을 기준으로 성적을 부여하기도 한다. 김정빈 주무관은 이는 학칙 위반이 아니며 "A와 B가 각각 20%, 30%보다 적어도 되지만 30%, 40%를 넘어가면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즉, 학업성적 처리 규정에서 A와 B 학점 비율의 하한선은 권고 사항인 반면 상한선은 필수 사항인 것이다. 


학기 중 절대평가로 바뀔 수 있는 과목은 없으나 논란 많아 

  학생들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어떤 경우에 A와 B 학점 비율의 상한선이 없어지는지, 즉 절대평가가 실시될 수 있는지다. 인문대 ㄴ학생은 “절대평가는 극소수의 인원이 듣는 교양 강의나 소수 인원의 전공 강의의 경우 실시된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한 반면, 사회대 ㄷ학생은 “사회대는 교수자의 재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성적 부여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사과에서는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사과에 따르면 상대평가였던 과목이 수강 인원 감소 등의 요인에 의해 학기 중에 절대평가로 변경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정빈 주무관은 “학생들의 오해는 수강 취소 인원으로 인해 발생한 착시 현상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어떤 수업에서 (교수님이 수강신청 변경 기간 직후의 인원을 기준으로 성적을 부여하되) 많은 학생들이 수강 취소를 할 경우 수강생들 입장에서 절대평가라고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형 강의인 경우 많은 학생들이 우수해 상대평가가 어렵다며 절대평가를 할 수 없냐고 전화를 주는 교수님들도 있지만 학사과에서도 규정상 바꾸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학사과에서는 전공 과목의 경우 “교과목을 개설할 때 개설 학과에서 성적 부여를 교수의 재량에 맡기는 과목을 정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특정 학기에 상황에 따라 개강 전 성적 평가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나, 학기 도중에 변경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성적 부여 비율의 제한이 없는 수업은 별도로 지정돼 있으며, 그런 수업에 한해 교수의 재량에 따라 절대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해당 수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학사과에서는 각 과목의 성적 평가 방식을 확인하기 위해 “수강신청 사이트에 등록된 정보를 볼 수 있지만, 일부 오류가 있기 때문에 개설 학과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성적 평가가 학사과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시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취재 결과 모든 단과대가 별도의 내부 규정 없이 ‘학칙을 따른다’고 했으나, 여러 수업에서 학칙과 부합하지 않는 성적의 부여가 이뤄지고 있었다. 

  각 단과대에서는 교양 과목의 경우 반드시 학칙에서 지침으로 삼은 비율에 따라 성적을 부여한다고 전했다. 또한 교양 과목은 기초교육원에서 관할하기 때문에, 단과대 차원에서 성적 평가 방식등의 교과목 정보를 바꿀 수 없다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학칙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2007년도 학사행정매뉴얼에서 규정된 교과목의 경우 절대평가를 기초로 하고 있었다. 학사행정매뉴얼에서는 ‘내규에 따라 엄격하게 운영되는 순수실험교과목 및 측정 시험을 통하여 수강자격을 제한하는 수준별 고급강좌 또는 선수과목이 있는 교과목 등’에 한해 성적 부여 비율이 별도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해당 수업에는 물리학 실험, 화학 실험과 같은 이공계 실험 교과목이 포함된다. 이밖에도 적지 않은 소수 교양 과목에서 학칙으로 규정된 바 없이 절대평가가 실시되고 있었다. 

  단과대가 학업성적 처리 규정을 학사과에서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이해한 경우도 있었다. 인문대 행정실에서는 학업성적 처리 규정이 교양과 전공 모두에 적용된다고 한 학사과와 다르게 “전공 과목은 관련 규정이 없는 걸로 안다”라고 말하며, 인문대 전공 과목의 성적 부여는 모두 교수의 재량에 맡긴다고 전했다.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되 일부 전공은 예외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한다는 학사과의 설명과 달리, 인문대 전공은 절대평가가 기본이라는 것이다. 학사과는 이 같은 인문대의 입장에 인문대가 학기 시작 전에 모든 전공 과목에 대해 교수 재량으로 성적을 부여하도록 열어 뒀을 뿐 교양과 전공 성적 처리 규정이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현재 학칙에는 성적 부여 비율의 정확한 기준과 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교과목에 대한 규정이 없다. 서강대학교의 경우 ‘소규모 강좌(수강인원 20명 이하강좌), 실험 및 실습 과목, 교직 과목’ 등 8개 항목의 ‘상대평가 예외적용 과목’을 둬 학칙에 포함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역시 상대평가가 적용되지 않는 3개 항목의 과목을 성적 평가 관련 조항에 명시하고 있다. 절대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불명확한 규정은 학내 기관들 간 학칙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와 기준의 비일관적인 적용을 낳고 있다. 성적 평가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과 수업의 특성에 따른 평가 방식의 도입을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