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호 > 학원
성과보다 과제 남긴 시흥캠 협의회 평행선 달린 시흥캠 검토, 징계 해결과 학생 참여권 확대 문제 남아
등록일 2017.09.02 21:33l최종 업데이트 2017.09.02 21:33l 김종현 기자(akdtkd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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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0일, 한 달 동안 6번의 회의에 걸쳐 진행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협의회)’가 종료됐다. 두 차례의 본부점거와 해제를 낳은 시흥캠퍼스(시흥캠) 문제를 여러 학내구성원이 검토하고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시흥캠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학생과 본부뿐 아니라, 평교수와 대학원생 위원도 참여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본부와 학생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났으며, 협의회에 대한 평가도 서로 엇갈린다. 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전망을 짚어봤다.


추진위에서 계획 세운다는 본부, ‘무계획’이 문제라는 학생

  협의회 핵심의제는 ‘시흥캠퍼스 추진경과 및 내용’과 ‘학생의 학교행정 참여방안’이었다. 본부와 학생 양측은 사전면담 과정부터 시흥캠 의제를 두고 의견차를 보였다. 본부는 시흥캠 건설은 결정된 사항이므로 논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학생 측은 의제에 어떤 제한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 끝에 양측은 시흥캠 사업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데 합의했다.

  학생사회가 꾸준히 지적해 온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본부는 시흥캠 조성 재원이 시공사인 ‘한라건설’의 아파트 분양수익에 기반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교수 측 위원 류근관 교수(경제학부)는 “아파트 개발이익이 시흥캠 조성에 환원되므로 부동산 투기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학생 측은 본부가 학벌주의를 이용한 부동산 사업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참관인이었던 고근형(조선해양공학 15) 씨는 “시공사가 아파트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 마케팅’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생 측은 본부로부터 의무형 기숙대학(Residential College, RC)과 학부 교육단위 이전이 없을 것이라는 확답을 받는 데 성공했다. 본부 측 위원 이근관 기획처장(법학부)은 “학부생의 강력한 문제제기를 반영해 RC와 교육단위 이전 계획은 확실히 철회했다”고 밝혔다. 학생 측 위원 강유진(경제 13) 사회대 학생회장은 “(학부 교육단위 이전 포기는) 학생들이 지난 1년간 이어온 투쟁의 결과물”이라며 “본부가 이를 확실히 지키도록 지속적인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정계획과 수익모델을 두고는 유의미한 논의가 오가지 못했다. 학생 측은 교직원 및 대학원생 거주시설이 자체 수익으로 운영돼 재정 불안정성을 낳고, 학내구성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본부가 호텔·키즈카페·실버타운·영리병원 설립을 통한 수익모델을 고려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하지만 본부는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추진위)’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이근관 기획처장은 “학생 측이 지적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작년 가을 (본부점거) 이후 시흥캠 계획에 상당한 재검토가 이뤄졌다”며 “공공성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추진위에서 기본계획을 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 측은 “시흥캠 추진 목적이 국제화부터 4차 산업혁명 대비까지 일관성 없이 바뀌어왔다”며 “시흥캠이 구체적인 계획과 필요성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이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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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마지막 회의가 열린 8월 10일, 회의장 앞에서 시위 중인 학생들 ⓒ최한종 기자



대규모 중징계, 소득 없었던 학생 참여권 확대 논의

  7월 21일 본부 징계위원회(징계위)가 본부점거에 참여했던 학생 12명에게 무기·유기정학 처분을 내리며 협의회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학생 측은 ▲본부점거와 해제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에 대한 총장의 사과 ▲학생 징계 백지화와 형사고발 취하 ▲시흥캠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학생 참여권 확대 등의 ‘학생요구안’을 본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본부는 학생 참여권 확대 이외의 안은 협의회 논의대상이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 학생 측은 신뢰회복 의지가 없다고 본부를 비판했다. 강유진 사회대 학생회장은 “본부가 시흥캠 추진과정의 문제를 인정했음에도 징계를 강행했다”며 “학생을 동등한 대화주체로 보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협의회 6차 회의에서 본부는 학생의 추진위 참여를 조건으로 학생 참여권 확대와 징계 선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근관 기획처장은 “본부가 징계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하려면 학생 측도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수빈(조소 11) 부총학생회장은 “추진위 참여와 징계를 맞바꿀 수 없다”고 역설했다. 총학생회는 8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징계 무효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양측의 대립 속에 핵심의제 중 ‘학생의 학교행정 참여 방안’에 대해서는 기존에 나온 학생의 평의원회 및 재경위원회 참여권 보장 등의 논의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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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배곧신도시에 위치한 시흥캠퍼스 신축부지 뒤로 아파트 단지가 늘어서 있다.
ⓒ최한종 기자



‘선도 프로그램’ 착수, 학생사회가 나아갈 길은

  학부생을 제외한 본부·교수·대학원 측 위원들이 시흥캠 실시협약 추진에합의하며 협의회가 종료됐다. 이근관 기획처장은 “학생의 문제제기에 본부가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강유진 사회대 학생회장은 “시흥캠의 무계획성을 재확인했고, 본부가 대화에 형식적으로 임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본부는 학내 이견이 적다고 판단한 ‘선도 프로그램’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교직원 아파트·대학원생 기숙사 등 주거시설 ▲고등교육혁신센터·교육협력센터 등 사회공헌시설 ▲연구개발시설 등이 포함된다. 이근관 기획처장은 “현재 실무준비 단계이며, 9월에 수요조사와 입지 선정 및 설계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생 측은 지난 4·4 총회 의결에 따라 실시협약 철회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추진위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실시협약 철회 기조를 포기하고 추진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 측 위원이었던 도정근(물리 15) 자연대 학생회장은 “본부를 감시하고 기숙사와 연구개발시설 유치과정에서 학생 실익을 보장하려면 추진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회장은 추진위 참여 여부에 대한 이견으로 협의회 위원직에서 중도 사퇴했다. 그러나 실시협약 철회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작년 10·10 총회와 올해 4·4 총회에서 실시협약 철회 요구가 학생사회의 중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반박한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실시협약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기조는 9월 이후 윤곽이 잡힐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