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호 > 학원
풀리지 않는 문제, 제2외국어 과목 수요와 공급 정원 초과 과목과 수요 적은 특수언어 과목에서 수강권 침해 우려돼
등록일 2017.10.23 02:55l최종 업데이트 2017.10.23 03:14l 박정은 기자(appleofmyey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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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학기 서울대에는 중국어, 스페인어부터 산스크리트어, 라틴어까지 총 19가지의 제2외국어 교과목이 개설돼있다. 그러나 제2외국어 강의가 수요보다 부족하게 개설돼 학생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원하는 강의에 사람이 몰려 초안지를 제출해야 하거나, 반대로 수강인원이 턱없이 적어 듣고 싶어도 폐강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수요가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인 제2외국어 강의 개설 실태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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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 교보문고에 진열된 다양한 제2외국어 교재들



수요 많은 제2외국어 강의, 증원도 강좌 증설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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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일부 제2외국어 교과목은 항상 정원이 초과돼 학기 초 몸살을 앓겪는다. 올해 2학기에 개설된 ‘초급스페인어1’ 강의 13개 중 8개에서 수강생 수가 정원(20명)을 초과했으며, 그중 3개는 정원의 50% 가량이 초과된 29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그나마 초안지 제도가 있어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도 강의를 들을 수 있지만, 이 또한 학생들의 수강권을 확실히 보장하지는 못한다. 학과, 수업, 강사마다 추가수강인원은 천차만별이고, 초
안지 수용인원도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제2외국어 강의 초과수요 문제는 단순히 인기강좌에 수강생이 집중됐다기보다, 여러 단과대의 졸업요건이 작동한 결과다. 인문대는 제2외국어 3개 과목, 자연대·공대·사회대·경영대는 영어와 제2외국어를 포함해 외국어 2개 과목, 자유전공학부는 제2외국어 1개 과목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곧 제2외국어 강의는 선택권의 문제를 넘어, 학생들의 졸업계획과도 밀접히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단과대별 졸업요건이 바뀌거나 수강정원 및 강의 수를 늘리지 않는 이상, 제2외국어 강의는 앞으로도 계속 수요에 비해 부족할수밖에 없다.


  기초교육원은 수강정원이나 강의 수를 늘리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기초교육원에 따르면 제2외국어 강의는 원칙적으로 수강정원을 늘려 대규모로 운영하지 않는다. 언어 습득을 목표로 하는 강의 성격상, 교수자와 수강생의 상호작용이 원활히 일어날 수 있는 소규모 수업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회화 능력 배양을 위해 편성된 원어민 교수자와의 랩(LAB) 수업 또한 소규모로 이뤄져야 효과적이다. 기초교육원이 설정한 제2외국어 최적 수강인원이 강의 당 15-20명 내외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강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정원을 두세 배로 늘리면 수업의 질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개설 강좌수를 늘리는 데에도 여러 제약이 따른다. 제2외국어 강의는 소규모로 이뤄져 여타 강의에 비해 교수자와 강의실이 배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150명의 수강인원을 감당하기 위해 대형 강의는 강의실 하나에 교수자 한명이 필요하지만, 제2외국어 강의에는 5-6배의 강사와 강의실이 요구된다. 대형 강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강의 증설은 강사 증원과 인건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초교육원 측은 ‘기초교육경비’가 제한돼있기 때문에, 제2외국어 강의 비용을 쉽게 늘릴 수 없다고 밝혔다. 기초교육원은 교양 교과목 개설 실적에 따라 단과대별로 기초교육경비를 배정하는데, 여기에 모든 단과대 예산이 얽혀있어 배분 비율
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 수강인원이 많고 강의 수요가 높다고 해서 곧바로 강의 수가 증가하진 않는다. 학사과는 3년간 수강정원 대비 최종 수강생 수에 따라 강의 수 증감을 산정한다. 2017년과 2014년을 비교했을 때, 대체로 강의 수에 변동이 거의 없었지만, 수요가 높았던 ‘초급중국어 1’과 ‘초급독일어 1’는 강의 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반면 지속적으로 수요가 초과했음에도 몇 학기째 증설되지 않은 ‘초급스페인어 1’ 등의 과목도 있었다. 제2외국어 관련 학과들은 대개 강의 증설을 반긴다. 서어서문학과 사무실은“초안지를 통해 학생들의 수강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지만, 강의 수가 늘면 스페인어 전공자에게도 기회가 늘기 때문에 과 입장에서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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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강의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은 학기 초 초안지를 통해 수강을 시도한다.



수요가 적은 특수언어 과목에서도 수강권 침해 우려돼


  반대로 수요가 너무 적어 수강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제2외국어 과목도 존재한다. 아시아언어문명학부나 언어학과에서 개설하는 아랍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스와힐리어 등의 ‘특수언어’ 과목은 매 학기 수강생이 5-10명 정도라 항상 폐강 위기에 놓여있다. 올해부터 폐강 기준이 수강인원 10명 미만에서 5명 미만으로 완화됐지만, 특수언어 과목이 이를 넘기는 쉽지 않다. 한 예로 현재 ‘고전그리스어 2’와 ‘스와힐리어 2’ 수업은 폐강 기준을 간신히 넘
어 각각 6명, 5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인문대 일부 전공에서는 특수언어가 사실상 필수 과목이기 때문에, 폐강이 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인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동남아시아, 인도, 서아시아 문명 전공은 2015년 진입생부터 전공외국어 세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고전문헌학 연계전공의 그리스어&라틴어 트랙은 ‘고전그리스어 2’ 또는 ‘라틴어 2’ 이수를 전공진입 요건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특수언어 과목에도 폐강 기준은 여타 강의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매해
15명 가량만 아시아언어문명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아시아언어문명학부는 다시 4개 세부전공으로 나뉘기 때문에 특수언어 강의가 폐강 기준 인원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2016년 2학기 ‘터키어 2’는 수강생이 8명에 그쳐 폐강됐다. 해당 강의는 터키어를 전공어로 선택한 아시아언어문명학부 학생에겐 졸업 필수 과목과 다름없었다. 또한 같은 학기에 ‘스와힐리어 2’도 수강생 1명으로 폐강됐다.


  이상민(아시아언어문명 15) 씨는 “폐강이 돼도 학교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아시아언어문명학부학생에겐 심화된 전공 공부를 위해선 전공어 습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폐강이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이 씨는 “학생들이 해당 지역 언어에 능통해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학교가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특수언어 과목 강사 A 씨도 “수강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는 제2외국어 과목에도 다른 인기 과목과 동일한 폐강 기준을 설
정하는 일은 수강생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특수언어 과목이 2학기에 1번 개설된다는점 또한 폐강의 여파를 더욱 강하게 한다. 격년으로 열리는 ‘힌디어’와 같은 과목도 있다. 긴 개설 주기로 인해 학생들은 필요할 때 강의를 수강할 수 없을 뿐
더러, 한 번 폐강되면 다시 개설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씨는 아시아언어문명학부의 전공어 이수 기준이 15학번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점차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언어 강의 수강생들은 폐강을 막기 위해 허수로 수강 인원을 채우기도 한다. 다른 학생에게 수강신청을 부탁해 폐강 기준 인원인 5명을 넘기고, 수강신청 변경기간 이후 폐강 처리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식이다. 그러나 이상민 씨는 “인원수를 채워줄 학생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폐강이 될 경우 강의 유지를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할 수도 있지만 성공 여부는 확실치 않다. 폐강 위기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담당 강사들에게도 큰 걱정거리다. 비전임 교원은 전임 교원과 달리 강의가 있을 때만 수임을 받기 때문이다. 연구프로젝트 참여 여부 등으로 전업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눠 강의료를 차등 지급하는 등, 본래 비전임 교원이 처한 상황에 더해 폐강으로 인해 수임이 줄어든다면 강사의 생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측은 수강하는 학생들이 적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특수언어 과목을 매 학기 개설할 순 없다고 설명한다. 특수언어 강사 A 씨도 “강좌를 증설하면 좋겠지만, 실제 수강생이 적다면 학교 측의 고민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상민 씨는 “강의 개설에 학생들의 학습권보다 행정편의가 우선시된다고 느낀다”며 전공생 수를 고려해 융통성 있는 조치를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