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보도 > 학원
차기 총장선출제도를 둘러싼 동상이몽 직선제 요소 확보에는 대체로 동의, 참여비율에서는 이견 보여
등록일 2017.11.27 16:14l최종 업데이트 2017.12.06 16:25l 최한종 기자(arias6431@snu.ac.kr)

조회 수:323


  총장선출제도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성낙인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총장선출을 위해서는 개정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총장선출 이후 현행 제도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구성원이 공감하지만, 구체적 입장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법인화법 시행과 간선제 총장선출

  작년 12월, <한겨레>는 故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들어 정권의 서울대 총장선출 개입설을 제기했다. 해당 일지의 2014년 6월 15일자 기록에는 ‘6/19(목) 서울대 총장 逆任(역임‧거슬러 임명함)’, 이사회의 선출 당일인 6월 19일자에는 ‘서울대총장’이라 적혀있었다는 보도((**)성낙인 총장은 이후 일지에 적힌 글귀가 역임(逆任)이 아닌 선임(選任)의 약자라 반박)였다. 실제로 2014년 6월 19일 이사회는 정책평가 순위에서 2위로 공연히 알려진 성낙인 교수를 총장후보자로 최종 선출했다. 성낙인 교수는 교육부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총장으로 최종 임명됐지만, 임기 중 시흥캠퍼스(시흥캠) 사태 등으로 학생들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2등 총장’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서울대에서 ‘2등 총장’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2011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 시행 전까지 서울대는 약 20년간 교원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해왔다. 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학 자율화 흐름 속에서 채택된 선출방식이었다.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 의장 유용태 교수(역사교육과)는 당시 “군사독재정부가 총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면서 총장직선제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자 “대학 자율화의 출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1년 법인화법 시행으로 서울대의 총장선출은 간선제로 전환됐다. 법인화법 제7조 1항은 ‘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이사회가 선출하여 교육부장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법인화법에 따르면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는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과 교직원 및 외부인사를 비롯해 30명 이내로 구성되며, 기타 세부 사항은 학교가 제정한 ‘서울대학교 총장추천위원회 규정(총추위 규정)’으로 결정된다. 총추위 중심의 간선제가 정착한 이후 최초로 실시된 지난 총장선출의 경우, 총추위는 이사회 추천인 5명과 평의원회 추천인 25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선출과정에서 총추위는 총장예비후보자 5명을 선정해 구성원을 대상으로 정책평가를 실시했다. 이사회에 추천할 3명의 최종후보자를 추리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취지였다. 이에 교수 222명(전체 교수의 10%)과 직원 22명(교수평가단의 10%)이 무작위로 선정됐다. 정책평가단은 5인의 후보자 중 오세정 교수를 1위, 성낙인 교수와 강태진 교수를 각각 4위와 5위로 평가했다. 그러나 정책평가단의 평가 이후 실시된 총추위 평가 점수를 합산한 결과 오세정 교수는 1위를 유지했지만 성낙인 교수와 강태진 교수가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총추위와 정책평가단의 최종 평가반영 비율은 6:4였다.


최한종 인포그래픽 4.jpg

▲ 지난 총장선출제도



  총추위는 이 세 교수를 이사회에 추천했고, 이사회가 성낙인 교수를 최종후보로 선출하자 학내에선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14년 이사회의 최종 선출 직후 실시된 교수협의회(교협)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4.78%(전체응답자 1,007명 중 753명)가 총장후보선출 과정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고, 교협과 민교협, 자연대, 사회대, 인문대 평교수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교수들은 대표성이 부족한 총추위가 정책평가에 개입했다는 점과 외부인사 포함의 이사회가 정책평가 순위를 뒤집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직선제와 간선제, 혹은 그 사이

  지난 선출에서 지적된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법인화법 개정을 통해 총장직선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교협 유용태 교수는 직선제가 “대학 자율성 보장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서울대 내부에서 최초의 법인화 구상은 1970년대 초반 총장직선제로의 전환 요구와 맞물려 나왔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인화와 직선제가 함께 요구됐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대학 자율성 확보가 법인화법의 목적이라면 총장 선출도 구성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JPG

▲학생들은 11월 24일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 시작 전, 동등한 참여비율의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벌였다.



  학생들도 학생참여 보장을 위해 총장직선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 법인화법 하에서 학생의 총추위 참여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난 선출과정에서는 정책평가에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법인화 이전의 교원 직선제가 아닌, 학생·교수·직원이 동등한 투표권을 가진 새로운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흥캠 사태로 학생사회와 본부의 갈등이 고조되며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서울대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공공모임)’ 고근형(조선해양공학 15) 회원은 시흥캠 사태에서 본부가 보인 비민주적인 대학운영을 비판하며 현재 “총장직선제를 통한 학생의 대학통제 참여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현동규(지구환경과학 15)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장도 주요 행정기구인 학사위원회, 재경위원회, 평의원회 등에서 학생참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총장선출 과정에 학생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논의는 현행 간선제 틀 안에서 총추위 개정을 개편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평의원회는 이사회‧교협과 논의를 거쳐 지난 9월 말 이사회의 재량을 줄이고 정책평가단 및 학생·직원의 참여 비율을 높이는 방향의 총추위 규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안은 ▲이사회의 총추위 추천 인원을 3명으로 축소(기존 5명) ▲정책평가에 총추위와 정책평가단의 평가를 3:7 비율로 반영(기존 6:4) ▲정책평가단 구성을 교원은 전체 전임교원수의 15%, 직원은 교원평가단의 12%, 학생은 교원평가단의 6%(기존 구성에서 교원은 전체 전임교원수의 10%, 직원은 교원평가단의 10%, 학생 미 참여)로 함을 골자로 한다.


2.JPG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임수빈 부총학생회장. 오른쪽부터 홍지수 대학원총학생회 사무총장, 조철원 교협 수석 부회장, 발제와 토론의 사회를 맡은 임홍배 교수



  이를 바탕으로 11월 24일 ‘서울대학교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의 주요 쟁점은 총추위의 권한과 정책평가단 구성 방식, 그리고 교수‧직원‧학생 간 참여 비율에 관한 것이었다. 교협‧총학생회‧대학원총학생회‧‘서울대학교노동조합(서울대노조)’은 모두 정책평가 과정에 전체 교수·학생·직원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총추위의 역할을 배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총추위 역할을 정책평가가 아닌 총장예비후보자 선정에 한정하고, 전 구성원의 정책평가 참여를 보장해 현행 간선제에서 직선제의 요소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반면 평의원회 이철수(법학) 부의장은 정책평가 과정에서 총추위 전면 배제는 법인화법과 서울대 정관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했다.


논란의 구성 비율, 그리고 논의에서 배제된 사람들

  한편 교수·직원·학생의 구체적인 참여비율에 대해서는 각 단위별 입장차가 현격히 드러났다. 교협이 교원과 비교원의 비율을 8:2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총학은 교수‧직원‧학생의 1:1:1 비율을, 서울대노조는 70:15:10 비율을 제시했다. 학생과 직원은 교수 비율 축소에 입을 모았다. 임수빈(조소 11) 부총학생회장은 “선출과정에서 어떤 한 집단의 반영 비율이 다른 집단보다 높은 것은 민주적이지 못하다”면서, 이런 구조 속에서는 “편향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귀환 서울대노조 위원장도 “지금까지 교수들이 의사결정구조와 지배구조를 독점해왔다”며 “장기적으로 교수의 참여비율은 과반 이하로 축소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평의원회안은 총장선출과정에서 학생 참여를 최초로 보장했지만, 학생 측은 참여비율 면에서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총학에 따르면 평의원회안 대로 정책평가단을 구성할 경우 교수는 330명, 직원은 40명, 학생과 동문은 각각 20명씩 정책평가에 참여한다. 현행 법인화법상 학생의 총추위 참여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 참여비율은 이보다 축소된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이러한 학생 참여비율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학생을 대학의 동등한 구성주체로 보고 있는지 아니면 교육의 단순소비자로 여기는 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노조도 직원참여 비율을 평의원회안보다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우성 서울대노조 부위원장은 “총장은 행정기구의 수장”이라며 총장선출결과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체는 직원임을 강조했다. 서울대노조는 지난 공청회에서 70:15:10의 비율을 제시했지만, 정귀환 서울대노조 위원장은 “이는 현실적으로 타협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제안”이며 “장기적으로는 직원의 비율을 더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참여비율은 구성단위 간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개정 논의과정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민교협은 지난 9월 초 직선제와 간선제 중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총투표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수합할 것을 본부에 제안했다. 민교협 유용태 교수는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간선제 유지를 전제로 세부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정부가 총장선출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대학이 스스로 자신의 자율성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개정 논의가 현행 법인화법의 틀 안에서 소극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다. 공공모임 고근형 씨는 이번 협의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된 점을 꼬집었다. 고 씨는 논의가 주로 교협, 평의원회, 총학생회 일부 임원 등 소수 대표자 사이에서만 이뤄졌을 뿐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논의진행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3.JPG

▲지난 5월 비학생조교의 총파업 출정식 모습. 평의원회안 대로라면 비학생조교의 총장선출참여는 배제된다.



  논의에서 배제된 사람들도 있다. 무기계약직, 자체직원 등 법인직을 제외한 학내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홍성민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 서울대지부장은 “총장선출제도 개정 논의 과정에서 대학노조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는 “비정규직원을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대에는 법인직원 1,060여 명에 더해 무기계약직 및 기간제근로자 1,450여 명, 비학생조교 250여 명, 용역‧파견근로자 7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 평의원회안 대로라면 이중 총장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직원은 전체 학내 노동자 수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법인직원뿐이다.

  논란을 뒤로 하고 총장선출제도 개정안은 12월 27일 예정된 임시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모든 학내 구성원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개정안이 마련될지, 이에 따라 모든 구성원의 인정을 받는 총장이 선출될지 주목된다.

(*) 정무수석으로 오기해 바로잡습니다.
(**) 성낙인 총장이 2016년 12월 12일 학내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반박한 내용을 추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