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호 > 학원
들쭉날쭉 공대 학생들의 진로 전망 산업 동향에 영향 받는 공학계, 불안정한 연구 환경 개선 필요해
등록일 2017.12.06 00:54l최종 업데이트 2017.12.06 20:57l 박정은 기자(appleofmyey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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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1일 공대 학생회는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공과대학 학생회 입장서'를 발표했다. 학생회는 입장서를 통해 정부의 급작스러운 탈원전 정책 결정이 기반 학문과 연구 환경을 위협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공대 학생 전반에게 경각심을 불러왔다. 정부 정책, 혹은 사회 변화로 소속 학과가 사양길에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핵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진로 고민이 늘었다. 박주룡(원자핵공학 14) 전 원자핵공학과 학생회장은 “최근 원자핵공학과 학부생들 사이에서 원자력 연구원 채용 수가 줄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불투명한 진로에 대한 걱정으로, 학과 내부에서도 탈원전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에 지원이 늘어나거나 전과하기로 마음먹은 학생들이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연관 산업 침체와 공학도의 고민


  비단 원자핵공학과만의 얘기는 아니다. 공대 학과들을 둘러싼 분위기는 해당 산업 동향에 상당 부분 좌우된다. 몇 년 사이 큰 부침을 겪은 조선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선업계는 2009년을 기점으로 불황에 접어들었다. 중국발 저가 노동력이 대두되는 동시에, 전세계적 경기 침체로 선박 발주량이 줄어든 결과다. 학과에도 여파가 미쳤다. 조선해양공학과 입시 경쟁률은 2008학년도 수시 특기자전형에서는 8.46:1을 기록했지만, 2018학년도 수시 일반전형의 경쟁률은 4.12:1로 하락했다. 김다민(조선해양공학과 16) 씨는 “경기상황을 보고 지원자가 주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타과로 전과를 신청한 학생도 불황 이후 꾸준히 있었고, 올해 들어서는 전과 규정이 강화되기까지 했다. 지난 10월 10일 조선해양공학과 홈페이지에는 “조선해양산업 자체가 주기성이 있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침체기와 맞물려 전과를 신청하는 학생이 늘고 있고, 입학 후 전과가 서울대 입학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과 규정 변경 공지가 올라왔다. 변경안에 따르면 전과 희망 학생은 신청 최소 1학기 전 교수 상담을 거쳐야 하고, 신청 시점 기준 조선해양공학 전공수업 13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학내 대다수 학과에 통용되는 전과 규정에 더해 조선해양공학과만의 높은 기준이 적용된 셈이다.


  학생들 스스로도 업계 전망을 낙관하지 않는다. 조선해양공학과 석사생 A 씨는 “조선업이 흥했던 2006년쯤엔 재학생들의 사기도 높고 취직 걱정도 적었다”며 “지금은 취직을 해도 10년 전보다 초봉이 줄었고, 예전에 비해 대학원에 오려는 학생이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조선업계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3년째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그 반대급부로 전공 학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취업을 앞둔 학부생 B(조선해양공학 11) 씨는 “한국 조선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고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에는 조선소에 취업하기보다 다른 업계 회사에 취직하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얼마 전 임기를 시작한 제31대 공대 학생회는 선거운동 당시 ‘기술고사·변리사 시험 준비 지원’을 진로 관련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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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자핵공학과 건물 내부 원자로 모형 ⓒ원자핵공학과 홈페이지

(아래)조선해양공학과 수조실험동(42동) 내부



학계의 극복 노력, 불안정한 연구 환경은 여전히 문제


  한편 관련 산업의 침체에도 학계 전망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연구를 심화하거나 다각화함으로써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황일순 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 소장은 원자력기술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납 냉각로, 냉각로 소형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신소재와 환경산업 분야에 활용되는 플라즈마 응용공학, 입자빔·레이저, 혹은 의료용으로 쓰이는 방사선도 원자핵공학계의 주된 연구 주제다. 조선해양공학과는 업계에서 손실을 발생시켰던 해양플랜트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원생 A 씨는 “정부연구소와 조선소 주도 하에 손실을 냈던 부분을 국산화하고, 기술을 개발해 수익을 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운항 상태를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스마트십(smart ship)’에도 새로이 주목하고 있으며,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에 발맞춰 친환경 선박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동향에 따라 연구 환경이 불안정해지는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듯 보인다. 대학원생 A 씨는 산업의 흥망에 따라 연구비 규모가 좌우된다며 “꾸준한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연구 성과도 나는데, 연구자 입장에서 이런 일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황일순 소장은 원자력계 침체와 맞물려 원자핵공학을 연구하려는 인재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최근 급작스러운 산업동향에 따라 공학계 학생들과 연구자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학과를 넘어 대학과 국가 차원의 연구 환경 안정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