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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3년, 평창캠퍼스의 오늘은 '투기성 팽창' 의혹과 '교육`연구 전문화' 사이, 시흥캠퍼스에 던지는 물음표
등록일 2017.12.06 23:31l최종 업데이트 2017.12.07 12:30l 최영락 기자(cyoungrak976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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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캠퍼스와 시흥캠퍼스는 그 밑바탕에 교육과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봅니다.”


  그간 평창캠퍼스(평창캠) 운영에 의문을 제기해온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이렇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 교수는 “평창캠 건설의 이면에는 ‘지역 살리기’를 명목으로 한 강원도 지역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추진과 지원이 있었다. 이에 학교 측에서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 캠퍼스를 갖게 되니,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지적은 지난 1년 학생들의 시흥캠퍼스(시흥캠) 투쟁에서도, 그에 앞서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평창캠은 교육, 연구, 산학협력을 동시에 수행하는 그린바이오산업 중심지를 목표로 건설됐다. 약 84만 평 부지의 캠퍼스에는 국제농업기술대학원(국농원)과 목장,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총 3개 기관이 들어서있다. 평창캠은 2009년 착공돼 2014년 6월에 완전히 준공됐으며, 그동안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3,000억 원 이상의 조성·운영비용을 지원해온 거대 캠퍼스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캠퍼스에는 그 크기만큼 다양한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준공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평창캠의 민낯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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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캠은 교육 및 연구 시설, 산학협력단지, 목장, 주거단지 등을 갖춘 약 84만 평의 거대 캠퍼스다.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예견된 유령캠퍼스? “교육·연구 위해 필요했던 확장이었을 뿐”


  무엇보다 꾸준히 나온 물음은 평창캠 건설이 본부의 팽창 욕구로 시작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최영찬 교수는 “접근성 개선을 목적으로 2003년 농생대가 수원에서 관악으로 이전했는데, 오히려 훨씬 먼 평창으로 농업 연구·실습시설을 옮기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의문을 표했다. 또한 최 교수는 당시 농생대 교수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보장된 평창캠 건설을 “하나의 업적 정도”로 여겼다며 평창캠에는 교육적인 고민이 부재했다고 주장했다.


  학생사회 또한 시흥캠 투쟁 과정에서 같은 맥락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윤민정 씨는 ‘시흥캠퍼스 협의회’에서 학생 측이 “재정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투기 식으로 캠퍼스 건설을 추진한다면 시흥캠도 평창캠과 같은 ‘유령캠퍼스’가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평창캠이 상주 인원이 얼마 없는 ‘유령캠퍼스’로 전락한 데에는 본부의 무분별한 확장 정책이 개입됐다는 시각이다.


  비판의 목소리들은 공통적으로 평창캠을 어떤 교육·연구 프로그램으로 채울 지에 대한 본부의 고민이 당초 부재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평창캠 목장장을 맡고 있는 임정묵 교수(식물생산과학부)는 이른바 ‘유령캠퍼스’ 의혹을 일축했다. 그에 따르면, 약 84만 평에 달하는 전체 부지에서 건물연면적은 5% 미만인 약 3만 평에 불과하며,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은 목장, 초지, 원형녹지나 자연생태농원이다. 임 교수는 “평창캠은 넓은 규모의 초지나 농장을 필요로 하는 현장교육 중심의 캠퍼스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사람이 적은 ‘유령캠퍼스’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평창캠은 농업 연구 특성상 토지 면적 대비 인구 밀도가 낮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임 교수는 “수원캠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목장이나 농업연구시설을 운영하는 데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며 평창캠으로 연구시설 이전이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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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캠의 목장은 질병 없는 동물을 기업이나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청정 핵군 목장'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엇갈리는 의견 사이에서 확실한 사실은 과밀화된 관악캠퍼스(관악캠) 내에 신규 건물이 들어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경민 교수(환경계획학과)는 “관악캠에는 너무 많은 건물들이 복잡하게 들어서 있어 난개발이라 불릴 만하다”며 “새로운 시설과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새 부지로의 확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실습시설, 목장의 이전을 위한 새 캠퍼스 부지의 필요성만큼은 분명히 존재했다는 주장이다.



‘학·연·산 클러스터’ 평창캠, 학업·연구·산학협력 실태는?


  계획이 부실했다는 의혹을 일부 벗어던지더라도, 평창캠이 과연 교육과 연구 목적의 전문 캠퍼스로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실제로 평창캠은 ‘현장중심의 미래 지속가능 그린바이오산업 첨단 학업·연구·산학협력 클러스터’를 자임한다. 하지만 평창캠 스스로 내건 이 이름표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교수, 학생, 그리고 입주한 기업 수가 빈약한 캠퍼스에서 교육·연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의심이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 2015년 서울대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평창캠 업무만을 전담하는 전임교원(교수진)은 7명(평창 및 관악캠 겸무는 7명), 비전임교원은 16명에 불과했다. 학생 유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2학기에는 모집인원 15명 중 7명이 입학했고, 2015년 1학기에는 모집인원 20명 중 9명만이 입학했다. 입학생이 정원의 절반에 채 못 미친 셈이다. 캠퍼스에 입주한 산학협력 기업체 13곳 중 11곳은 단순한 공간임대에 그쳤다. 여기 더해 올해 9월 기준으로 5명의 직원(관악캠 겸무 직원 1인, 지원 근무 1인)이 관악캠 3분의 2 규모인 평창캠의 행정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최영찬 교수는 “평창캠은 수도권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며 교수, 학생 수가 빠르게 채워질 수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기업의 연구소는 상품 원료의 산지, 혹은 생산 공장이 있는 곳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데, 기업들이 굳이 평창에 새 연구소를 세워서 입주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평창캠 산학협력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국농원의 필요성에도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국제농업은 관악캠 내에서도 국제대학원과 농생대 간의 융합, 협력을 통해 충분히 연구할 수 있다”며 국농원 신설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에 박사과정이 개설돼있지 않아 2년제 석사과정을 마친 졸업생이 학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그러나 평창캠 측은 대학원 전망이 밝다는 입장이다. 국농원이 2014년 2학기에 개원했다 점을 감안할 때, 2015년 국정감사 당시는 평가를 내리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었다는 반박이다. 이석하 국제농업기술대학원장은 “예정된 25명의 전임교원 정원 중에서 20명을 초빙한 상태고, 현재 1명을 더 초빙하고 있는 중”이므로 교수진 구성에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입학률도 상승세다. 2016년 전기부터 대학원생 입학 경쟁률이 1:1을 넘어섰고, 2017년 2학기 현재 석사과정에 학생 58명(외국인 8명)이 재학 중이다. 이 원장은 “국농원은 타 이공계 전문대학원에 비해 10-25% 수준인 5-6천만 원 수준의 법인예산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성과는 다른 전문대학원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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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농업기술대학원 강상기 교수가 '서울대학교 통계연보 2015년판'을 참고해 작성한 그래프. 이에 따르면 평창캠 교원들의 연구 성과는 서울대 내 다른 전문대학원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강상기 교수



  평창캠 측은 의혹과 달리 산학협력도 활성화돼있다고 주장했다. 최인규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장은 “현재 산학협력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이 39개, 입주기업은 8개”라며 13개 기업이 입주했던 2015년도에 비해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입주기업의 대부분이 공간임대 형태를 띠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초기 투자 부담이 적은 창업보육 유형(공간임대)으로 산학협력을 시작해서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단계적으로 공동·단독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그는 기업들이 평창캠에 입주할 요인이 적다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평창은 다양한 농림축산물이 풍부해 기능성·치유 식품, 신소재 개발 등 고부가 미래 성장산업에 유리한 입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찬 교수의 지적과는 달리, 최인규 원장은 산학협력의 성패가 원료 접근성이 아닌, 연구력 및 연구 성과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평창캠은 최첨단 기기를 마련해 연구개발에서부터 시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평창캠 측은 국농원 설립이 불필요했다는 최영찬 교수의 문제제기가 실정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석하 국농원장은 “국제대학원과 농생대 교수진이 협력해서 부분적으로 국제농업 사안을 다뤄온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농업 기술 원조나 글로벌 농업만을 연구할 전문 인력 자체는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전했다. 국제농업에 특화된 연구진 육성을 위해서 국농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임정묵 교수는 “2~3년 정도로 대학 캠퍼스의 성패 여부를 평가할 수는 없다”며 당장의 결과보다 캠퍼스가 성장해가는 과정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교육에 대한 고민 바탕으로 캠퍼스 만들어야


  평창캠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무계획성 캠퍼스 확장’이라는 비판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평창캠에 대한 비판은 시흥캠 투쟁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됐다. 시흥캠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은 평창캠과 시흥캠 모두 외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교육과 연구에 대한 고민 없이 건설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윤민정 전 본부점거본부장은 “시흥캠 건설 의도는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화’였다가, 어느새 ‘4차 산업혁명 준비’로 바뀌었다. 단순한 팽창 이외의 명확한 계획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본부 측은 시흥캠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사실과 다르다고 맞선다. 시흥캠퍼스 추진본부 김영식 팀장은 “캠퍼스 계획은 구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을 일축하며 “관악캠에 새로운 건축물을 지을 토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시흥캠은 2007년부터 첨단 융복합 연구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준비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희수 담당관은 “시흥캠에 데이터사이언스 전문대학원과 평화통일 전문대학원, 최첨단 연구실을 설립해 창조적인 미래형 교육·연구를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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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시흥시장은 지난 11월 27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시흥캠퍼스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토목공사가 이미 49.5%의 공정률을 보이며 진행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최한종 기자



  현재 본부는 시흥캠 부지에 연약지반처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흥식 시흥시장은 11월 27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11월 24일 기준으로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토목공사가 이미 49.5%의 공정률”을 보이며, “(시흥캠에 들어갈) 53개 프로그램이 지금 논의 중”이라고 발언했다. 김 시장은 서울대가 시흥캠에 도입할 사업을 12월 중 확정해 2월께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일정이라고도 말했다.


  평창캠을 둘러쌌던 의혹을 다시 마주하지 않으려면 시흥캠 건설에 충분한 의견수렴과 정책적 고민이 요구된다. 김경민 교수는 “결국 캠퍼스들을 통합적인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본부 차원의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행대로 향후 5년간의 계획만 수립한다면 장기적인 캠퍼스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부재할 경우 시흥캠에도 ‘유령캠퍼스’란 의혹이 일 것이라고, 평창캠은 서늘한 충고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