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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옆에 학생 있다 대학의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속 돋보인 노학연대
등록일 2018.03.08 14:36l최종 업데이트 2018.03.14 20:20l 최한종 기자(arias643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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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시내 여러 대학이 부족한 재정을 이유로 청소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퇴직자 자리를 단기알바 혹은 근로장학생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청소노동자는 단기알바나 근로장학생으로의 대체가 기존 노동자의 업무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자에게는 학생이 가장 큰 힘이 됐다. 학생은 주로 고령인 청소노동자와 함께 본관을 점거해 철야농성을 벌이고 새벽마다 선전전에 나섰다. 학생은 왜 노동자와 함께할까. 동국대, 고려대, 연세대, 그리고 서울대에서의 노동자와 학생 연대를 그려봤다.


동국대, 연대로 따뜻한 본관

  동국대는 지난 12월 말, 8명의 청소노동자 퇴직 자리를 청소근로장학생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청소용역업체도 ‘태가BM’으로 바꿨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숙련되지 않은 근로장학생이 투입되면 기존 노동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이유였다. ‘태가BM’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학교병원에서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업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노조 측은 원청인 동국대의 총장을 만나기 위해 점심마다 피켓 시위를 벌였다. 상황에 진전이 없자 1월 26일 본관 1층을 점거했다.

  50여 명의 학생이 청소노동자와 함께 본관에 진입했다. 학생을 중심으로 한 ‘동국대 청소노동자 인원충원문제 해결을 위한 동국인모임(동국인모임)’이 이미 꾸려진 뒤였다. 분쟁이 시작되며 노동자가 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학생은 모임 결성으로 화답했다. 그동안 동국대 청소노동자와 대학본부 간 마찰이 잦으면서 학생과 청소노동자와의 대화가 상시 있어왔던 터라 모임 결성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노학(勞學)은 특별한 형식을 빌리지 않고도 수시로 밥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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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생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연대 문화제'를 찾은 노동자와 학생



  본부와 노조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거는 장기화됐지만, 학생이 여전히 힘을 보태고 있다. 매일 10명에서 15명의 학생이 본관 농성장에서 밤을 샌다. 학생은 대부분이 고령의 여성인 청소노동자를 ‘어머니’라 부르고, ‘어머니’는 농성장의 더운밥을 학생에게 나눈다. 본관에서 만난 이재민(동국대 사회학과) 씨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는 학교생활을 하기 싫어서” 청소노동자와 연대한다. 그는 “학교가 청소노동자와 학생 간 싸움을 붙이기 위해 청소근로장학생 공고를 냈지만 학생들은 (청소노동자와) 모두 함께 살아가는 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연대 다짐은 온라인 공간으로도 확장됐다. 지난 1월 말, 익명 게시판인 ‘동국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나는 부끄러운 사람입니다”라 시작하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일하고, 3만 원의 일당을 받는 청소근로장학생 모집공고를 보고 ‘좋은 돈벌이’라 생각해 지원했다. 그런데 면접을 보러 찾은 본관에는 청소노동자가 퇴직 일자리를 충원하라는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지인을 통해 본관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게 된 글쓴이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쓰레기 몇 개 줍고 큰돈을 받는 좋은 기회이지만 어머님(청소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일이 늘어나고 지금보다 더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면접에 끝내 불참했다.

  동국인모임은 본관의 상황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지난 2월 8일 ‘학생과 노동자 간담회’를 열었다. 학생과 노동자는 농성장에 조별로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농성장 방문이 처음인 학생도 있었고, 무작위로 조 인원을 배정해 처음 보는 사이가 많았지만 분위기는 금방 화기애애해졌다. 학생이 첫 질문으로 ‘어디에서 일하는지’를 묻자, 경영관에서 일한다는 청소노동자 이옥선 씨는 일하는 곳에서 학생과 어울려 생활하는 게 좋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옥선 씨가 오전에 일을 하면 학생이 다가와 “어머니 저 왔어요”라고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학생은 또 이 씨가 인사를 잘 받고, 잘 해준다며 ‘긍정의 힘’을 준다고 좋아한다. 간담회에 참가한 송지영(동국대 국문학과) 씨는 “어머님(청소노동자)들은 항상 저희(학생)에게 고맙다는 말만 하지만, 저희가 오히려 고맙다”며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어머님들을 보며 항상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연대는 문화행사로 꽃을 폈다. 2월 13일, 상황에 진전이 없어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던 본관은 청소노동자와 학생의 연대 문화제를 찾은 120여 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학생들의 연대발언에 몸짓 공연이 이어졌다. 문화제는 학생과 청소노동자가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개사해 합창하자 절정에 다다랐다. 노동자는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청춘 / 빗자루에 쓸려간 꽃다운 내청춘”이라 불렀고, 학생은 노동자에게 “동지여 노동자여 서러워마라 / 당신들은 우리들의 진정한 선배님이다”라는 가사로 답했다.


ㅎ_ㅎ-3.JPG 노동자와 학생은 문화제에서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개사해 합창했다.



  노학연대는 깊어가지만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본부와 노조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동국대 이관제 대외부처장이 청소노동자의 농성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메일을 동문들에게 보냈다. 지난 수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청소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학교가 감당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동국인모임은 본부 측이 얼마 전 “교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5급 이상 고위직의 자리를 늘린 점을 꼬집었다. 모임은 “낮은 직급 직원들은 자신들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험에 빠뜨리고 임금을 많이 받는 고위직을 높이다니, 재정이 줄어드는 조직의 생리는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노동자와 학생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본관의 바닥을 함께 데울 계획이다.


노학연대가 일궈낸 고려대의 합의, 함께 나아갈 길이 남은 연세대

  지난 1월 28일, 고려대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지지 및 연대 확장을 위한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고려대가 퇴직하는 청소노동자 10명의 자리를 단기알바로 대체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한지 한 달 만이다. 그간 노조는 이에 반발해 점심 피켓 시위, 단기알바 업체의 출근을 저지하는 오전 선전전 등을 벌여왔다. 공교롭게도 전학대회 안건 통과 이틀 후(*), 고려대는 단기알바로의 대체 계획을 철회했다.

  전학대회에서 노동자 관련 안건이 통과된 건 6년 만이다. 마지막 노동자안건은 지난 2012년 청소노동자 임금투쟁과 시간강사문제 관련 건이었다. 이번의 압도적 가결에 대해 ‘고려대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학대위)’ 연은정(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연락간사는 “학생이 이번 사안을 자신의 문제처럼 이해한 부분이 컸다”고 설명했다. 연 간사에 따르면 단기알바로의 대체는 청소서비스의 질을 낮춰 학생의 교육환경 악화로 이어질 게 뻔했다. 또, 학생들 사이에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명목으로 1회성 저질 일자리인 단기알바를 자발적으로 투입하는 것에 반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새나왔다.

  전학대회 전부터도 학생은 노동자와 함께했다. 특히 학생은 단기알바업체 출근저지시위에 큰 힘을 보탰다. 노동자와 조를 짜 기존에 전일제 청소노동자가 근무하던 건물로의 알바업체 출근을 막았다. 알바업체는 주로 학생이 지키고 있지 않은 건물을 골라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 직원과 기존 노동자, 학생 간 충돌이 잦았다. 연은정 연락간사에 따르면 어느 날 알바업체 직원이 “여기 학생 없어”라고 외치며 들어온 건물에는 노동자 뿐 아니라 학생도 있었고, 양측의 충돌로 학생이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다.

  추운 날씨 속 싸움은 거칠었지만 학생은 지난겨울이 함께여서 따뜻했다고 말한다. 본부와 노조 간 협상 타결 이후 고려대에서 열린 투쟁 결과 보고대회에서 학대위 소속의 한 학생은 “오전 10시 선전전을 갈 때마다 손도 얼고 말도 잘 안 나왔지만, 따뜻한 36.5도의 동지들 난로가 있어서 뜨거운 겨울이었다”고 말했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도 이 자리에서 “오전 선전전(출근저지시위)에서 졸다가도 깨보면 앞에 어머님(청소노동자)들이 가져다주신 난로가 놓여있었다”며 앞으로도 총학생회가 청소노동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고려대에서는 합의가 나왔지만 연세대의 사정은 좋지 않다. 연세대도 퇴직하는 청소노동자 자리를 단기알바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는 반발해 1월 16일부터 본관 바닥에 눌러 앉았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는 파업에 들어가지 않고 낮에는 청소 일을, 밤에는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연세대에서도 노동자와 학생은 함께한다. 학생은 농성장, 기자회견, 피켓 시위에서 늘 노동자 옆에 있다. 노동자와 학생, 시민단체로 이뤄진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노학연대의 중심이다. 공대위는 학생과 노동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더 많은 학생의 지지를 위해 학생회에 연서명을 제안하고, 학교 안팎에서 노동자의 점거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유인물을 배포한다.

  학교 측은 노동자와 학생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높은 등록금과 취업난 등으로 넉넉하지 못한 학생의 처지를 파고든다. 공대위 소속 오제하(연세대 사회학과) 씨에 따르면 얼마 전 학교 측은 학생대표자와의 면담 자리에서 ‘재정이 부족하지만 학교는 학생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등록금을 올리고 싶지 않다. 그런데 지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오 씨는 학교가 지난 몇 년간 등록금 인상을 시도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노동자들 인력 감축하는 학교가, 과연 학생 등록금 인상을 하지 않으려 할까”라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는 “학생과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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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투쟁승리를 위한 지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공대위 소속 오제하 씨



  오제하 씨의 조부모도 청소경비노동자였다. 노동환경이 열악했고, 퇴직 이후의 삶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한 오 씨는 학교 안에서 조부모와 같은 사람들을 봤다. 자연스레 이들의 투쟁에 함께했다. 2017년 청소노동자의 임금투쟁에 함께한 오 씨는 “이름도 없는 철제 휴게실 안에서 유령처럼 존재했던 청소노동자들이 전국의 최저임금을 흔드는 것”을 봤다. 17년 당시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는데, 싸움 끝에 연세대 청소노동자 임금이 올해 최저임금 수준인 7천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오제하 씨는 개인적인 공감이 연대를 이루고, 결국 사회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연세대의 노학연대가 다시금 ‘희망’이 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서울대의 ‘빗소리'

  서울대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리를 전하는 사람들, ‘빗소리’가 있다. 지난 2016년 학교 셔틀버스 하청업체 ‘제로쿨투어’ 소속 노동자의 분신사건이 있은 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스누라이프’를 통해 모인 게 빗소리의 출발이었다.(<서울대저널> 135호, ‘입구역 낯선 셔틀버스는 어디서 왔을까’). 빗소리는 노동자와 학생의 간담회를 열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노동자 인터뷰를 공유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구성원에 전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는 청소·경비·기계·전기 등 시설분야를 담당하는 학내 용역·파견 노동자 760여 명을 정규직 전환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정년도 청소·경비 노동자는 65세, 기계·전기 노동자는 60세로 보장됐다. 동국대, 연세대 등 고용문제로 본부와 청소노동자 간의 갈등이 첨예한 대학에 비해 나은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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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져 내용물이 새나오는 쓰레기봉투 ⓒ빗소리 페이스북



  그럼에도 노만영 빗소리 공동대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다고 말한다. 노 공동대표에 따르면 노동현장의 안전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빗소리가 연 ‘자연대 청소노동자와의 만남’에서 한 노동자는 쓰레기봉투에 학생이 실험에 사용한 주사기가 담겨 있어 찔리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간담회가 없었으면 학생이 듣지 못했을 이야기다.


  노동자와 연대하는 이유를 묻자, 노만영 공동대표는 “빗소리라는 공동체를 통해 삶에 대한 위로를 받는다”고 답했다. 노 공동대표는 빗소리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그러나 각자 삶이 힘든 이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위안을 주는 것을 봤다. 노학연대가 아직 뜨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기자의 착오로 본지에는 '5일 후'로 표기돼 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