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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카메라가 '불편한 사람들'
등록일 2018.03.08 14:32l최종 업데이트 2018.03.08 14:32l 김가람 기자(1004g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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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하고 사용하세요. 불편한 사람들이 확인했습니다.”


(1) 불편한 사람들 스티커 2.jpg

화장실에 붙은 몰래카메라 탐지완료 표식과 나사못 스티커. ⓒ불편한 사람들 페이스북



  새해 무렵 학생회관과 관정도서관, 중앙도서관 화장실에는 몰래카메라 탐지 완료 표식이 붙었다. 소형 몰래카메라가 들어갈 수 있는 나사못과 작은 구멍은 혹시 모를 카메라 설치를 방지하기 위해 “확인 완료” 스티커로 가려졌다. 학내 화장실 몰래카메라 탐지의 주인공은 서울대 창업팀 ‘불편한 사람들’의 김기태 팀장(재료공학 13)과 팀원 유가온(컴퓨터공학15), 정혜선(자유전공 14), 그리고 김재환 씨.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개발하고 탐지정보를 공유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불편한 사람들'은 개발된 시제품 확인 차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일부 건물에서 몰래카메라 탐지를 진행했다.

  ‘불편한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예민하게 포착해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이란 의미다.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몰래카메라 탐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김기태 팀장은 간단한 공학 지식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탐지기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에 의문을 가졌다. 시중에 유통되는 몰래카메라 탐지기의 시세는 40만원. 김 팀장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수의 사용자만이 몰래카메라 탐지기술을 접할 수 있는 것, 나아가 그 탐지 결과가 공유될 장 또한 부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김 팀장은 이러한 현실로 인해 “여성의 불안은 가중되고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허출원을 앞두고 있는 ‘불편한 사람들’의 시제품을 시중가의 1/10 선의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감을 내비쳤다.

  탐지기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탐자기에서 나오는 적외선 빛을 통해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직접 건물을 탐지했던 김 팀장은 화장실 한 개를 조사하는데 2분 남짓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통해 생물학적 남성으로서 평소 체감하기 어려웠던 여성의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김 팀장은“몰래카메라 탐지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사회에 있다”며 “불편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학교와 사회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 탐지기 사업은 사업이 진행될수록 시장 내 몰래카메라가 줄고, 탐지기 판매가 저조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산업인 것이다. 하지만 김기태 팀장은 사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성 안전과 관련한 사업은 시장규모가 작아 들어가려는 사람이 없는 분야”라며 웃던 김 대표는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원동력”이라며 목표를 되새겼다. ‘불편한 사람들’은 주 고객을 여성 개개인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공공기관과 제품판매를 연계해 학교에선 학생회와 본부가, 일터에서는 기업이 몰래카메라 방지에 힘 쓸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탐지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도 함께 개발 중이다.

  ‘불편한 사람들’의 최근 고민은 원활하지 않은 인력동원이다. 상근자가 김 대표 한 명뿐인 상황에서 몰래카메라 탐지를 소수의 팀원이 도맡아야하는 어려움도 겪는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사업 지속에 대한 김 대표의 의지는 여전히 굳건하다. 그는 “사업의 취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힘이 된다”며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