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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쓸 수 없는 장애인전용화장실 인권센터의 '장애인전용화장실 실태조사'
등록일 2018.03.08 14:42l최종 업데이트 2018.03.29 12:59l 최한종 기자(arias643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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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의 ‘장애인전용화장실 실태조사’ 결과보고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조사결과를 <서울대저널>에 제공해준 인권센터와 턴투에이블, 자원봉사자께 감사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인권센터)’는 올 겨울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에이블’과 협력해 장애인전용화장실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학내에는 장애인이 사용하기 힘든 장애인전용화장실이 많았다. 설치된 장애인전용화장실 수의 건물별 격차가 컸을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만 설치되거나 각종 적재물로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화장실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관악캠퍼스 내 건물의 절반가량인 61개 건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나머지 건물에 대한 2차 조사는 여름 중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 결과로 드러난 학내 장애인전용화장실의 문제점과 남은 과제를 살펴봤다.


찾을 수 없고, 비좁고, 적재물로 가득찬 장애인전용화장실

  장애인전용화장실은 비장애인 화장실에 있는 장애인 칸과 구별된다. 장애인 칸은 다른 칸보다는 넓지만 휠체어의 회전반경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안전바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비장애인 화장실로부터 독립된 장애인전용화장실의 설치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장애인전용화장실은 그 위치를 아는 것조차 어렵다. 본부 제작 <서울대 캠퍼스 맵> 어플리케이션에 위치가 표시돼 있지만 조사 결과 부정확했다. 건물별로 장애인전용화장실 수의 격차도 컸다. 법학도서관(72동)에는 총 11개의 장애인전용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반면, 사회과학대학(16동)과 체육관(71동) 등 22개 건물에는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장애인전용화장실을 겨우 찾더라도 들어갈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입학본부(150동) 1층과 언어교육원 CJ어학관(137-1동) 지하 1층의 장애인전용화장실은 통로가 비좁아 휠체어로 진입이 어렵다. 문을 열기 힘든 화장실도 많았다. 자동문이 가장 좋고, 수동문이라면 휠체어 이용자가 쉽게 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문대학(5동) 1층, 미술대학(51동) 1층의 장애인전용화장실은 문이 무거워 열기 힘들었고, 인문사회계 멀티미디어강의동(83동) 4층에 위치한 장애인전용화장실의 문에는 바깥 손잡이가 없어 경첩을 눌러야만 열 수 있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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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대학원(221동) 2층에 위치한 장애인전용화장실. 적재물로 휠체어 이용자의 사용이 어렵다.



  막상 들어간 화장실은 청소용품으로 가득 차있기 일쑤다. 청소도구 뿐 아니라 개인물품도 상당수 보였고, 샤워기가 설치된 화장실도 있었다. 청소노동자에게 주어진 공간이 부족해 장애인전용화장실에 적재물을 둔 것이다. 청소노동자는 장애인전용화장실을 휴식공간으로도 사용한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인권센터와 자원봉사자는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인권센터 김인희 전문위원은 “장애인 화장실 적재물을 치움으로써 청소노동자들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공간을 더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화장실 자체의 문제를 넘어, 화장실 진입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됐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주성현(자유전공 15) 씨는 “실질적인 (장애인전용화장실) 사용이 가능하려면 건물 출입구의 경사로, 엘리베이터의 설치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음악대학(54동) 1층의 장애인전용화장실은 진입로가 모두 계단으로 이뤄져 있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고, 인문대학(1동)은 건물의 출입문이 무거워 휠체어 이용자의 진입이 어려웠다. 이밖에도 화장실 내 안전바 상태 불량, 각도 거울(휠체어 이용자가 거울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각도가 조절되는 거울) 미설치, 지나치게 먼 휴지걸이 등이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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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대학(54동) 1층의 장애인전용화장실은 진입로가 모두 계단으로 이뤄져 휠체어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조사에서 변화까지

  2016년 말 인권센터는 턴투에이블과 함께 학내 장애인 이동권 조사사업을 이미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관정도서관,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학생회관 등 학생들의 출입이 잦은 건물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장애인 이동 환경을 살폈다. 그러나 하은빈 턴투에이블 회장(*)은 “지난 2016년 조사로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 회장에 따르면 대학본부 측은 조사 사업의 실시 여부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장애인 생활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인권센터와 턴투에이블의 조사 주제 논의과정에서, 휠체어 이용자인 하태우(심리 10) 턴투에이블 전 회장은 지체장애 학생이 학교생활에 있어 가장 불편을 겪는 문제는 화장실 이용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센터도 의견을 받아들여 주제가 좁혀졌다.

  조사 이후 개선을 위한 계획도 잡았다. 휠체어 이용자가 실제로 사용가능한 화장실 정보의 제공이 첫걸음이다. 사용이 편리한 장애인전용화장실의 건물별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나 자료 제작이 계획돼 있다. 나아가 김인희 전문위원은 발표회나 토론회, 보고서 발간을 통해 학내구성원과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조사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선 대학본부에 시정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가 자원봉사자와 턴투에이블 학생들에 의존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하은빈 턴투에이블 회장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책임은 본부에 있다”며 “학교 측에서 충분한 인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학내에 있는 모든 건물을 전수조사해서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면으로 보도된 것과 달리, 하은빈 턴투에이블 회장은 지난 2016년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기자의 착오로 잘못된 정보를 전해드렸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하은빈 회장께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