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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학생모임, 맘인스누
등록일 2018.04.09 15:20l최종 업데이트 2018.04.10 17:04l 김건우 기자(kon951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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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레문예관(67동) 다향만당에 깔린 짙은 차향에 웃음소리와 칭얼대는 아기 소리가 뒤섞였다. 중앙 마루에는 대학원생들이 빙 둘러 앉아 모처럼의 휴식을 가지고 있다. 모퉁이에 눕혀놓은 아기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들은 서울대 부모학생 협동조합 ‘맘인스누(Mom in SNU)’ 조합원이다.

  부모학생은 연구와 육아를 병행하기에 힘든 점이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내 모유수유실 설비나 육아휴학 등 부모학생을 위한 학내 복지 여건은 열악하다. 고민을 함께할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느낀 서정원(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졸) 초대 대표는 발로 뛰며 학교 곳곳에 전단지를 붙였다. “찌라시로 시작했다”는 맘인스누는 현재 온라인 카페 기준 300명,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기준 100명 정도의 부모학생들이 참여하는 조합으로 성장했다.

  맘인스누에는 격주로 진행하는 정기모임과 더불어 다양한 소모임이 있다. 35동 옥상텃밭 가꾸기, 화장품·비누 만들기, 돌잔치 준비, 초·중등생 학부모 모임, 가족생활동 및 학교 어린이집 모임에 재테크방까지 있다. 한 사람 당 보통 3-4개 소모임에 포함돼있다. 가족 단위로 봄에는 소풍을, 가을에는 한복 촬영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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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인스누 조합원들이 다향만담에서 정기모임을 가지고 있다.


  맘인스누에서 조합원들은 부모이자 학생으로서의 모든 삶을 나눈다. 육아 관련 논문과 교재를 공유하고, 교수 임용 준비경험, 면접수기도 나눈다. 연구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대화방 '연구살롱'에서 자기 분야의 논문과 자료를 공유한다. 품앗이 활동도 많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땐 서로 아이를 돌봐주고 아이들 영어교육도 해준다. 이진화(디자인학부 박사과정 수료) 임시대표가 맘인스누를 함께 아이 키우는 “마을”이라 부르는 이유다.

  조합원들은 출산 및 육아로 인한 2년여 간의 연구 단절이 연구자에게 치명적이라며 학내 복지제도가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점당 등록금제가 있다면 최소학점을 들으며 연구 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조산을 해도 휴학을 피할 수 있다. 자기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영아 어린이집, 학교 도서관 근처의 돌봄·위탁 공간도 필요하다. 임신과 육아에 대한 교수의 태도가 연구 환경을 크게 좌지우지하는 만큼 보다 근본적으로 부모학생을 둘러싼 학내 문화가 변해야 한다. 맘인스누에 따르면 “애를 낳고 공부하는 걸 환영하고 응원”하는 교수도 있는 반면, 임신소식을 접하자 “책상 빼도 되니”라고 물어본 교수도 있었다.

  맘인스누가 조합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아기를 뒤집어주고 있던 한 조합원은 “거창한 얘기 안하겠다”며 “맘인스누는 심리적 지지자이자 위로”라고 했다. “애 낳았을 때 초반에 우울하고 많이 힘든데, 이 때 누군가한테 말하는 게 중요하다”며 맘인스누가 “힘들 때 힘들다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워킹맘’ 친구들도 “팔자 좋다”, “편하게 공부하잖아”처럼 상처 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고 한다. 이 대표는 부모학생이 “돈을 받지 않고 오히려 돈을 내며 일하는 직업”이라며 같은 입장에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는 부모학생 모임에 고민을 터놓게 된다고 한다. 부모이자 연구자로서 분투하는 이들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