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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봉사를 꿈꾸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람들 공공성 확보의 명분 글사공, 그 안에서 외면받는 노동자들
등록일 2019.04.17 02:11l최종 업데이트 2019.04.19 14:34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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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공은 ‘사회적 책임성과 혁신적 전문성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대학사회공헌의 사회적 실험실이자 상생적 허브기관’이라는 비전 아래 2013년에 설립된 본부 산하기관이다. 학내의 봉사 관련 교과목을 맡고 사회공헌기획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케냐, 중국, 네팔등 해외로 떠나는 SNU글로벌봉사단까지 운영하는 등 사회공헌사업의 종류도 다양하다.

  글사공과의 계약이 4월 30일 만료되는 최태훈 씨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서울대는 자체직원이라는 기괴한 직군을 만들어 신종 카스트 제도처럼 (글사공 직원들이)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혜택마저 누리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사회공헌 단장(단장)에게 고용된 글사공 직원들이 자체직원이라는 이름 아래 겪는 부당함에 신음하고 있다는 뜻이다. 밖으로 뻗어나가는 글사공의 손길이 정작 글사공 내부에는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소모품 취급받는 직원들

  글사공 소속의 직원 16명 중 15명은 2년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계약직이다. 유일한 법인직원인 행정팀장은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회계 부문을 담당한다. 지속적이지 않은 고용은 직원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글사공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업무를 익히는 데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1년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2년 계약은 기존의 업무를 따라가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받는 보수 또한 열악하다. 글사공의 한 직원은 한 달에 224시간을 근무하지만 본인의 월급이 220만원이며, 시급으로 전환하면 약 9,800원 이라고 밝혔다. 19년 최저임금인 시급 8,350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낮은 임금에 비해 요구되는 노동강도는 지나치게 높다. SNU글로벌봉사단은 보름 정도의 해외일정 동안 30명의 학생을 단 한 명의 직원이 인솔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책임자인 직원은 사실상 24시간 근무나 다름없다는 것이 당사자의 말이다. 해외 일정의 대가도 1일 20달러에 불과하다. 해외팀 직원 A씨는 “당장 학생 한 명이 아프면 병원으로 인솔해야 하는데 나머지 29명을 책임질 사람이 없다”며 고용을 늘릴 필요성을 강조했다.

  직원들의 문제는 임금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체직원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겪는 차별대우도 존재한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며 일하지만 글사공 직원들이 받는 명절 상여금은 일절 없다. 직원들은 본격적으로 개선을 요구한 뒤인 지난 설에 그간 명절에 지급돼온 선물마저 받지 못하는 보복성 조치까지 당했다. 호봉과 직급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제대로 된 경력 증명서도 발급받을 수 없다. 직원들로부터 이전에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던 직원이 그대로 해고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육아휴직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전엔 병가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본인의 연차를 사용해야 했다. 직원 A씨는 “해외출장 시 당한 부상으로 인해 입원까지 하게 돼 산업재해 신청을 하려고 하니 그제야 병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제도를 악용해 직원들의 정당한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행태도 드러났다. A씨는 “예전에는 2시간 야근하면 6,000원짜리 식권이라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전 계약이 포괄임금제로 지적을 받자 학교는 새로 계약을 체결하며 초과근무에 따른 추가임금을 명시했다. 업무 특성상 초과근무가 잦지만 새로운 계약 이후 초과근무를 신청해도 번번이 반려당해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관행으로 주어지던 보상을 없애고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듯했으나, 그마저도 주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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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봉사의 경우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글로벌사회공헌단



이유를 들어 개선을 요구했으나

  글사공 직원들의 상황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에 정면으로 부딪힌다. 가이드라인에는 ‘동종·유사 업무에 수개월 단위로 기간제 근로자를 반복 교체 사용하는 경우에도 연중 계속되는 업무로 간주’한다고 적혀있다. 2월 18일 글사공에서 기존과 같은 업무를 담당할 직원의 채용공고를 낸 것은 해당 업무가 계속되는 업무라는 뜻으로 전환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력교체가 잦아 업무에 차질이 생기자 직원들은 행정팀장을 통해 상시적으로 근무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본부에 전했다. 하지만 본부는 고용을 연장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직 당사자가 인수인계서를 제대로 작성해 차질이 없게 하라는 태도를 취했다.

  앞뒤가 다른 학교 측의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에는 글사공이 직원들과 주 10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제로 계약했고, 일부 직원에게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칠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고용노동부에서 실태 파악에 나서자 글사공은 주 10시간이 아닌 월 10시간의 연장근로수당으로 계약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산하기관이 보고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A씨는 “자체직원 제도는 최종책임자가 산하기관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전가하기 쉬운 구조”라며 사실상 하청과 다름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학교 측의 무책임한 자세는 국정감사 자료와 ‘공공부문 1단계 기관 정규직 전환 추진실적 공개자료 (공개자료)’의 차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정감사에는 기간제 노동자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200명으로, 공개자료에는 111명으로 보고됐다. 두 자료의 차이는 노동자 수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을 정도로 정규직 전환에 관심이 없는 학교의 태도를 보여준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는 직원들의 요구에 본부는 “글사공이 지속가능한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서울대는 글사공을 유지할 계획이 없는 것일까. 작년 10월 23일에 진행된 국정감사 회의록을 살펴보면 박찬욱(정치외교학부) 전총장 직무대행은 서울대의 사회 공헌을 이야기하며 글사공을 중심으로 해외와 국내 봉사활동의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에서도 글사공이 지속될 것이라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글사공의 발전계획에 따르면 2018년부터를 제4기 발전기로 정해 '사회공헌 및 국제개발협력 정책자문 기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글사공의 불안정한 미래보다는 지속적인 발전에 무게를 싣는다. 2019년도의 대학운영계획을 확인해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한 글로벌 해외봉사활동'을 위해 '중장기 사업 계획 수립을 통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 운영'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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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공 직원들을 응원하는 현수막



사회공헌과 고용안정은 함께할 수 있다

  직원들은 근로 여건의 개선보다도 고용안정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A씨는 구체적인 요구 내용에 대해 “일시에 전환을 하라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환위원회부터 단계를 밟아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선생님들이 너무 열정적이라 일반 직장이었으면 견디지 못할 대우에도 참으며 일을 한다”며 이를 학교가 악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공 직원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문제를 겪고 있는 언교원 강사에 비해 영향력있는 행동을 하기 어렵다. 50명 정도의 강사가 있는 언교원 한국어센터에 비해 15명의 직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계약을 이어가며 최대 10년까지 근무한 강사가 있는 언교원 강사에 비해 2년 후 재계약조차 되지 않는 글사공의 직원이 학교 사정에 덜 밝은 것도 한 이유다. 물론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A씨는 “언교원에 비해 학생과 직접적으로 하는 활동이 많다보니 친밀도가 쌓여 학생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총장이 취임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총장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처리를 미뤘던 학교의 핑계 중 하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글사공은 대학이 사회에 공헌할 수있는 적절한 예시로 손꼽히고 있다. 18년에 창단한 한양대학교의 사회공헌단과 17년에 개원한 연세대학교의 글로벌 사회공헌원 등 글사공과 유사한 단체들이 생겨나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글사공의 위상이 높아지는 데에는 업무를 수행해 온 직원들의 공로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고용안정과 근로 여건 개선이 자신들뿐 아니라 글사공과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을 위한 길이라는 직원들의 이야기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비정규직 in S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