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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 해임, 그 너머를 향해 반복되는 문제 속 구조적 해결이 필요한 이유
등록일 2019.10.21 12:02l최종 업데이트 2019.10.21 23:05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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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서울대에 봄이 찾아왔다. 지난 8월 29일, 갑질·권력형 성폭력·연구 비리 등으로 논란이 된 서어서문학과(서문과) A교수의 해임이 결정됐다. A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A특위)는 8월 31일,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승리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발표하며 A교수 해임 사실을 알렸다. A특위는 이를 통해 ‘우리는 승리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제도의 변화를 제대로 이행할 때까지 (제도 개선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A교수 해임 투쟁의 역사를 정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를 살펴봤다.


공론화부터 해임 결정까지

  올해 1월 말 인문대 학생회장단을 통해 공론화된 A교수 사건은 1학기 개강과 함께 본격적인 투쟁 국면에 돌입했다. A특위는 3월 4일 진행된 2019년 전기 입학식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10개 언어로 번역된 피해자의 A교수 고발 자보와 연대자보를 학내에 게시하며 A교수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같은 달 12일에 열린 첫 집회에선 A교수를 규탄하는 다수의 메모를 A교수 집무실 문 앞에 붙이기도 했다.

  이후 A특위의 활동은 일련의 의결을 통해 학생사회에 진입한다. 3월 21일, 2019년 상반기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선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입장서가 만장일치로 통과되며 학생 사회의 여론을 확인했다. 4월 2일엔 7년만에 인문대 학생총회가 성사돼 A교수 퇴출 요구의 건과 행동방안이 통과됐다. 인문대 학생총회에서 A교수의 파면까지 무기한 단식 돌입을 선언한 인문대 이수빈(인문 17) 학생회장을 선두로 학생들은 동조 단식을 진행했다. 이 학생회장이 15일 간의 단식 끝에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을 중단하고 A특위 윤민정(정치외교 15) 전 대표와 어울반 신유림(서어서문 18) 학생회장이 단식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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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연이은 단식에도 본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신유림 학생회장과 윤민정 전 대표의 건강상태마저 한계에 다다르자 27일, A특위는 국면 전환을 위해 학생사회에 전체학생총회(총회)를 제안한다. 하루 만에 총회소집 요건인 500명의 2배 이상인 1,077명의 연서명이 모였고 이틀 뒤, 총운영위원회(총운위)를 거쳐 5월 27일 아크로에서의 총회 소집이 공고됐다. 27일 총회는 회원 1/10에 해당하는 정족수 1,649명을 넘긴 1,800여 명의 학생을 모으며 성사됐다. 이날 총회는 A교수의 파면이란 학생 사회의 뜻을 재확인하고,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7월 2일, A특위는 방학이라는 난관을 타개하고 본부와 협상하기 위해 A교수 사무실 학생자치공간 전환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협상을 이어나간 끝에 ▲8월 중 징계 결정 ▲징계위원회(징계위) 운영 개선 ▲학생대표·본부 대화 테이블 마련 등을 약속받자 A특위는 26일부로 A교수 사무실 학생자치 공간 전환을 해제했다. 자치공간 전환이 시작된 지 25일 만이었다.

  피해자 김실비아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8월 26일, 1인 시위 이후 A교수 파면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과 서한을 신석민 교무처장을 통해 오세정 총장에게 전달했다. 8월 29일, 징계위의 해임 결정을 오세정 총장이 결재하며 공론화부터 시작된 211일에 걸친 A교수 투쟁의 막이 내렸다.


A교수 투쟁, 그 뒷이야기

  지난 겨울 공론화된 A교수 사건이 해임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징계위의 결정이 미뤄질수록 행동방안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집무실 자치공간 전환이 한 예다. 이수빈 학생회장은 “집무실 자치공간 전환이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무실 자치공간 전환은 불법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점거 다음 날인 7월 3일엔 서문과 교수들은 자치공간 전환 해제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인문대학장을 비롯한 단과대와 대학원의 학·원장들은 7월 11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대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교수의 연구실이 점거’됐다며 ‘불법점거를 즉시 해제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촉구’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A특위 신귀혜(국사 17) 공동대표는 “학교와 투쟁할 땐 모든 상황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예쁘고 고운 말로만 대화하는 것은 학생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치공간 전환 이후 열린 협상 국면에서 가시적인 행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귀혜 공동대표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우선 방학이라 사람이 없었고 자치공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수빈 학생회장은 “매일 상황이 달라질 정도로 본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을 나왔기 때문”이라며, 집무실 자치공간 전환이란 과감한 시도가 교수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봤다. 이 학생회장은 “교수들이 본부에 항의전화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며 “교수들의 압박 때문에 본부가 전향적으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공동대표도 “본부 측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데 집중해 정작 자치공간을 지키는 학생들을 신경 쓰기 어려웠다”며 자치공간 전환 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보다 협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단식에 대한 입장도 판이했다. 이수빈 학생회장은 단식에 대해 “대중 차원에서 쉽게 참여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가 어려울수록 투쟁의 확장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학생회장은 시흥캠퍼스와 H교수 투쟁으로 단식이 거듭되며 “단식이라는 투쟁 방법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A특위 박도형(지구과학교육 18) 집행위원장은 인문대 총회 성사 자체보다 그 날 시작된 단식이 더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단식이 대중적이지 않은 투쟁 방식이란평가에 그는 단식 참여의 어려움에도 동조단식이 이어진 것은 그만큼 사안의 심각성에 학생들이 동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본부가 단식 12일 만에 학생들과의 대화에 나섰다”며 학생들의 단식이 본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해임 결정의 의의와 한계

  A교수 해임은 사회학과 H교수의 정직 3개월보다 높은 수위의 징계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해임과 파면 등 정직보다 높은 수준의 징계는 교수의 구속 등 법적 처분에 뒤따르는 성격이 강했다. 반면 H교수 사건처럼 법적 처분이 선행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정직보다 강력한 징계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A교수의 해임은 이런 관행을 깨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이수빈 학생회장은 해임 결정에 대해 “학교를 대상으로 한 투쟁 중에서 오랜만에 학생이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귀혜 공동대표는 “H교수의 3개월 정직 처분 후, A교수마저 3개월 정직으로 그쳤다면 교수-학생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투쟁이 당분간은 없었을 것”이라고 A교수 해임 결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징계 과정에서 서울대학교의 자체적인 교원징계규정이 제정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기존엔 직원과 학생에 대한 징계 규정만이 존재했다. 이로 인해 교원 징계 시엔 사립학교법을 준용하는 본부가 해당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제대로 따르지 않을 여지가 있었다. 사립학교법이 징계의결 기한을 최장 3개월로 한정하고 있지만 정작 징계위는 징계 의결까지 6개월을 소모한 것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교원징계규정의 신설은 그 내용과는 별개로, 징계 시 따라야 할 규칙을 확정하고 논의를 전개할 시작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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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교원징계규정 제정 자체에 의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징계위의 조사와 의결 과정에서 피해호소인의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
적된다. 신설된 서울대학교 교원징계규정은 징계혐의자가 출석을 원치 않을 때 서면심사를 거칠 수 있게 했지만(제9조 (징계혐의자의 출석) 3항), 피해호소인은 출석을 대신해 의사를 표명하거나 신변 보호를 위해 대리인을 통해 진술하는 통로를 보장받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제10조(진술권과 심문 등)는 징계혐의자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고 관련 증거를 제출할 수 있게 했지만 피해호소인의 진술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형사소송법이 피해자의 신청이 있을 때 피해자에게 피해의 정도와 결과, 처벌과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한 보호 규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교원징계규정상 2차 피해나 가해에 대한 규정은 성 관련 비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징계의 대상이 된 자를 감경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유일하다. 감경은 훈장과 포장 내지는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 등을 공적(功績)으로 인정해 징계 수준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징계혐의자에 대한 배려란 점에서 감경 대상 제외는 2차 가해를 막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호소인이 징계위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조건부로만 가능한 상태다. 피해호소인이 심의 절차 및 결과와 관련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징계위의 의결을 거쳐야 요청에 대한 판단 결과를 고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피해자의 신청이 있을 경우 공소 제기여부나 재판 결과, 피고인 구금에 대한 사실 등을 신속히 통지하고 소송기록의 열람과 등사까지도 보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수빈 학생회장은 “피해자 김실비아 씨가 대리자 격인 A특위를 통해 A교수 해임 사실을 처음 접했다”며 이는 여전히 피해호소인이 징계위에서 여전히 배제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미 결정된 A교수의 징계 내용마저 피해자에게 제때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이외에도 징계위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지적 역시 존재한다. 먼저, 제5조(교원징계위원회의 구성)엔 징계위원 구성 단계에서 징계혐의자와 친분이 있는 인물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는 조항이 없다. 또,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단계와 징계 수위를 정하는 양정 단계가 분리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수빈 학생회장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선 사실관계를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한다”며 “사실관계는 진술이나 증거를 각자 해석해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징계위원끼리 논의를 통해 확정해야 하는데 이를 생략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적 해결을 계속 요구해야 하는 까닭

  A특위는 해임 결정 이후에도 계속해서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해임은 파면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기 때문이다. 파면과 해임은 재임용 불가 기간과 퇴직금과 퇴직급여에서 차이가 난다. 박도형 집행위원장은 징계위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징계를 내렸다”라며 “재임용이 불가능한 것과 다름없는 학내 여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파면과 해임의 차이가 없는데도 (파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전) 해임이 결정된 것은 사실상 A교수 체면세우기”라고 말했다.

  한편 신귀혜 공동대표는 교원징계규정의 보완과 함께 징계위원에 대한 구체적 매뉴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징계위원에 대해 사건 관련자와의 만남 금지, 윤리 규범 등에 대한 사전 교육 이수 등의 내용이 명문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 공동대표는 학생처장이 본부 측에서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매뉴얼에 대해 토론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A특위는 피해자의 징계위 정보 접근 보장과 피해자 진술 확인 절차 확보 등 징계 절차 개선을 위한 내용을 본부 측에 요구 중이다.

  박도형 집행위원장은 “다른 학교에서도 성폭력 교수에 대응하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서울대는 선례이자 동지로서의 역할이 남아있다”며 제도개선 요구뿐 아니라 다른 대학과의 연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수빈 학생회장은 “이 정도까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결국 함께해 준 학생들 덕”이라며 ‘다시는 알파벳 교수 때문에 교수 집무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총회를 열지 않아도 됐으면 좋겠다’는 한 A특위원의 말을 빌려 말을 맺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악마적 개인에 집중한다면 또 다른 악마적 개인이 등장했을 때 문제는 반복될 뿐이다. A교수 해임을 넘어 구조적 해결을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