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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은 모두의 것이 아니다” 갈 길이 먼 노동자 복지, 학생사회와 소통 필요해
등록일 2018.03.04 02:19l최종 업데이트 2018.03.08 14:17l 이선아 기자(l2jenv@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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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서울대저널>은 생활협동조합(생협)의 노동자 복지에 대한 쟁점들을 다뤘다(<서울대저널> 141호 커버스토리, “생협의 복지에 노동자는 없다”). 임금피크제부터 급여, 업무 강도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1년이 지난 지금, 생협 노동자의 복지는 어떻게 개선됐고, 어떤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까. 지난 1년의 생협 노동자 복지를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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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정규직 전환과 제도 개선 이뤄낸 노사합의

 

  지난해 6월 생협과 대학노조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두 차례의 조정을 거쳐 합의했다. 협상 결과 2년 이상 근무한 무기계약직 전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사회 흐름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59명의 노동자들은 정년을 보장받고, 일반직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받게 됐다.


  더불어 생협이 노조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양측은 7~9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단일호봉제 적용에 합의했다. 기존 임금체계는 직원들을 직급에 따라 5~9급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다시 근속연수에 따라 35호봉으로 나누는 계급별 호봉제였다. 노조 측은 기존 임금체계에서는 승진이 사실상 잘 이뤄지지 않고, 승진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근속연수만을 기준으로 호봉을 책정하는 단일호봉제를 주장해왔다.

 


아직 요원한 생협 노동자 복지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많은 문제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생협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생협 식당의 외부업체 전환에 따른 노동자 인사이동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생협은 본부 측의 할랄 음식 제공 요구에 따라 아시아연구소(101)의 감골식당을 폐쇄하고, 외부업체에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감골식당에서 근무하던 생협 노동자들은 자하연 식당, 공대 302동 식당 등 다른 생협 식당으로 인사이동 됐다. 이규선 생협 본부장은 팀워크나 인력 배분 등을 이유로 인사이동이 1년마다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3년마다 직원의 7~80%가 이동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생협에서 10년가량 근무 중인 노동자 A씨는 똑같은 생협 식당이라도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적응하는 데에도 많이 힘이 든다, “(인사이동을) 하루, 이틀 전에 알려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규선 본부장은 전보는 (사무처 측에서)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2~3일 전에 알려주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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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골식당 운영 위탁을 알리는 생협 공고문. 감골식당의 자리에는 '삼성웰스토리'가 입점했다.



  외부업체 위탁이 생협 노동자의 재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 6무기계약직 전원 정규직화라는 결실을 이뤄냈지만, 이제는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자체가 힘들어진 것이다. 노동자 A씨는 재입사 후, 2년 가까이 근무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지만, 감골식당이 외부로 위탁되면서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창수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생협노조대표는 정규직 전환 이후, 2년 가까이 일한 숙련된 노동자들이 계약만료로 퇴사하고 9개월 이하의 단기계약직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계약직 문제에 대해 이규선 본부장은 계약 전에 한두 달 먼저 일을 해본 후에 계약하는데, (9개월 이하 단기계약은) 보통 당사자의 개인사정 때문이고, 대부분 1년에서 1년 반 계약을 맺는다고 설명했다. 또 학내 식당 특성상 방학기간의 식수 감축을 대비해 계약직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당히 높은 현재 업무강도를 고려했을 때, 노동자 계약문제는 업무강도의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이창수 노조대표는 새로운 직원이 오면 일을 배우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단기로 일하고 퇴사하면) 기존 노동자들에게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노동자 A씨는 학기 중 현장업무량이 많아 사실상 쉬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8시간 근무할 때마다 점심시간을 포함해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점심시간에 (일이 많아) 5분 동안 급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일손이 부족할 때는 휴게시간이 지켜지기 힘든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창수 생협노조대표는 서울대 식당이 (업무가) 너무 힘들다는 소문이 자자해 관악구 근처에서는 인력지원을 하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방학이면 학기 중보다 식수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업무강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제공하는 학내 식당의 특성상 변형근로제나 특근제가 필요한데, 생협은 보통 전자를 택하고 있다. 노동자는 업무량이 적은 날에 일찍 퇴근하고, 다른 날 업무량이 많은 시간대에 부족한 근로시간을 채운다. 특근비를 받는 대신, 보통 일손이 많이 필요한 저녁시간대에 근로시간을 충당한다. 특근비가 통상임금의 1.5배라는 점을 고려해, 3시간 일찍 퇴근하면 2시간 더 일하는 방식이지만, 평균 업무량이 높아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노동자 복지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단체협상(단협) 합의는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단협에서 주요쟁점이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지난 20165월 임단협에서 체결된 사항이다. 하지만 20171월 노조 측은 체결 당시의 노조가 직원 과반수를 대표하는 과반노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또 생협 사무처가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부서별 투표를 할 때, 관리직원들이 노동자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설득하는 등 과정상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서울대저널> 141호 커버기사, “근로기준법은 뒷전, 생협이 밀어붙인 취업규칙”). 이번 단협에서도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의 목적인 신규채용 확대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임금피크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생협 측은 정상적으로 합의되어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임금피크제를 곧바로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 226차 본회의가 진행된 가운데 단협 체결이 3월 중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여러 쟁점으로 인해 노사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3월까지 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거치게 된다.

 


줄어드는 식당 이용률, 학생과의 소통구조 개선돼야 해

 

  한편 생협과 노조는 학내 식당 식수가 2013년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생협 식당 연간식수가 약 4158천이었던 것에 반해, 2017년에는 약 3625천으로 집계되어, 5년 전 대비 12% 가량 감소했다. 이규선 본부장은 학생들의 식문화가 다양화되면서 확실히 학내 구성원들의 학내 식당 이용률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생협 측은 외부인 가격 차별화, 자동·전산화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수익 감소를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2017년에도 전년 대비 5% 이상 식수가 감축해 영업이익 감소를 막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식당사업의 적자를 다과와 문구 및 기타 매장, 외부업체 임대료 및 위탁운영 수수료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수 생협노조대표는 생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 생협의 발전을 위해 학생사회와의 소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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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생협 식당의 식수가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생활협동조합



  하지만 사실상 생협 의사결정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원칙상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학생대의원과 학생이사로 선출될 수 있고, 대의원총회와 이사회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러나 2017년에 학생대의원으로 활동했던 이동우(사회 10) 씨는 “(대의원총회가) 안건을 승인해주는 거수기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대의원총회가 의견이 적극적으로 오가기보다 안건을 확인하고 승인받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이동현(자유전공 13) 학생이사도 “(이사회에서) 수익 개선을 위해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시장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었다, 생협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소통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학생사회와의 소통은 생협 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대의원과 학생이사에게도 요구된다. 학생대의원은 5000명이 넘는 조합원을 대표해 총회에 참여하는 직책이지만, 공고를 통해 모집되기보다 지인의 추천 등 비공식적으로 뽑히고 있다. 학생이사도 조합원의 추천을 받아 후보로 등록되면, 학생처장이 낙점하는 형식이다. 이 때문에 생협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학생대표 선출 과정에 학생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이동현 씨는 공개적 선거를 통해 학생이사를 선출하는 방법 등 생협과 학생사회와의 괴리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일하지만 노동자의 복지는 요원하고, 학생이 이용하지만 학생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이동현 씨는 생협은 모두의 것이어야 하지만, (현재는) 모두의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생협이 노동자와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모두를 위한 생협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