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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대학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은 있는가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오동환 기자 (ohdong99@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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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서울대학교 장기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자리가 열렸다. 87년 발표되었던 서울대학교발전장기계획(1987-2001)이 끝나가는 시점에 2002-2011년 장기 발전 계획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90년대의 서울대학교는 '변해야 살수 있다' 시대적 요구에 자유롭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고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수준에 뒤쳐진다는 이유로 여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고, 최고 수준의 지성을 키워내는 대학이 아닌 권력양산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역시 달게 받아야 했다. 무엇보다도 서울대학이 연구를 통한 학문발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는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발전 목표를 오래 전부터 수립해왔다. 78년부터 이러한 발전 목표를 정해 놓았지만 올해에 들어서 비로소 학제가 변화하고 있고, 일정정도 연구중심대학의 틀에 맞춰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준비중인 장기발전 계획은 대학원에 중심을 두는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목표와는 다르게 학부와 대학원 간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에 있는 수많은 학문이 모두 '연구중심'이라는 타이틀에 묶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말뿐인 연구 중심
이번에 발표된 발전계획(가안)에서는 90년대 들어 말이 많았던 의학·법학·경영 전문대학원 설치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같은 경우는 예과 2년생과 일반 학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선발시험을 거쳐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하여, 사실상 의대 학부과정(예과과정)을 축소함으로써 미국 대학들의 medical school을 모델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법대와 경영대의 경우 학부 과정과 그 동안 존재했던 일반 대학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법학 전문대학과 경영 전문대학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기초학문 분야 육성과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목표와 모순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교수협의회 회장 신용하 교수(사회학)는 "현재의 법·경영 학부를 폐지하지 않고, 전문 대학원을 도입하게 된다면 다른 전공의 학부 졸업생들이 법·경영 전문 대학원에 몰리게 되고 법·경영 전문인은 넘쳐나는 반면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은 줄어들어 연구중심대학과는 멀어진다"고 우려하며, 현재의 발전계획(가안)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신 교수는 그 대안으로 "법·경영 학부를 없애고 그 T.O를 그대로 전문대학원으로 옮기면, 사회적으로 봤을 때 적당한 수의 법·경영 전문인을 육성하고, 아울러 기초학문 분야도 적정한 인력이 배분되어 진정한 의미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전문대학의 도입은 사실 서울대학교의 의지만으로 실현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공청회에서 법대의 모 교수가 " 여전히 사법고시 제도가 있는 한 법학 전문대학은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했듯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원 교육이 국가 자격증과 따로 움직일 때 과연 전문대학원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법학 전문대학원의 도입과 성공은 사법고시라는 사회적 제도의 변화를 수반하고 함께 움직일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대 역시 전문 경영인 양성이라는 목표로 전문대학원 과정을 도입하려고 하지만 학부과정을 축소하려고 하든가, 전문 경영인 양성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학부 과정이 존속하는 형태로는 학문의 균형 있는 발전이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경영대의 모교수는 "사회적으로 수요가 있는 과목들을 학부생들에게 교육시키야 하므로 학부는 폐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부 과정이 없다고 해서 필요한 과목들을 학부생들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학부생들에게 유용한 과목들은 학부 교양과정에 신설하여 전공에 불문하고 수강할 수 있게 한다면 그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경영대 학부생들이 없는 것과 과목 자체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화려한 구호, 텅빈 실행계획
이번 장기발전계획(가안)에서는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을 위해 어떻게 학부과정을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법대·의대·경영대의 학부과정에 대한 논의를 차치해 놓고 보더라도 연구 중심대학에 걸맞게 학부과정을 어떻게 탈바꿈할 것인지, 또 대학원 과정과 어떻게 연계해서 연구중심대학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본부의 관계자는 "이번 장기발전계획안이 현재의 단과대학들을 연구중심대학에 맞게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학과는 학교 내에 자연대, 의대,공대, 농생대 등에 흩어져 있어 현재의 학과체제로는 생명공학 연구 수준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였다. 또 "음미대 같은 경우는 사실상 연구중심대학과는 거리가 먼 학문이고, 또 사범대 같은 경우도 어울리지 않다고 본다"라고 밝혀 근본적인 학부과정 개편이 없는 한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에는 어렵다고 평가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가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19개에 달하는 단과대(대학원 포함)을 모두 끌어 앉고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있다. 세계수준에 근접할 수 있는 학문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인 육성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단과대학들을 '구조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2011년 까지도 현재의 학과체제를 변화시키지 않은 채로 연구중심대학으로 가야한다.
사회대의 모교수는 "세계수준에 걸맞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학문과 기초학문 중심으로 서울대학교가 재편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본다"라고 지적하며, 장기발전계획이 좀더 과감하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타이틀을 내건지도 20년이 넘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서울대학교의 비대한 몸집과 백화점식 학제는 변하지 않았고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단과대학들의 이해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 현재의 서울대학교에 과감한 '칼질'이 없다면 지금까지의 서울대의 모습이나 10년후의 서울대의 모습은 하나도 달라질 것이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서울대학교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확정·발표될 서울대학교의 장기발전계획에 따라 또다시 연구중심대학을 기약없이 연기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연구중심대학으로 환골탈태할 것인지의 여부가 가려질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