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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 국립대 법인화가 해답인가 ‘국공립대학 법인화’ 案 짚어보기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안희영 기자 (fortune7@snu.ac.kr), 홍다미 기자 (ekal200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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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법인화를 놓고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립대간의 갈등이 정점에 치닫고 있다. 지난 10월 6일 오후 서울시립대 본관 회의실에서는 전국의 국공립대 총장 40여명이 모여 정기 협의회를 가지고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체적으로 법인화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안정적인 재정과 교직원의 신분 보장, 기초학문 고사에 대한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학생들도 법인화 반대 대규모 집회를 열어 교육부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국립대대학생투쟁본부’ 는 ‘법인화 반대 10만명 서명운동’ 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8일 오후에는 서울 종묘공원에서 ‘법인화 저지 및 교육공공성 쟁취’ 를 위한 집회를 가졌다. 이렇듯 국립대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법인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육부는 8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법인화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지금 국립대법인화를 둘러싼 논쟁에 한창 불이 붙고 있다.


국립대법인화, 너는 누구냐?

서울대 안팎에서 서울대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가 바뀌기 위해서는 법인화가 필수적인가.
국립대법인화 추진이 처음으로 논의된 것은 1987년 ‘교육개혁심의회의’ 에서이다.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도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어왔지만, 논의가 본격화 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2003년, ‘참여정부 교육개혁 5개년 로드맵’에서 국립대학 특별회계제도, 대학이사회 설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것이 보다 구체화되어 2004년 8월 31일, 교육부는 ‘국립대학 구조개혁안’ 을 발표하고 국립대학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러한 로드맵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 6일 김진표 장관은 ‘대학법인화’ 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고, 이와 무관하지 않은 ‘총장간선제’를 발표하였다. 교육부는 지난 8월 16일 거점대학 총장간담회에서 법인화사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 현재 법인화 관련법을 9~10월 정기국회에 상정을 목표로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교육부가 제시한 국립대법인화 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기존의 행정주체에 매여 있던 대학을 독자적인 조직으로 떼어내어 법인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의 예산 지원 방식에서 탈피하여 각 대학이 재정자립기반을 구축하도록 하고, 지금과 같이 예산을 지원하기는 하되 매년 대학평가를 통해 성과성 예산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회계는 일반회계, 기성회계, 연구비회계를 통합한 법인회계로 일원화 될 것이고 또한 이전에는 공무원신분이었던 교수와 교직원의 신분이 민간인으로 전환된다. 총장 선출제도는 이사회가 총장을 선임, 추천하는 간선제가 되며 대학의 지배구조 또한 이사회, 교수대의회, 총장의 구성으로 현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된다. 정부의 구체적인 국립대 법인화 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제까지의 자료를 통해서만 살펴보더라도 현행 국립대학으로서는 꽤나 충격적인 제도 개편이 되리라 예상해 볼 수 있다.


법인화, 대학재정의 획기적인 발전인가 불안정화인가

"법인화 저지!교육공공성쟁취!"를 위한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 행동의날 행사가 지난 8일 종로에서 열렸다.
대학이 돈만으로 발전하는 곳은 아니지만, 지금의 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확충이 필요한 것임은 분명하다. 교육부는 법인화를 통해 재정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법인화가 예산의 재량적 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적극적인 재원조달의 인센티브를 증가시키며 통합적이고 탄력적인 재정운영을 하게 해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연천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는 지난 9월 28일 서울대 교수협의회 대토론회 ‘국립대학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법인화가 재정에 미칠 기대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덧붙여 "오히려 법인화가 대학재정을 불안정화 시키고, 기초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지원 의존도만 증가시켜 선별적 재정 지원을 통한 정부의 간섭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공립대학 교수회연합회 정용하 교수는 “재정적인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법인화는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일부분은 정부가 보조한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재정적으로 투자가능성이 높다는 서울대도 대략적인 계산에서 약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매년 보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등록금인상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서울대의 사정이 이럴 진데 다른 국립대학의 실정은 어떠하겠는가”라고 재정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현재의 법인화안이 불안정함을 지적했다.


‘국립’대학 없이 교육의 공공성 담보될 수 있나

일본 동경대. 일본은 지난해 모든 국립대학을 일시에 법인화시켰다. 일본 정부는 약 10년 동안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만든 후 법인화를 실시했다.
국립대학 법인화가 완전한 민영화라고는 볼 수 없지만, 이로서 더 이상 ‘국립’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책무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장호완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28일 서울대 교수협의회 토론회에서 국립대학의 설립목적에 대해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고등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빈부격차와 관계없이 국민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정치적 ? 사회적?경제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대학 운영을 통하여 교육과 연구 및 중립성을 확보하며, 사회가 소홀히 하기 쉬운 기초학문육성과 미래 국가를 선도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사회여건에 따라 국립대학의 역할변화와 효율성제고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국립’대학으로서 역할의 본질이 호도되는 방향으로 대학개혁이 전개되는 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총학생회장 정화씨(국문01)는 “요즘 같이 대학 진학율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고등 교육에 대한 접근권 또한 국민의 권리로서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법인화로 인해 등록금이 올라가게 되고 아예 고등 교육의 기회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생기게 되면 교육의 공공성은 보장 될 수 없을 것이다. 국립대는 교육공공성의 마지막 보루인 것인데 교육부는 지금 그걸 포기하고자 하는 것이다”라며 법인화가 교육공공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호완 교수도 “국립대학 법인화는 국립대학의 존립이유와 기능마저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며 법인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법인화, 기초학문의 위기 더욱 심화 시킬 것

기초학문의 위기는 법인화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제시안 법인화는 기초학문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8일 서울대 토론회에서 박정훈 교수(서울대 법대)는 “실제로 국립대학의 여러 가지 존재의의 중 하나가 정치권력이나 사회세력이 좌지우지 못하는 지성의 개발에 있음을 생각해 볼 때 학문조차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여갈 수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고 지적했다. 또 이성원 교수(서울대 영문과)는 “법인화가 불러올 대학운영의 상업화는 대학으로 하여금 수요가 많은 분야에 치중하도록 유도될 것이며 인문학을 필두로 순수과학 전반이 위축될 우려는 불을 보듯 뻔하다” 며 “대학다운 대학이라면 저 한 구석 연구실에서는 만주어나 몽고어를 연구하는 분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것은 우리말 연구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런 분야야 말로 국제경쟁력있는 연구자를 배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라고 기초학문의 필요성과 법인화가 가져올 기초학문의 고사의 위험성에 대해 말했다. 정화씨는 “현재에도 사립대학의 경우 기초학문학과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서 기초학문을 어떻게 육성하고, 어떻게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지금의 법인화 같은 경우에는 단지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라며 “지금의 법인화라면 기초학문은 당연히 더욱 위태로워 질 수밖에 없다” 고 현재의 법인화 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달 28일 열린 서울대 교수협의회 대토론회 '국립대학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자리가 거의 차는 것으로 교수 사회의 관심을 반영했다.


대학개혁, 다른 해답은 없나

대학교육이 효율성을 증대하고 국제경쟁력을 가져야한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또한 이를 위해서 필요한 교육재정이 확보되고, 대학의 자율성이 제고되어야 한다는 것은 대학개혁의 필수적인 요건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법인화안은 대학구성원들 사이에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개혁의 수단이 꼭 법인화여야 할지 아니면 다른 안이 제시될 수 있는 것이지, 혹은 현 시스템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가능한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최갑수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는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대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냐이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국립대학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정체성이나 연구결과를 확보하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해야한다”며 법인화가 문제의 초점이 아니라 어떻게 대학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이경우 교수(서울대 재료공학부)도 “중요한 것은 발전에 필요한 제도의 확보이지, 국립대학인가 아니면 법인인가의 체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법안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실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인화라는 형식이 대학혁신이라는 실제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다른 방법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학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지금 법인화라는 위험한 카드를 내려하고 있다. 이 카드가 현실에서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충분한 검토를 거쳐 고칠 것은 고치고 다른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수용하는 방향으로 논란이 해결 되길 기대해 본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본질은 변화의 형식이 아니라 대학교육이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