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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있으면 군대를 가라고요?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에게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대해 묻다
등록일 2017.10.18 23:32l최종 업데이트 2017.10.19 07:25l 한기웅 기자(surfpengu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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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5800. 1950 이후 1 9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감옥에서 보낸 시간의 합이다. 매년 400 명이 군복무를 하는 대신 수감을 택하고 있다. 4주의 군사훈련 이후엔 여러 형태의 대체복무가 가능함에도 불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불이익을 감수하며 감옥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이런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고자 2003전쟁없는세상 결성됐다. 전쟁없는세상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돕고 병역거부 문제를 사회에 알리기 위해 시작됐지만, 현재는 보다 차원인 평화주의 운동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의 시작부터 함께 해온 이용석 활동가는 학생 시절 이라크 파병반대 반전운동을 접하며 병역거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신도 병역거부를 선택해 실형을 살았다. 여전히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이용석 활동가를 만나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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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



양심적 병역거부 무엇인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양심 법률용어로, 헌법 19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을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설명한 있다. 양심은 인격체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진지한 가치관이지만, 일상에서는선량한 마음이라는 뜻으로 자주 쓰여 오해가 생긴다.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행동이면, 군대에 사람들은 양심이 없다는 말인가 같은 논리는 이런 오해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최근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자병역거부라고만 표현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하는 이유, 양심 구체적인 내용은 다양하다. ‘여호와의 증인신도들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불교 기독교 신자나 평화주의자들이 병역거부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입영을 거부하거나, 현역 복무 신념이 바뀌어 병역거부를 선택하거나, 현역복무를 마친 예비군 소집을 거부하는 형태도 다양하다. 특정한 전쟁이나 명령만을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도 있다. 가령 이라크 전쟁 파병을 비판하며 복귀를 거부한 이등병 강철민 , 2008 촛불집회 당시 의경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며 저항한 의경 이길준 등이 있다.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논의는 어떻게 진행돼왔나?


  한국에서 처음 기록된 병역거부 사례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전시동원체제가 시작되면서 조선인에 대한 징용·징집이 시작됐고, 이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투옥됐다. ‘등대사(燈臺社, 여호와의 증인을 의미함)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은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한민족독립운동자료집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기록돼있다.


  이후에도 병역거부자는 계속 있었지만 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못했고,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병역거부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2001 2한겨레21’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병역거부를 기사로 다루며 주목을 받았고,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권문제로 떠올랐다. 당시까지 병역거부에 대한 공식적 통계나 조사가 전무했기 때문에, 매년 500 명의 병역거부자가양심 지키기 위해 수감된다는 사실은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불러왔다. 2001 12월에는 불교 신자인 오태양 씨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으로는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며 화제가 됐다.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는 입시 논술이나 토론의 단골 소재가 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한편 ‘UN자유권규약위원회(UNHRC)’ 국제엠네스티 국제기구는 꾸준히 한국 정부에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중단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해 왔다. 2005년에는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고, 이에 국방부도 대체복무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후대체복무제 연구위원회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연구결과를 제출하면서, 국방부도 도입 방침을 철회했다. 국회에서도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꾸준히 발의돼왔지만 표결에 부쳐지지 못하고 번번이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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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서 국정자문위 제출 기자회견 ⓒ전쟁없는세상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있다. 우선 이는 인권의 문제다. 국가는 국민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데,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고 처벌하는 개인의 양심을 파괴하고 국가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다. 번째는 평화의 문제다. 최근 병역거부 사건의 판결문에서 언급됐듯, 군사 무기 매입뿐만 아니라 평화를 위한 노력도 넓게 보면 안보에 기여한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반론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평화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병역거부자들의 외침은 평화주의와 맞닿아있고, 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면모를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에서 평화를 이야기할 때 힘이 더 실릴 수 있다.


  사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르면 1·2차 세계대전 때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해 왔다. 국제사회는 이미 병역거부를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분단 상황에서 시기 상조라는 주장도 있지만, 독일도 분단 중에 대체복무제를 운영했고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대만도 대체복무제를 도입했다. 현재 선진국 중에서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국가는 한국과 싱가포르밖에 없고, 2000년 이후 매년 수백 명이 병역거부를 이유로 수감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제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미 논의의 대상이 아니며, 이제는 어떤 형태의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할지를 논의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여론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인권위가 실시한 ‘국민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이 2005년에는 10.2%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46.1%로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엠네스티가 2016년 5월 15일 ‘세계 병 역거부자들의 날’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흥미로운데,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응답이 72%였던 한편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70%로 나타났다. 병역거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보내기보다 대체복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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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국제엠네스티



현재 국내의 병역거부자들이 처한 현실은 어떤가? 그리고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은 대부분 실형 1 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징역을 살다가 가석방된다. 1년 6개월이 선고되는 건 선고된 실형 기간이 그보다 짧을 경우 입영영장이 다시 발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사는 내심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생각하고 있더라도 피고의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6개월 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또 예비군을 거부하면 벌금형이 내려진다. 수감되지는 않아도 예비군 훈련이 있을 때마다 계속해서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당사자가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예 외국으로 난민신청을 하기도 하는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이런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대체복무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바른 대체복무제는 ▲군사 훈련과 관련된 요소 배제 ▲국방부나 병무청 등 군 관련 기관이 아닌 독립된 기관이 심사 및 운용을 담당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에 비해 지나치게 길지 않음 ▲현역 또는 예비군으로 복무 중인 사람도 대체복무 선택 가능, 위의 4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물론 이외에도 앞으로 논의하고 정해야 할 사항들이 수두룩하다.


  ‘양심’의 진정성을 완벽하게 선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따라서 현역 복무보다 조금 더 힘들거나 어려운 방향으로 대체복무 난이도를 조절해 ‘양심’의 진정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대체복무제가 이미 여러 다른 나라에서 실행되고 있으니 참고할 해외 선례가 많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대만에서도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시 군기피자가 급증하리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제도가 도입된 후에는 지원자가 부족해 대체복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심 때문이 아니라면 현역 복무에 비해 기간이 긴 대체복무제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복무가 아무리 힘들어도 군대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많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체복무제 도입은 군의 개혁을 전제로 해야 한다. 군대의 반인권성과 폭력성을 방치한 채 대체복무를 더 나쁜 선택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는 잘못됐다. 군 문화 자체를 개선함과 동시에 합리적인 대체복무 방안을 마련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최근에 대체복무제 도입에 긍정적인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과 활동 계획은?


  올해는 병역거부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해였다. 올해만 1심 법원에서 35건의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는데(9월 21일 기준), 이는 2015년 6건, 2016년 7건에 비해 확연히 많아진 수치다. 판사들은 대체복무제를 마련할 의무와 권리가 국가에 있음에도, 국가가 이를 실행하지 않고 처벌로 일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지난 5월에는 ‘참여연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사처벌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6월에는 인권위가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재차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고, 현재 국회에는 이철희, 박주민, 전해철 의원의 대체복무제 도입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이 기류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앞으로 대체복무제 도입 등 병역거부 운동을 이어가겠지만 이것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전쟁없는세상은 최종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사회구조에 대해 저항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병역거부 운동, 무기 감시 운동, 비폭력 트레이닝 등 평화주의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해결하고, 그들의 목소리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