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호 > 사회
‘새옷’ 입은 의류수거함 속 ‘헌옷’들은 어디로? 관악구 의류수거함 재정비와 의류처리과정을 따라가다
등록일 2017.10.22 13:53l최종 업데이트 2017.10.22 13:56l 허주현 기자(aattgx@snu.ac.kr)

조회 수:215

  도시 곳곳에 설치된 의류수거함.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의류수거함에 모인 헌옷이 어떤 작업을 거쳐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쓰레기가 쌓이는 등 의류수거함은 ‘도심 속 흉물’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의류수거함 속 헌옷은 누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것일까. 그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중구난방 의류수거함, ‘새옷’을 입다

  1990년대 IMF 당시 중고의류는 이른바 ‘수출효자상품’이었고, 전국 각지에는 중고의류를 모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의류수거함이 무분별하게 설치됐다. 하지만 이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 등지에서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해 한국 중고의류 수입을 제한하면서, 중고의류 수출 단가가 급락하고 의류수거함 사업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자연스레 많은 의류수거함이 방치되기 시작했고, 여기에 생활쓰레기가 쌓이거나 불법광고물이 부착되며 의류수거함은 ‘수출효자상품’에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결과 의류수거함이 통행을 방해하고 교통안전을 저해한다는 요지의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수거된헌옷이 환경보호나 불우이웃돕기 등 공익사업에 쓰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민간사업자가 의류수거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민원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2012년 11월 서울시는 각 구에 의류수거함 실태를 점검하고 재정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운영방침과 청결유지기준이 미비한 상황에서 운영실태 개선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1.jpg

▲재정비 이후에도 관악구 의류수거함은 불법부착물과 생활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다.



  한편 관악구는 서울시의 지침이 전달되기 3개월 전인 2012년 8월, 이미 대대적인 의류수거함 재정비를 시행한 바 있다. 관악구는 도로점용료 징수대상에 의류수거함을 적시하며 “기존 도로법 도로점용대상에 의류수거함이 명시되지 않아 불법 설치물을 제재하지 못하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관악구 건설관리과는 ‘관악구장애인단체협의회(장애인협회)’와 ‘관악구특수임무유공자회(유공자회)’에 의류수거함 제반 업무를 위임했다. 재정비 전 의류수거함은 대체로 민간사업자에 의해 영리목적으로 운영됐으며, 구청의 인가를 받기 위해 장애인단체나 보훈단체의 명의를 빌려 무단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많았다. 유공자회 전승진 재활의류사업본부장은 “재정비 전에는 수출업자들에게 휘둘려 복지수익을 거의 얻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털어놓았다. 재정비 과정에서 확인된 영리목적 의류수거함은 관악구의 권고 하에 자진철거되거나 강제철거됐다. 관악구가 장애인협회 및 유공자회와 협약을 맺은 건 ‘장애인복지법’과 ‘국가보훈기본법’에 따라 의류수거함의 지역복지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장애인협회와 유공자회는 각각 지하철 2호선 아래편 1,200개와 위편 370개 의류수거함을 분담해 관리하고 있다.


수거된 의류가 복지 재원이 되기까지

  재정비 후 의류수거함에서 파생된 수익금은 장애인협회와 유공자회의 복지 기금으로 전용된다. 전승진 본부장은 수익금 사용처에 대해 “각 구마다 의류수거함 담당 직원이 2명씩 있다”며 의류수거함 사업으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수익금 일부는 관악지회를 포함한 유공자회 각 지회의 운영비로 충당된다. 구청에서 장애인협회 및 보훈단체에 지원하는 보조금의 액수가 크지 않아 의류 재활용사업 수익금을 복지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전 본부장은 “관악구의 경우 주택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아 수거되는 의류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아파트의 경우 공유지가 아닌 사유지에 해당돼, 의류수거함이 아파트의 자체계약에 따라 설치·운영되기 때문이다.



2.jpg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집하장에서 수거된 의류를 분류하고 있다.



  의류수거함에 모인 옷, 신발, 가방 등은 어떤 과정을 통해 수익을 내게 될까? 관악구 의류수거함에 모인 의류는 장애인협회와 유공자회 각각의 담당 직원에 의해 수거된다. 수거는 서울 각 구에서 매일 이뤄지며, 관악구를 방문하는 일수는 한 달에 대략 보름 정도다. 수거된 의류는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집하장으로 운반된 후 옷, 신발, 가방, 쓰레기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분류된 의류 일부는 국내 중고 구제상이 일차적으로 사들이고 나머지 대다수의 의류는 위탁 무역업체로 넘겨져 150여 개 항목으로 세부 분류돼 수출된다. 무역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의류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등 저개발 국가로 보내진다”고 밝혔다. 장애인협회 및 유공자회 관계자는 의류사업 초기와 달리 최근 중고의류 수출단가가 크게 하락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때 킬로그램 당 700-800원에 매입되던 의류가 현재는 300-350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진 실정이다. 

  한편 의류수거함 재정비 이후에도 의류수거함을 철거하라는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류수거함 주변이 ‘쓰레기집결지’처럼 인식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협회와 유공자회는 의류수거함 관리를 위해 의류뿐 아니라 생활 쓰레기 처리까지 도맡아야 하는 입장이다. 전승진 본부장은 “쓰레기 처리 비용이 의류 판매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며 근심의 목소리를냈다. 장애인협회와 유공자회는 시민사회가 의류수거함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거두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