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호 > 사회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해석의 방향이 문제 제 값 받는 노동을 위하여
등록일 2017.10.24 16:52l최종 업데이트 2017.10.30 17:34l 조시현(whtlgus090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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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31,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기아자동차(기아차)’ 노동자들의 손을 들었다. 201110, 기아차 노조는 미지급된 일비·정기상여금·중식대 총 1926억 원을 통상임금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6년 만에 법원은 정기상여금·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판단, 4223억 원을 사측이 노조에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인정했다. 노조 측 요구가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판결은 노동자 27,500여명의 이름으로 거둔 쾌거다. 판결이 나자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한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등 경제단체들은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기아차 역시 즉각 항소를 예고했다. 통상임금이 노사 간에 주요하게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임금의 의미와 그 효과


  ‘근로기준법2조는 임금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근로의 대가로 수령한 금액이라면 기본급은 물론 상여금, 식대 등 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임금이 된다. 이 중 통상임금은 해고예고수당, 휴가수당 등 근로기준법 및 고용보험법에 따라 사측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각종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다. 통상임금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통상임금이 산출되면, 사측은 산출액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노동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 통상임금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에 따라 사측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이번 기아차 소송에서 노조 측은 그간 사측이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일비, 정기상여금,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제껏 포함됐어야 할 금액이 통상임금 산출에서 생략된 만큼, 미지급됐던 수당을 지급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통상임금은 문자 그대로 통상적으로 받는 임금으로서, 일상적인 근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임금을 뜻한다. 가령 기업이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경조사비출장비등은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 기엄과 노동자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둘러싸고 법리 싸움을 벌인 건 비단 기아차에서만이 아니다. 201312월 대법원은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 대한 재판에서 통상임금을 정기적이고 일률적이며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으로 판시한 바 있다.

 

통상임금기준표.png




  판결문에 명시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에 대해 사측과 노동자 간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는데, 이중 주로 쟁점이 되는 건 고정성이다. 201312월 갑을오토텍 재판 당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밝히면서도, 노동자의 재직 여부를 조건으로 하는 정기상여금의 경우엔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철수 교수(법학과)는 재직 여부에 따라 통상임금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이 노사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법원이 기준을 제시한 이후에도 하급심에서 잇따라 판결이 엇갈리는 등, 일선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통상임금 여부를 결정하는 것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민법 제 2조에 명시된 신의칙에 따르면, 법률관계 대상자는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했을 때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대법원은 당초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출에서 제외시켰다면, 추후에 노동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추가수당 지급을 요구하더라도 기업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노동자 측 요구를 기각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박은정 교수(인하대 법학과)는 노사합의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방향으로 이뤄졌는데, “이를 신의칙을 통해 재생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 지켜야

 

  이번 기아차 판결의 핵심은 신의칙의 인정 여부였다. 법리적으로 봤을 때, 기아차 사측이 지급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여지가 높았다. 이에 사측은 노조 측 주장대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사측 부담액이 3조 원에 달하고,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와 맞물려 사측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미지급수당의 지급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으며, 기업의 어려움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판결문에서는 원고들(기아차 노조)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이 법리로 내세웠던 신의칙이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것에 하급심이 제동을 건 셈이다. 박은정 교수는 상급심에서 판결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를 살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은 115곳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시 사측이 노동자 측에 지불해야 할 이자, 소급분 등의 비용은 25개 사업장을 합한 결과, 84천억 원에 달했다. 사측은 패소할 시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노동자들이 그만큼 받았어야 할 근로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소리도 된다. 이후 상급심의 판단에 따라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향방이 좌우될 것이며, 노동계와 경영계 간 대립은 물론 법조계 내에서도 치열한 법리적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