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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이 ‘알바노동자’가 될 때까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이가현 위원장을 만나다
등록일 2017.12.05 12:19l최종 업데이트 2017.12.06 21:00l 한지민 기자(jmhan111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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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3월 전국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101만 2640명에 달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현장에 흩어져 일하고 있는 수많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는 누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2013년 8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알바노조)’이 만들어졌다. 알바노조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직접 고용주와 교섭해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단체행동을 벌일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알바노조의 이가현 위원장을 만나 그가 부딪혀온 아르바이트 노동의 현실과 알바노조의 활동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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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최초의 여성 위원장인 이가현 위원장



맥도날드에 부당해고 당하며 노조에 적극 참여 시작

  이가현 위원장은 2013년 알바노조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이 위원장은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해 일하고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노동법에 대해서도, 실제 노동 현장에서 노동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이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현실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대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알바노조에 가입했고, 이후 알바노조 가톨릭대 분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노조 가입에 대해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었다”고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활동에는 열정이 붙었다. 알바노조 가입 1년 후인 2014년 5월, 이가현 위원장은 미국 패스트푸드 매장 종업원들의 동맹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37-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도록 하는 규정, 17분 30초 안에 배달을 완료하도록 하는 규정 등 맥도날드 노동현장의 실태를 고발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이름도, 일하는 지점명도 밝히지 않았지만, 며칠 후 이 위원장이 일하는 지점에 맥도날드 본사로부터 그가 나온 기사 사진이 전달됐다. 그때부터 지점장은 이 위원장에게 노조 활동을 중단하도록 종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굴하지 않고 노조 활동을 이어나갔고, 근로계약 만료 당일인 2014년 9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계약이 연장된 상태였다. 지점장은 그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게 불편하다”며 해고 사유를 직접 밝혔다. 

  이 위원장과 알바노조는 이것을 부당해고로 규정하고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기자회견에서 지적했던 규정들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며 본사와 유명 지점에 항의 방문을 갔고, 국제식품연맹에 가입해 1만 명 이상의 서명을 모으기도 했다. 그럼에도 맥도날드 측은 해고를 ‘단순한 계약 만료’라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았고, 끝내 이 위원장은 사과도, 복직처리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과 알바노조의 투쟁 끝에 37-45초 규정, 17분 30초 규정 등은 맥도날드 본사 규정에서 명시적으로 삭제될 수 있었다. 투쟁을 거치며 아르바이트 노동현실을 피부로 느낀 이 위원장은 2015년 알바노조 기획팀장을 맡기 시작했고, 올해 2월에는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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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에서 이가현 위원장이 맥도날드 유니폼을 입고 발언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 기자회견 참가로 부당해고를 당했다. ⓒ알바노조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불러 달라

  아르바이트 노동현실을 향한 이가현 위원장의 비판에는 자신의 아르바이트 경험과 알바노조에서의 활발한 활동 경험이 뒷받침돼있었다. 그는 고용주들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불법·편법을 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수 고용주들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함은 물론이고,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교묘한 수법을 쓰는 일도 가리지 않는다. 1년 이상 근속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거나, 출퇴근 시간을 미묘하게 조정해 임금을 덜 주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이 위원장은 “식대 지급, 매장 내 의자 설치 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 수준 자체를 높이는 게 목표지만, 현재 있는 규정도 잘 안 지켜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아르바이트 노동 현실을 열악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중에 학생이 아닌 사람이나 4-50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폄하의 의미가 담긴 ‘알바생’으로 불린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부당한 대우는 아르바이트 노동을 ‘어린 학생들이 임시로 하는 일’, ‘정식 노동이 아닌 일’로 여기는 데서 비롯된다. 이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아르바이트생’ 대신 ‘아르바이트 노동자’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알바노조의 활동 역시 ‘아르바이트생’이 사회에 당당한 ‘노동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알바노조는 부당대우를 당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노동법 상담을 해주고, 노동법 교육 프로그램을 열기도 한다. 특정 사례에 대해 상담이 많이 들어오면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피해 사례를 수집해 공론화에 힘쓴다. 개별 일터를 바꾸는 것에서 나아가 노동법 개정 등 아르바이트 노동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정치권과 연계해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이 위원장은 알바노조 활동이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어려움은 아르바이트 노동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생긴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을 하며 비슷한 생활조건을 가지는 여타 노동조합 구성원들과는 달리,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각기 다른 사업장에 흩어져있고 일하는 시간대도 모두 다르다. 또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아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노조 활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도 적은 편이다. 따라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조직하는 일은 고사하고, 알바노조 내에서 모임을 한 번 잡기도 쉽지 않다. 이 위원장은 “노조 자체의 힘이 강하지 않다 보니, 정치권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야 기업이 해명을 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알바노조는 노조 자체의 힘이 크지 않은 만큼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많은 시민들의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최저임금 1만원과 평등한 아르바이트 노동권 요구하기 

  현재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데 가장 주력하고 있다. 현 최저임금인 6,470원으로는 생계유지 이상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 이가현 위원장과 알바노조의 생각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기준 생활임금(생계비를 비롯해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임금)을 9,211원으로 책정했으며, 내년에는 이를 소속기관 및 투자출연기관 노동자 1만 명에 적용시킬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여러 사업장에 흩어져있기 때문에 알바노조가 각 사업장을 찾아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최저임금 문제는 반드시 사회적으로 공론화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내 노조가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듯, 알바노조는 사회 전체와 단체교섭을 한다”고 설명했다. 알바노조는 노동절에 ‘알바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최저임금 1만원’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 등 최저임금이 4,860원이던 2013년부터 현재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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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알바노조는 제5회 알바데이를 맞아 강남역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며 거리행진을 했다. ⓒ알바노조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친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촉진돼 오히려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한국 사회 대다수의 자영업자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에 타격을 받을 자영업자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자영업자 중 60.3%가 따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자 중 다수가 프랜차이즈에 속해있음을 지적하며 “문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이 아니라 본사와 지점 간 불균형적인 이익 배분”이라고 꼬집었다.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건 본사가 많은 몫의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지, 최저임금 탓이 아니라는 요지다. 이 위원장은 장사가 잘 되면 갑자기 월세를 올리는 등, 건물주의 횡포 역시 자영업자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건물주가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최저임금 1만 원도 달성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알바노조는 임금 문제 외에도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아르바이트 노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가현 위원장은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로 ‘꾸미기 노동’과 성폭력을 꼽았다. 꾸미기 노동은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음에도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용모 단정’을 요구하는 행위를 뜻한다. 알바노조는 지난해 ‘외모 자신 있으신 분만 연락주세요’라고 채용공고를 낸 한 사업장 앞에서 항의 피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본사로부터 사과를 얻어내고, 가맹주를 대상으로 한 교육 매뉴얼 제작과 근로자 인권 및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알바노조는 성폭력 사안에 관해서도 피해 노동자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이와 관련해 기고·강연·피케팅을 이어가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가현 위원장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도 많은 차별에 노출돼있다고 강조했다. 의도치 않게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해고되거나, 매장 내에서 성 정체성 표현에 제한을 받는 등 성소수자가 아르바이트 노동 현장에서 받는 차별은 다양하다. 알바노조는 성소수자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 역시 진행하고 있다. 노조 내에 성소수자 모임을 만들고,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해 알바노조 부스를 운영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나아가 알바노조 내부에서도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바노조는 자체적으로 성평등위원회를 조직해 정기적으로 성평등 강연을 열고 있는데, 조합원이 노조 내 선출직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해당 강연을 들어야 한다. 이 위원장은 “대표가 여성이라고 해서 조직 자체가 완전히 성평등하다는 뜻은 아니”라며, 조직 내 여성 인권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알바노조 최초의 여성 위원장인 그는 아르바이트 노동현실과 더불어 노조 내 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착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

  이가현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노동이 하나의 노동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그는 최저임금을 지키고 월급을 제때 주면 ‘착한 사장님’이라며 찬사를 보내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비판했다. 고용주들이 법과 근로계약을 준수하는 행위는 ‘착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위원장은 앞으로 알바노조가 장애인 아르바이트 노동자, 아이가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더욱 관심을 가지도록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2017년보다 16.4% 인상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인상률 중 최대치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알바노조와 이가현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 원은 물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처우를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