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호 > 사회
‘을(乙)들의 싸움’ 속 최저임금이 갈 길은? 16.4% 인상된 최저임금에 모두 웃을 수 있을까
등록일 2018.03.07 10:38l최종 업데이트 2018.03.07 10:47l 허주현 기자(aattgx@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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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 1일부터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됐다. 이는 전년도(6,470원) 대비 16.4% 오른 값으로 최근 5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인 7.4%의 두 배를 넘는다. 이번 인상에 대해 정부는 277만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꾀한다고 말했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중심에는 영세상공업자가 있다.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 인상률로 오르면서 영세상공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놓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져 최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사업주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을들의 싸움’ 논란 속 최저임금 인상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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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은 매년 꾸준히 올라왔지만, 올해 최저임금은 작년 대비 16.4%의 큰 폭으로 인상됐다.



“모두가 잘 먹고 잘살자는 데 동의한다”

  여의도에서 피시방을 운영하는 송영열(58) 씨는 최근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시방 운영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주된 비용이 되는 사업구조는 업계 과다경쟁 및 피시방 이용 문화의 변화와 관계있다. 여의도는 비교적 임대료가 비싼 곳이지만 땅값과 관계없이 피시 이용료는 시간당 500원을 넘기 힘들다. 피시방 업계의 과다경쟁 탓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송 씨는 “요즘 피시방은 피시 대신 먹거리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매출을 유지하려면 대규모 사업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큰 규모의 사업장을 운영하려면 알바 고용이 불가피하다”고 사업구조를 설명했다. 송 씨는“주인이 버는 건 변화가 없는데 최저임금이 갑자기 오르니 임금 부담이 커졌다”며 사업자가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전순옥 의원이 2015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자 중 25%는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못한 수익을 내고 있다. 

  한편 한 대형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 근무를 하는 대학생 정은지(21) 씨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최저임금에 주 15시간 이상 일할 때 부가되는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시간당 9,000원에 준하는 임금을 받는다. 정 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며 “용돈벌이 겸 일을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일하는 곳)이 프랜차이즈 일식집이라 주휴수당을 빼는 등의 일은 겪지 않고있다”고 밝혔다.

  사업주 송 씨와 노동자 정 씨는 모두 “양극화가 해소되고 다 함께 잘 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제는 ‘누가그 몫을 담당하느냐’는 점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몫을 짊어진 영세자영업자, 고용시간 감축으로 대처해

  최저임금 인상의 몫을 감당하는 영세사업자들은 고용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김대준 이사장은 “인상의 타격을 많이 받는 편의점, 외식업, 피시방 업계를 중심으로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과다경쟁으로 가격 인상이 제한된 영세사업장에서는 피고용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 대책이다. 14년째 편의점을 운영해온 계상혁(47) 씨는 “이번 인상 이후 아르바이트 대신 내(사장)가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고 전했다. 또한 “야간에 영업하지 않는 방향 또한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피시방을 운영하는 송영열 씨 또한 고객이 적은 이른 오후와 늦은 밤에 아르바이트 근무시간을 줄였다. 송 씨는 “일감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대에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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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시방은 피시 대신 먹거리에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아 아르바이트 고용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이 크다.


 
  근무시간이 줄거나 일부 노동자가 해고되는 경우 남은 노동자의 일할 몫은 더욱 커진다. 맥도날드에서 근무하는 박준규(33) 씨는 “근무시간이 단축된 동료들이 있어 최저임금 인상이 마냥 반갑지는않다”며“근무시간이 줄며 업무강도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늦춰지며 오전 업무인 원자재 정리를 더 촉박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무시간 감축으로 최저임금 인상에도 실질임금이 줄기도한다. 주당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 임금의 20%를 주휴수당으로 받는다. 만화카페에서 15개월째 일하던 정은채(24) 씨는 최저임금 인상 후 주당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으로 줄며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전보다 낮은 급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정 씨는 “임금이 줄어 더 이상 일할 이유를 못 찾았다”며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사연을 전했다.

  근무시간 단축을 ‘꼼수’나 ‘편법’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편의점 운영자 계상혁 씨는 “근무시간 단축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히려 “주휴수당을 포함해 임금을 지급하면 실질적 최저임금은 7,530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며 최저임금 체계와 기준이 합리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으로서 논의되는 최저임금이 자영업자의 실질적 지출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만들기 위해 사용계 측은 다달이 지급되는 보너스 개념의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기상여금은 성과와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지만, 명목상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사용자의 임금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정기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여부에 관해 노동계와 사용계 측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정민 교수(경제학부)는 “이번 기회에 불필요하게 복잡한 임금체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대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 과정에서의 성급함 지적돼

  누군가에게 소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비용이 되는 최저임금, 주는 이와 받는 이의 목소리를 고루 들어 이를 결정하는 기구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다. 최임위는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되며, 매해 6-7월 이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듬해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최임위 구성위원 27명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취지 아래 네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노동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이 그 결정기준이다. 노동계와 사용계의 주장을 모두 들은 후 학계에 종사하는 공익위원은 전반적 경제 상황을 판단한다. 이후 심의과정을 거쳐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최종 인상분을 의결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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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 ⓒ 최저임금위원회



  그러나 이번 최임위의 최저임금 결정은 ‘주는 이’에 대한 현실적 고려 없이 결정됐다는 비판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당사자인 소상공인 측은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성급한 결정 과정을 비판했다. 김대준 이사장은 “근로복지 향상과 양극화 해소라는 경제 정책의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이를 위해 소상공인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이 합당한 명분을 제시해도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없다면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 이사장은 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을 높이는 현실적 대책으로 “카드수수료 현실화, 골목상권에 대한 대기업 침탈 방지, 상가임대차보호법 보완”과 같은 지원책을 요구했다.

  자영업 시장이 과포화되며 최저임금 인상에 대처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피시방을 운영하는 송영열 씨는 “젊은 사람과 달리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자영업 외에 달리 먹고 살길이 없다”며 자영업 시장이 비대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통계청은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21.3%가 자영업자이며, 이는 외국과 비교해 과다한 비중이라 발표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2017년 3분기 말 자영업자의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은 1년 전보다 42.3% 늘었다고 밝혔다. 송 씨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억지로 버티는 것이 자영업자의 현실”이라며 자영업자의 현실에 대해 고려가 부족했던 인상과정을 비판했다.

  최임위의 논의 과정 전반에서 합리적 결정 과정 공개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이러한 아쉬움은 이번 인상이 공약 이행성 정책 추진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낳았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없이 추진됐다는 지적이다. 최임위에 사용계 위원으로 참석한 소상공인연합회 김대준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분 16.4%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각 결정 기준에 따른 해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상 과정에서 최저임금 결정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임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요약된 논의 결과만 공개되기 때문에 사용계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보완책 일자리 안정자금, 실효성에 아쉬움 남아

  정부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임금 지급 부담이 늘어난 영세 사업주를 지원하기 위해 보완책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일정 수준 이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30인 미만 사업장 업주에게 1인당 월 13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 정책의 파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재(2월 중순)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은 여전히 전체 대상자의 20%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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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여파의 보완책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 홍보 포스터



  저조한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에 대해 사용계는 해당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노동자의 총 월급이 190만 원 미만인 경우에만 지원자격이 주어져, 초과근무를 해 월급이 190만 원이 넘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머문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식당에서 열 시간 이상 주말까지 근무하면 되레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는 월급 210만원 미만까지 지급 대상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영세사업자들의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원 대상이 늘어나도 당초 정책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데다 4대보험 가입 의무 같은 지원기준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일자리 안정자금이 제한된 요건 때문에 취지와 상응하지 않고 있다”며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필수요건인 ‘사업장의 4대보험 가입’은 비현실적 지원 기준의 대표로 꼽힌다. 정부는 4대보험 가입을 일자리 안정자금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4대보험 가입은 곧 사용자가 노동자를 정식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지원되는 일자리 안정자금과 달리 4대보험 가입 시 보험료는 사업주의 고정지출이 돼 사업주의 부담이 과중하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계상혁 이사장은 “(지금과 같이 운영되면) 일자리 안정자금 받아서 보험료로 다시 내는 꼴”이라며 제도의 한계를 강조했다.

  4대보험 가입을 꺼리는 것은 사업주만이 아니다. 계 이사장은 “학생 아르바이트의 경우 4대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계를 위해 일하는 학생 아르바이트의 경우 4대보험 가입 시 장학금 혜택을 못 받기도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가족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의 사정을 무시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편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의 취지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이정민 교수(경제학부)는 “재정을 쓰지 않고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최저임금제도의 장점 중 하나”라며 정부 재정을 투입해 최저임금 정책에 개입하는 해당 제도에 의문을 표했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을 규정해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한번 결정되고 나면 별도의 정책 개입 없이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은 보완책의 실효성이 부족해 여전히 사업주와 노동자만의 몫으로 남아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계상혁 씨는 “우리 또한 사업을 그만두면 예비 최저임금 노동자이자,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자식을 둔 부모”라며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급격한 임금 인상 이전에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책이 선제적으로 마련됐으면 한다”며 최저임금 안정화를 바랐다. 이정민 교수는 “지금의 최저임금 인상 논란은 과잉된 측면이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대신 “저소득층의 복지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출발점”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