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호 > 사회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현장실습생 부당한 노동착취 막을 직업교육 대안 필요해
등록일 2018.03.07 22:07l최종 업데이트 2018.03.07 22:07l 이아영 기자(luna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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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한 특성화고생이 제주 소재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고로 사망했다. 학생은 하루 최대 15시간에 달하는 근무시간 동안 기계를 혼자 조작해야 했지만, 기계 작동법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지 못했다. 해당 사고가 보도되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장 실습의 운영 방식에 관심이 집중됐다. 직무교육의 전문성도, 학생의 안전도 책임지지 못하는 현장실습,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배움 없는 현장실습, 부당대우로 이어져 


  현장실습제도는 실습 기자재가 부족한 학교를 대신해 현장에서 실업계 고등학생의 직무교육을 돕기 위해 1963년 도입됐다. 그러나 현장실습생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값싼 노동자로 인식됐다. 기술 숙달이 덜된 현장실습생이 위험한 근무환 경에 배치되며, 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다. 2005년 여수에서 한 현장실습생이 안전장비 없이 엘리베이터 정비를 하던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현장실습생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실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 한다는 이유로 폐지됐고 현장실습의 파행적 운영은 계속됐다.


  현장실습제도는 현장실습생의 근무 성격이 불분명해 학생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하인호 활동가는 “기업은 현장실습생을 저렴한 인력으로 인식해 본래 제도의 취지인 기술교육과는 동떨어진 업무를 배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인호 활동가는 “기업의 본 목적은 이윤 추구”라며 학교 대신 기업에 직무교육을 요구하는 제도의 취지에 의문을 표했다. 전문 인력조차 부족한 기업 현장에서 직무교육을 요구하는 것이 애초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기업체 내에 실습생을 위한 교육은 존재하지 않으며, ‘안전에 유의하라’는 정도의 지침 전달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현장실습생은 현장에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함에도 ‘배우면서 돈을 번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 받지 못한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근무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과도한 업무 부담에 정신적 압박을 느낀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림보 활동가는 “현장실습생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성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던 한 현장실습생은 경력자조차 기피하는 부서에 배치돼 정신적 압박을 느끼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초과근무 수당조차 받지 못했다.


  미비한 인권교육으로 실습생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도 무방비하다. 특성화고는 노동인권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포함하지 않아, 인권 교육이 전무하다. 2014 년 한 현장실습생이 사내 괴롭힘과 폭행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하기 도 했다. 또 부당대우 시 적절한 대처방식을 알더라도 실습생이 이를 실천하기는 힘들다. 림보 활동가는 “실습생은 어려운 경제적 사정이나 학교의 압박 탓에 실제로 괴롭힘에 저항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빠른 취업을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부당대우에 대해 발언할 경우 해고 위험이 있어 현장실습생들은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는 취업률을 위해 현장실습생을 계속 현장으로 보내야 하기에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특성화고는 취업률에 따라 역량을 평가받고, 파견된 현장실습생은 취업 인원에 포함된다. 경기기계공고 조성신 교사는 “학교의 취업률 통계를 높이기 위해 현장실습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실습, 폐지만으로 해결되는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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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폐지 반대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는 특성화고 학생들 ⓒ특성화고권리연합회



  현장실습제도가 학생의 안전과 권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장실습의 본래 취지인 교육목적을 살린 학습 중심 현장실습만 허용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제도의 잘못된 운영 방식을 바로 잡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 지적한다. '특성화고권리연합회'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전문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현장실습은 필수적”이라며 현장실습 폐지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특성화고 권리연합회 이상현 추진위원장은 “학교
전공교육이 부실해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업에서의 실습이 필요하다”며 “현장실습 제도가 학생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잘못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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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현장실습제도 전면 중단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림보 활동가는 현장실습제도의 전면적 폐지를 주장하며 현장실습과 취업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림보 활동가는 “위험성이 큰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교내실습활동과 같이 교육적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안적 직업교육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생은 교육받을 권리도 인간으로 대우받을 권리도 박탈당했다. 학생으로서도 노동자로서도 설 자리가 없는 이들을 위해 학교와 정부의 책임감 있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