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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복지의 미래인가 포퓰리즘인가?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오준호 작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 사회복지학과 안상훈 교수에게 기본소득을 묻다
등록일 2018.04.10 19:01l최종 업데이트 2018.04.12 09:31l 유서희 기자(cow110358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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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30일 광화문 광장에서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가 "우리에게는 기본소득 개헌이 필요합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용돈을 준다면 어떨까?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자격과 조건을 두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이고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형태의 소득이다. 국내에서는작년 성남시가 기본소득 개념을 적용한 청년 복지정책 ‘청년배당’을 시행하며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됐다. 이후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기본소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기본소득이 ‘일자리종말론’의 대안인지,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성 정책인지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서울대저널〉은 기본소득에 찬성하는《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오준호 작가와 반대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 안상훈 교수(사회복지학과)에게 기본소득을 물었다.



기본소득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재원 마련과 운용의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퍼주기식 복지’ 정책으로 지지율을 높이려는 정치전략이라는 지적이다. 기본소득은 정말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인가?


반대(이상이): 그렇다. 현재 정책으로 논의되는 기본소득은 이미 존재하는 제도인 사회수당(일반조세 재정으로 수급자의 소득, 고용, 재산과 관계없이 모든 시민과 주민들에게 일정 금액의 현금급여를 제공하는 제도)을 달리 표현한 것일뿐이다. 온전한 의미의 기본소득은 개별성(개인에게 준다), 보편성(누구에게나준다), 무조건성(조건이나 의무를 요구하지 않는다)을만족시켜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것은 ‘가짜’ 기본소득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 조건을 모두만족시키는 기본소득 제도가 논의된 것은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안이 유일하다.


찬성(오준호): 기본소득은 세금을 걷지않고 소득을 분배할 수 있다는 식의 근거없는 주장이아니다. 지금과 같은 선별적 복지 대신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구성원의 동의를 바탕으로 한 증세와 적절한 재원분배를 통해 기본소득을 실현할 수 있다.



2.jpg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오준호 작가



기본소득은 개별성·보편성·무조건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온전히 충족하는 기본소득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세 가지 조건 중 일부만 만족하는 ‘부분 기본소득’ 또한 기본소득이라 볼 수 있을까?


반대(안상훈): '부분 기본소득'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부분 기본소득’은 기존에 정부가 특정 인구집단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조건 없이 지원하는 아동수당, 청년수당, 기초연금 등의 사회수당과 다르지 않다. 이미 정립된 사회수당의 개념을 별도의 용어로 칭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찬성(오): 모든 제도에는 이상형(型)과 현실형이 존재한다. 기본소득 또한 이상적 형태가 되기까지 현실형의 선행 단계를 밟아야 한다. ‘부분 기본소득’은 정부로 부터 받은 돈이 생계를 꾸리는 데 충분한 ‘이상적인’ 기본소득을 실현하기에 앞서 시행하는 ‘현실형’ 기본소득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존하는 복지제도를 유지하되 일부 집단에 적은 양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며 한계를 보완해나가는 식이다. 기본소득 주장의 핵심은 사회수당과 비교하는 차원을 넘어서 기존 복지제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기존 복지가 개인이 고용된 상태를 정상으로 전제하고 개인이 노동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라면, 기본소득은 노동하지 않고도 자유로운 생활을 가능케 하는 복지제도를 제안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불리는 오늘날, 인공지능과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기존 복지제도가 고용감소에 대비해 충분한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나?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반대(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기에 지금의 복지제도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현 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복지보장수준을 늘림으로써 대처할 문제다. 북유럽 복지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세계적으로 검증된 지금의 복지제도를,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복지보장수준은 모든 국민에게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함으로써 확대할 수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은 2014년 2월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생활고로 자살한 사건으로 사회보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어머니가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통해 소득과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아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 실업급여, 실업수당 등의 제도로 고용을 촉진하고, 국가가 나서서 일자리 문제를 혁신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


찬성(오): ‘모든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일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설계된 기존 복지제도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현시대에는 지속 불가능하다. 기본소득은 ‘노동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구태의연한 기존 복지제도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며 우리의 정당한 권리다.

  기본소득 지급의 ‘보편성’과 ‘무조건성’은 기존 복지제도의 허점을 극복한다. 한국 복지제도는 직접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는 대상자에게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복지 대상자는 생계유지에 바빠 직접 복지 서비스를 찾고 신청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제도의 합리성이 부족한 것이다. 기본소득은 자격심사 없이 돈을 지급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또 현 복지정책이 노동유인을 제거한다는 점도 문제다. 노동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이 필요 없는 대상으로 간주돼 사회수당을 받지 못한다. 일하지 않을 때 받는 수당이 노동에 대한급여보다 많을 수도 있다. 일을 하든 안하든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노동을 복지 혜택의 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아, 노동을 하지 않을 때 더 많은 소득을 보장받는 기존 제도의 모순점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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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안상훈 교수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상당한 국가 재정이 필요할 것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나?


찬성(오): 엄청난 재정이 든다는 이유로 기본소득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얼마의 기본소득이 적절한가’에 먼저 합의를 해야 한다. 필요한 재원의 규모는 얼마만큼의 기본소득 을 지급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소득을 연구하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에 따르면, 1인당 매달 3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은 충분히시행할 수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연금·수당·보조금은 기본소득에 통합할 수 있으므로, 30만 원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데 실제로 필요한 재원은 약 160조 원이며 모자란 20조 원 정도는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재편해 확보할 수 있다. 만약 북유럽 국가 수준으로 총조세부담률(1년 동안 국민이 납부한 총조세액을 그 해 국민총생산액으로 나눈 백분율)을 높인다면 최저생계비(2016년 1인 가구 기준)에 가까운 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거나 30만 원 기본소득과 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급식을 일괄 보장할 수도 있다.

  해당 연구결과는 기본소득이 결코 비현실적인 제도가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이에 앞서 복지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과거에는 기본소득 보장이 먼저냐, 복지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 건설이 먼저냐 하는 논쟁이 있었지만, 복지예산을 키워야한다는 점에서 두 입장은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만한 충분한 부가 존재한다. 기본소득은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반대(안): 복지국가를 키우기 위한 증세 합의를 끌어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에 더해 기본소득 시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 10년 정도 시행하다 국가 부도에 직면한 그리스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사례도 이를 증명한다. 한편 기존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복지국가의 역할을 기본소득 제공으로만 제한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는 복지국가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시대적 열망에 역행하는 주장이다.

  현 제도를 유지하며 증세하기도 쉽지 않지만, 설령 이것이 가능하더라도 기본소득 재원 마련은 별도의 문제다. 기존 복지제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에 찬성하는 이들이 모두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에 수긍하리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존 복지제도를 통해 연금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릴 이들은 기본소득 도입시 수당이 기본소득으로 재편되며 자신의 권리를 잃게 되므로 이에 반대할 것이다.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에는 별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찬성(오): 기본소득이든 북유럽식 복지국가든 증세 전략이 필요하다. 부자·재벌·불로소득자부터 세금을 올리고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지하경제의 돈을 흡수함으로써 서서히 보편적 증세로 가는 것이 한 가지 전략이다. 또 “천연자원은 공유재”라는 철학에 기초하여 교통·에너
지·환경세와 부가가치세를 혼합한 생태세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통합한 토지세를 통해 세금 수입의 일부를 시민배당으로 돌려주는 방법도 있다.

  선별복지는 빈곤층과 중산층을 다투게 하지만, 기본소득은 빈곤층과 중산층이 재벌과 고소득자에게 집중된 부를 사회적으로 분배하는 것에 합의하도록 만든다. 기본소득이 사회 대다수에 결코 불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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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



기본소득이 사회적 태만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건 없는 소득을 지급한다면, 노동 효율을 떨어뜨리진 않을까?


찬성(오): 당신은 기본소득이 지급된다고 일을 그만둘 것인가? 스위스 기본소득 활동가 다니엘 헤니와 에노 슈미트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문화적 충동〉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본소득이 지급되더라도 일을 계속할 것이라 답변했다.

  사람은 누구나 재능과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 이는 돈을 버는 것과 관계없이 자기계발 차원에서 이뤄지는 ‘혁신행위’로 이어진다. 앞으로는 기술이 발전해 기계나 로봇이 단순 노동을 대신하고 인간은 각자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개별 경쟁력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노동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적은 양의 노동으로도 기본소득을 지급할 만한 충분한 사회적 부를 창출할 것이다. 절대적인 노동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노동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현행 복지제도는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를 일시적, 비정상적인 상태로 간주한다. 오늘날에는 완전고용이 불가능할뿐더러 그것이 불필요한 사회가 되고 있으므로 의지와 관계없이 노동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반대(안): 그러한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면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노동하지 않아도 충분한 부가창출될 정도의 기술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그런 사회에 당도한다면 기본소득은 그때 논의해도 충분하다. 또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일하지 않는 베짱이와 열심히 일하는 개미를 구분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 상식이다. 기본소득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노동을 통한 보상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