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호 > 사회
끝없는 기다림과 끝없는 노동 이용자도 운전원도 웃지 못하는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등록일 2018.04.11 19:22l최종 업데이트 2018.04.13 00:35l 이가온 기자(rylix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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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모임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어느 날 저녁. 휠체어 이용자인 윤혁진(경제 16)씨는 휴대폰을 꺼내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 한두 시간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윤 씨는 귀가할 시간보다 훨씬 일찍 콜택시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시 전역에 이미 2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차량 배정을 기다리고 있었고, 윤 씨는 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두 시간여 기다림 끝에 받은 것은 ‘차량 배정이 지연되고 있으니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배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알림 메시지뿐. 콜센터 직원에게 전화로 문의해보니 현재 서울시에 운행 중인 차량은 17대뿐이라고 했다. 결국 윤 씨는 자정이 다 돼서야 콜택시에 탑승할 수 있었다.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 서비스는 2003년 시작됐다. 출범 당시에는 차량이 100대뿐이었지만 2017년에는 다인승 버스 1대, 개인택시 50대를 포함해 총 487대로 늘어났다. 이는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한 법정 대수인 431대(2017년기준)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행정상 넉넉한 차량 수가 무색하게 윤 씨의 사례처럼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차량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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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콜택시는 일반 택시와는 달리 노란색이고 차량 뒤편에 슬로프 혹은 리프트가 설치돼있다.



예상할 수 없는 대기시간과 부족한 차량정보


  길에 나서기만 하면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반 택시와 달리,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은 차량에 언제 탑승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 장애인콜택시는 필요한 시간에 전화, 홈페이지,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바로콜’을 신청하는 방식이지만, 대기자 수와 교통상황 등에 따라 대기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신청이 접수되면 이용자는 5km 근방과 서울시 전역의 대기자 수만 알 수 있을 뿐, 차량 운행현황에 관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콜센터에 직접 문의해도 자기 위치 근방에서 운행되고 있는 차량의 수는 알 수 없다. 배차가 이뤄진 후 해당 차량의 위치정보와 차량번호만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될 뿐이다.


  이용자들은 대기시간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윤혁진 씨는“이용고객이 많아 콜택시 탑승을 위해 4시간 반 가량을 기다려야 했던 연말과 달리 배차가 여유로운 날엔 5분 만에 차량에 탑승하기도 한다”며 들쑥날쑥한 대기시간에 따른 불편함을 토로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엔 불편이 더 커진다. 이석현(국어국문학과·졸업)씨는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하는 직업 특성상 출근할 때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을 탄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동일한 시각에 동일한 경로로 이동하는 고객을 위한 정기접수 서비스가 있지만, 이는 1급 장애인만 이용할수 있어 2급 장애인인 이 씨는 이용할 수 없다. 또 오후 9시가 지나면 대기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대다수 운전원이 퇴근해 서울시 전역에 17여 대의 차량만 운영되고, 근방 대기자의 기준도 10km로 늘어나 대기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씨는 2016년 연말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콜택시를 불렀지만 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근처의 숙박업소에서 밤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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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신청을 하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체대기자 수와 부근대기자 수를 알 수 있다. 이날은 대기자 수가 매우적 은 편이다.

(오른쪽) 차량 배정이 완료돼야만 차량의 위치정보와 도착소요예정시간이 제공된다.



콜택시 운전원, “노동 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이 문제”


  현행 운영 체계에서 어려움을 겪는건 이용자뿐만이 아니다. 제한된 인력으로 서울시 전역의 수요를 감당하다 보니 운전원 역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기 일쑤다. 운전원들은 노동 강도에 비해 충분한 대우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은 2003년 처음 모집될 때 봉사직으로 분류됐다. 노동이 아니라 봉사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당시에는 노동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고, 운행수입과 일정량의 보조금을 수임으로 받았다. 2008년 서울시설공단이 운전원를 비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2010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운전원들은 불안정한 수임이 아닌 일정한 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에 는 일반 정규직으로 최종 전환됐지만 급여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노사 임금협상에서 운전원들에게는 기존 일반직들과는 다른 임금체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전원들은 같은 직급의 여타 공무원들에 비해 4만여 원의 월급을 덜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운전원 A 씨는 “일반직으로 전환되고 나서 바뀐것은 이름뿐이고 급여는 그대로”라고 토로했다. 


  초과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이지만 현재 운전원들은 10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초과된 2시간 중 1시간은 점심시간이고, 나머지 1시간은 시간외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운전원들은“시간외수당과 같은 단편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시간에 부합하도록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특별시시설관리공단노동조합’ 이찬수 장애인콜택시지부장은 “1일 1시간 초과근무는 낮은 임금을 면피하기 위한 임금보전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퇴근시간 이후의 근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운전원들은 퇴근시간 한 시간 전에 콜을 접수받아 운행할 경우 5000원의 수당을 받지만 이를 적정 수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퇴근 직전에 운행을 하다보면 퇴근이 늦어지기 마련이고, 얼마나 늦어질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근무시간 초과를) 5000원으로 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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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시청 앞에서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즉각 시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시설공단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운전원들이 부족한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무리한 운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루 종일 장시간 운행을 해 피곤한 상태에서도 수당을 위해 야간운행(오후 7시-익일 오전 7시)에 지원하는 식이다. 운전원 A 씨는 “연말에 콜·민원·교통사고 수와 콜 거부 내역 등을 기준으로 등수를 부여해 성과급을 차등지급 받는다”며 “이 때문에 무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평소 운전원들이 하루 10시간 근무를 하면서도 최대 2회, 총 60분밖에 쉴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야간운행 등을 병행할 경우 운전원들의 노동 강도는 심화되고, 복지는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증차, 이용자와 운전원 모두를 위한 해결책


  이용자의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감축하고 운전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장애인콜택시 증대와 운전원 증원이 필수적이다. 장애인이동권을 연구하고 있는 김영돈(환경대학원 도로교통학·석사 졸업) 씨는 현재 법정 대수가 실질적인 통행 수를 기준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장애인콜택시 서비스가 의거한 장애인복지법은 서울시 거주 1급 및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를 법정대수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서울시 콜택시를 이용하는 건 서울시 거주민뿐만이 아니다. 윤혁진 씨는 과거 김해에 거주할 때 병원 방문을 위해 서울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 적이 있다. 윤 씨와 같이 진료를 위해 서울에 방문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서울 거주 장애인의 수로만 법정 대수를 산정할 경우 실제 수요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증차와 증원이 필요하다. 장애등급제에 따라 1급 및 2급으로 분류된 장애인에만 대상을 국한하는 현행 체제와 달리, 장애등급제가 폐지될 경우 등급에 관계없이 이용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운전원의 노동 강도가 더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임금 인상과 별개로 장애인콜택시 공급을 늘려야 한다.


  현행 체제의 불확실성과 비효율성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 김영돈 씨는 “이용자가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변 빈차 수와 예상 대기시간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용자의 수요, 이전 이용자들의 대기시간, 기상상황, 주변 교통 상황 등의 요소를 고려해 예상 대기시간을 도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지도 애플리케이션과의 연계를 통해 배차된 차량의 지도상 위치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해 차량 배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이 소재한 신촌, 업무지구인 여의도 등 특정 구역에만 차량이 몰려 공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이들 지역과 서울 변두리 간 차량 공급 격차가 커 소외되는 구역이 발생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냥 집 앞에 나가서 택시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게 너무 이상적이라면 적어도 한 시간 내에는 택시가 왔으면 좋겠어요.” 윤혁진 씨의 바람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운전원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증차·증원과 더불어 현행 체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이뤄져야 이용자와 운전원 모두가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