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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일 간의 투쟁을 끝낸 '반올림' 농성 해단을 기념하는 문화제 열려
등록일 2018.07.26 20:49l최종 업데이트 2018.08.13 21:06l 염경석 수습기자(loroworld@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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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천막 농성이 1023일 만에 마무리됐다. 반올림은 어제(25일) 저녁 7시 서초구 삼성 전자 사옥 앞에서 ‘참 감사해 유(YOU), 꼭 승리해 유(YOU)’ 문화제를 열어 농성 해단을 기념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해 온 노동자들이 백혈병을 비롯한 여러 질병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반올림은 삼성의 사과와 배상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투쟁을 11년 동안 지속해왔다. 반올림 투쟁의 시작은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 故황유미 씨의 급성 백혈병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같은 해 11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2008년 2월 19개의 단체가 연합하며 반올림으로 발돋움했다. 반올림은 백혈병 뿐 아니라 다른 직업병 피해를 아우르고, 삼성을 넘어 다른 산업체 노동자도 포괄하는 단체다. 백혈병과 작업 환경 사이 연관성을 부인하던 삼성전자는 서울고등법원 산재 판결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발표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2014년 11월 구성됐다. 그러나 2015년 8월 삼성전자가 권고안을 거부하자 반올림은 1023일 동안 천막 농성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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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문화제의 모습. 농성장이 철거된 자리를 투쟁에 연대해 온 이들이 가득 메웠다. ⓒ이상호 PD



  농성 해단은 지난 24일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간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서명’에 따른 것이다.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양 측이 합의함으로써 반올림의 농성 역시 종료됐다. 문화제의 사회를 맡은 안은정 활동가는 “누군가의 죽음, 누군가의 아픔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길이 됐다”며 “오랜 교섭 기간 동안 마음을 졸였지만 동료들과 온기를 나누는 힘으로 1023일을 버텼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오늘 반올림이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농성을 정리하는 것이며, 우리의 싸움은 합의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자들은 문화제에서 반올림 투쟁의 의미를 역설했다. 교섭단의 공유정옥 간사는 “그간 정치인들과 시민단체에서 삼성을 대화의 자리로 이끌어내려 노력했으나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며 “많은 이들의 노력이 쌓여서 결국 문이 열린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한 기업을 망신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며, 기업의 노동자들이 긍지를 가지고 주체적인 운동을 만들어갈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이상진 부위원장은 “반올림 투쟁을 통해서 직업적 산업재해의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광범위하게 대두될 수 있었다”며 투쟁의 의의를 강조했다. 그는 “화학물질의 독성은 없는 것이 아니라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며 “노동자가 직업병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반증하지 못하면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하는 획기적인 관점의 변화를 반올림이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쟁이 완전히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변혁노동자당 임용현 활동가는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최종 중재안”이라며 “요구했던 내용들을 충실히 반영하고, 피해자들을 배제없이 보상하며, 삼성전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담긴 중재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삼성이 최중 중재안을 또 다시 거부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다시 승리할 때까지 반올림과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마련될 최종 중재안에는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새로운 질병에 대한 보상안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 및 사회공헌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화제에는 백혈병 피해자와 가족을 포함해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길가는 밴드’ 장현오의 노래와 보건의료학생모임 ‘매듭’의 몸짓 공연도 있었다. 반올림 황상기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연대상’을 수여했으며, 참가자들은 ‘다짐문’을 낭독하며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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