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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소비자의 알 권리와 과학적 검증 사이에 서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형미 소장, 고려대 이철호 명예교수에게 GMO 안전성과 GMO 표시제를 묻다
등록일 2018.09.08 09:34l최종 업데이트 2018.09.10 23:01l 정명훈 기자(jmhoon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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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유전자 변형 생물체) : 특정 기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삽입한 생명체. 제초제, 병충해 등에 강한 유전자를 떼어내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수입이 승인된 식용 GM농산물은 콩, 옥수수, 유채(카놀라), 면화, 알파파, 사탕무 등이다.  

  지난 4월, GMO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1만 명을 넘어서면서 GMO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GMO완전표시제란 GMO를 원료로 사용한 모든 식품에 GMO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물가 인상, 통상 마찰의 가능성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표시제를 고안하겠다고 답했다. GMO완전표시제 요구의 밑바탕에는 GMO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1996년 GMO가 처음 상업화된 이래 GMO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에 시판 두부 가운데 열여덟 개 제품에서 GM콩 성분이 검출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GMO의 안전성과 GMO표시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식품의 문제다. <서울대저널>은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형미 소장과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이자 식품공학 전문가인 고려대학교 이철호 명예교수(식품공학과)에게 GMO 관련 쟁점들을 물었다.


GMO 종자가 상용화된 지 20여 년이 흘렀다. GMO의 안전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김형미 
  GMO는 1996년부터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2015년 300명 이상의 독립 연구자들은 학술지 환경과학유럽(ESEU)에 GMO 안전성에 과학적 합의는 없으며 품종별로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WHO(세계보건기구) 역시 GMO 일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공식 의견을 밝혔다. 20여 년간 유해성이 보고되지 않은 GMO 품종이라도 안전성 검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레르기 유발 항원 등 GMO의 잠재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GMO 자체의 안전성을 차치하더라도, GM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가 문제가 된다. 글리포세이트는 WHO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로, 알레르기, 자폐, 자가면역질환, 불임,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철호
  현재 생산되는 GMO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인된 품종이다. 미국 과학한림원은 GMO에 대한 논문을 전부 참고해 만든 <<유전공학작물 : 경험과 전망>>에서 GMO가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1996년부터 GM콩, GM옥수수, GM유채를 생산해 소비한 미국에서 20년간 단 1건의 부작용도 없었다는 이유다. 

  GMO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주로 프랑스 세라리니 교수의 연구를 인용한다. 이 연구에서 GM옥수수를 먹은 쥐는 다른 쥐에 비해 종양과 조직 손상이 2배 더 발생했다. 하지만 연구에 사용된 쥐는 항암제 개발에 사용하기 위해 악성종양이 발생하도록 이미 변종된 쥐였다. 또 GM작물에 사용되는 농약 성분의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는데, 이는 농약 일반의 문제다. 여타 농약에 비하면 글리포세이트의 독성은 약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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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형미 소장



우리나라의 GM농산물 수입량은 일본과 함께 세계 1~2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GMO는 필요한가?

김형미
  GM농산물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조달량 확보가 용이하다. 사료용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0.8%(2016년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지만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3.7%로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좁은 면적을 고려하면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농산물로 사료를 자급하기란 불가능하다고들 생각한다. 주요 수입국인 미국과 남미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대부분 GMO다. 수입되는 식용 GM작물 중에서는 옥수수와 콩의 비중이 큰데, 대부분 기름, 과자, 전분당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우리가 시중에서 사먹는 튀김, 볶음요리, 과자, 청량음료 등에 GMO가 들어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식량, 사료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국제곡물가격의 변동과 수출국의 정책에 맡기는 셈이다. 따라서 국내농업 기반을 강화해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철호
  지금껏 GMO 개발의 주목적은 대규모 영농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농경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온이나 가뭄, 바닷물 염분을 견딜 수 있는 GMO 개발이 필요해졌다. 이외에도 GMO 연구를 통해 영양성분 강화 곡물, 저장성 강화 곡물 등 고부가가치농작물을 개발할 수 있다. 집약농업 기반인 우리나라에서 당장 GMO를 생산할 필요는 없지만 GMO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GMO 기술은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가 90억으로 늘어 육류 및 유제품을 비롯한 동물성 식품 소비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고기 1kg을 얻는 데 곡물 사료가 6kg 정도 소비된다. 12명의 한 끼 식량을 한 번에 소비하는 셈이다. 이렇듯 동물성 식품 소비의 증가에 대비하려면 식량 생산이 지금보다 1.7배가량 증대돼야 한다. 이는 GMO 및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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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이철호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GMO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GMO표시를 보기 힘들다. 현행 GMO표시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GMO 표시대상 : 안전성 심사 결과 식품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농축수산물과 이를 원재료로 해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있는 유전자변형식품

김형미
  우리나라는 2017년 한 해에만 사료용을 제외하고 228만 톤의 식용 GM작물을 수입했다. 하지만 식품위생법과 식약처 고시의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은 현실에서 GMO표시를 보기 어렵게 만든다.

  GMO가 원료로 사용됐더라도 GMO의 DNA와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GMO표시를 할 의무가 없다. 예를 들어 GM카놀라로 만들어진 카놀라유에는 DNA와 단백질이 남지 않기 때문에 GMO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비의도적 혼입치가 3% 이하인 농산물은 GMO표시를 면제해준다. 비의도적 혼입치란 GMO의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GMO가 일반 작물에 비의도적으로 섞이는 비율을 의미한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품 선택에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와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구입하는 제품이 GMO로 만들어졌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다면 법이 규정하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된다고 말할 수 없다.

이철호
  GMO표시 의무화를 GMO 단백질 또는 DNA가 남아 있는 경우로 한정한 이유는 단백질이나 DNA에서만 유전자변형 DNA가 검출되기 때문이다. 과학적 분석이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GMO표시를 강제하기 어렵다.

  비의도적 혼입치가 3% 이하일 때 GMO표시를 면제해주는 것 역시 ‘관대한’ 정책이 아니다. 세계적 기준에 비춰볼 때 현행 GMO표시제는 느슨하지 않다. 일본의 비의도적 혼입치 허용량은 5%다. 수입 및 유통 과정에서 일반 작물이 GMO에 오염되는 정도를 실측한 결과 GMO가 전체 작물의 5%까지 혼입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식약처 고시의 비의도적 혼입치 허용량 3%는 과학적 근거로 정한 수치가 아니다. 일본과 유럽이 각각 5%와 0.9%이니 우리나라는 3%로 정한 것일 뿐이다.


지난 4월 청와대는 물가 인상, 통상 마찰 등의 가능성을 이유로 사실상 GMO 완전표시제 시행이 어렵다고 답했다. GMO 완전표시제는 시행돼야 하는가?

김형미
  GMO완전표시제는 GMO를 원재료로 사용한 모든 상품에 표시를 의무화하는 원재료 기반 표시제다. GMO완전표시제의 본질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청와대 답변에서는 알 권리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물가 인상, 통상 마찰 등을 부작용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표시제 때문에 물가가 인상된다는 주장은 검증된 바 없으며, 유통 과정의 간소화 등으로 물가 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통상 압력 내지 통상 마찰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는 상대국과의 조율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부작용을 기정사실화하기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우선시해야 한다.

  GMO완전표시제는 원재료 기반 표시제에 더해 비의도적 혼입치 허용량을 0.9% 이내로 낮추는 제도다. GMO 수입량이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데도 표시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현실은 완전표시제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위협은 화학물질 검출, 원산지 오기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다. ‘알고 선택하는 소비’는 먹거리 안전 보장의 또 다른 방법이다.

이철호
  원재료 기반 표시제를 통해 GMO완전표시제를 실시하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원재료 기반 표시제가 시행되면 GMO 원료를 사용한 국산 식용유에는 GMO표시가 붙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표시제가 적용되지 않는 수입산 식용유에 대해서는 GMO 원료의 사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식용유에는 단백질이나 DNA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 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유전자변형 DNA를 검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GMO표시가 없는 수입산 식용유를 선호할 것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자 도입한 제도에 우리나라 식품 기업이 피해를 입는 역차별은 바람직하지 않다.

  완전표시제 찬성 측에서 주장하는 비의도적 혼입치 허용 기준 0.9%는 유럽연합의 허용량을 본뜬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유럽연합의 무역 장벽일 뿐, 유럽이 GMO의 유해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럽은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렇기에 엄격한 GMO 표시기준을 유지하며 외국의 값싼 농산물로부터 자국 농업을 보호할 수 있다.

  한편 식품·축산업계를 고려할 때 GMO를 ‘완전히’ 표시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다. 식품에 들어가는 효소 대부분은 GM미생물로부터 생산된다. 또한 고기와 우유는 동물이 섭취한 영양분으로 형성되는데 동물들은 GM작물로 만든 사료를 먹는다. GMO완전표시제를 시행하려면 이들 식품에도 GMO라고 표시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축산업계 및 대부분의 식품업계에 역차별이 발생할 것이다. GMO완전표시제를 주장하려면 완전표시제가 수반할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부터 제시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상 Non-GMO표시가 허용되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on-GMO표시 조항도 개정돼야 하는가?

※Non-GMO : 식약처 고시는 GMO 표시대상 가운데 유전자변형식품 등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로서 표시대상 원재료 함량이 50% 이상이거나 해당 원재료 함량이 1순위로 사용되었다면 Non-GMO표시를 허용한다. 이때 비의도적 혼입치는 0%이어야 한다. 

  GMO 표시대상이란 ▲식품용으로 승인된 GMO 또는 ▲승인된 GMO를 원재료로 가공한 후에도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유전자변형식품이다. 예컨대 ‘콩’은 식품용으로 승인된 GMO이므로 GMO 표시대상이다. 포장된 콩 1000알 가운데 단 한 알도 GM콩이 아니라면 Non-GMO표시를 할 수 있다. 콩이라는 GMO 표시대상에 GMO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GM콩으로 만들어진 콩기름에는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기 때문에 ‘콩기름’은 GMO 표시대상에서 제외된다. ‘콩기름’은 GMO 표시대상이 아니므로, GM콩이 사용되지 않았더라도 Non-GMO표시 자체를 할 수 없다. 

김형미
  Non-GMO표시를 하려면 GMO 표시대상이면서 비의도적 혼입치 0%를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Non-GMO를 표시할 수 없어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 표시기준의 허점으로 인해 표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식품 종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카놀라유는 GM카놀라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유전자변형 DNA와 단백질이 남지 않는다. 따라서 카놀라유는 GMO 표시대상이 아니다. Non-GMO표시는 GMO 표시대상 가운데 유전자변형식품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100% Non-GM카놀라로 만들어진 경우라 해도 Non-GMO표시를 할 수 없다. Non-GMO표시의 의도와 맞지 않는 셈이다.

  또한 Non-GMO표시가 비의도적 혼입치가 0%일 때만 가능하다는 조항은 비현실적이다. 생산·수입·유통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GMO가 혼입될 가능성은 항시 존재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GM작물이 운송로, 항만, 축산농가 등에서 유출돼 교잡된 사례가 보고됐다. 식약처는 현실성을 고려해 Non-GMO표시 기준을 비의도적 혼입치 1% 이내로 개정해야 한다. 

이철호
  Non-GMO표시는 기본적으로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Non-GMO는 GMO가 일절 없다는 의미인데 비의도적 혼입치를 인정하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비의도적 혼입치가 1% 이내인 경우로 Non-GMO표시를 허용하라는 요구는 상업적 주장에 불과하다. 최근 GMO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 중에는 유기농 농작물을 재배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이 운영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은 유기농 매장을 Non-GMO 매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GMO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이윤을 얻기 위해 Non-GMO표시 기준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소비자협동조합을 필두로 상업이윤을 얻으려는 비슷한 사례로 MSG 반대운동이 있었다. MSG는 식약처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가 안전하다고 인정한 물질이다. 하지만 MSG가 유해하다는 거짓 정보가 확산되자 기업들은 제품에 ‘MSG 무첨가’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MSG 불매운동은 세계 조미료 시장에서 우리나라 식품 기업을 도태시켰다. 근거 없는 불안감을 조성해 국가적 손해를 부른 소비자 단체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Non-GMO표시의 확대도 MSG 무첨가 표시처럼 근거 없는 불안감만 고조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