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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은 우리의 이웃이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활동가에게 난민법을 묻다
등록일 2018.10.25 12:41l최종 업데이트 2018.10.26 18:01l 유지윤 기자(jiyounu@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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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예멘 출신 난민 550여명이 내전을 피해 제주에 들어오며 수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난민 수용의 근거인 난민법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난민법 폐지 청와대 청원에는 역대 최다인 71만 명이 동의했으며, 난민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난민법 폐지하고 가짜난민 송환하라’는 구호를 외친다. 그러나 난민법을 둘러싼 소용돌이 속에서 정작 난민과 난민법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시행 5주년을 맞은 난민법은 이들의 주장처럼 폐지돼야 할까. 난민법의 내용은 무엇이며, 이는 어떻게 난민신청자의 권리를 제약하는지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활동가에게 물었다. 그는 공익법단체에서 난민법률지원을 맡은 경험을 계기로 2015년부터 난민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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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센터 김연주 활동가



※난민법은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 등에 따라 난민의 지위와 처우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 난민신청 및 심사절차, 난민인정자·난민신청자·인도적 체류자의 처우 등을 규정한다. 2012년에 제정됐으며 이듬해 7월 아시아 최초로 시행됐다. 


난민은 누구이며, 우리 사회가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민협약과 난민법 상 난민은 다섯 가지 사유로 본국에서 박해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다. 다섯 가지 사유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이며, 박해란 생명, 신체, 자유에 대한 존엄을 해할 정도의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난민협약이 채택된 1951년 이후 국제 정세가 많이 변화했고, 환경 등 새로운 난민 발생사유가 등장했기 때문에 협약 역시도 난민 인정에 제한적이다. 난민법은 난민협약 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협약을 번역해오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더 엄격해졌다. 난민이 ‘합리적인 공포’를 증명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분한 공포’로 번역해 더 높은 수준의 증명을 요구하는 식이다.

  우리 사회가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국민국가가 있기 전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인권에 있어 외국인과 내국인이 다를 수 없다는 뜻이다. 국제사회는 국경 안에서 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책임을 분담하기로 약속했다. 한국 역시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면서 약속에 동참했기 때문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 내전으로 난민이 발생한다고 할 때 그 원인이 내전 국가 안에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예멘의 내전은 외부국가의 개입으로 커졌고, 자원을 둘러싼 아프리카의 내전도 자원에 대한 외부 수요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도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이므로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난민은 우리의 문제다. 한국 역시 일제침략, 한국전쟁, 독재정권을 겪으며 난민이 발생했고, 이들이 다른 나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았던 역사가 있다.


난민법은 2012년 제정돼 이듬해 시행됐다. 난민법이 제정된 배경은 무엇이며, 왜 시행 5년 만에 논란이 되고 있나?

  난민협약 가입과 난민법 제정 과정에 대해 남아있는 공식 문서는 없지만, 한국은 유엔 가입 후 국제인권협약에 무분별하게 서명하는 과정에서 난민협약에도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94년 출입국관리법에 난민심사를 규정하고 실시했으나 2001년에서야 첫 난민인정자가 나왔다. 이는 난민 인권보다는 당시 국제적 상황과 관련 있다. 2000년도 초반에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이 문제됐는데, 한국이 난민협약을 근거로 이를 비판하려 보니 한국 역시 난민인정자가 한 명도 없는 등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난민 수용을 시작하면서 난민법도 제정했지만, 제정 당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난민 심사절차가 있고, 수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한국 사회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5월 예멘 난민이 제주로 들어오면서 난민이 우리의 문제라고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 사실 예멘 난민 500여명은 작년 난민 신청자 1만 7천명에 비교할 때 큰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출도제한조치를 내리면서 문제가 커졌다. 난민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수도권이나 공장 지역에 모여있는 상황에서 출도제한된 예멘 난민들은 거리로 내몰렸고, 이 모습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심각한 문제로 그려졌다. 여기서 정부는 예멘의 내전이 심각하고, 국제·국내법상 난민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공식적 메시지를 신속하게 내야했다. 하지만 반대청원이 올라온 후에야 입장을 발표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그 화살은 고스란히 당사자들을 향했다.


난민신청자는 심사절차를 거쳐 난민인정자, 불인정자, 인도적 체류자로 구분된다. 난민심사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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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심사 및 처리 절차.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을 할 경우 사전심사 절차를 추가적으로 거친다.



  난민심사절차는 난민 본인의 신청에 의해 시작된다. 신청은 입국 후 출입국관리사무소뿐 아니라 출입국항(공항·항만)에서도 가능한데, 이는 본국의 상황으로 비자 없이 입국하는 이들에게도 심사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추가된 방법이다. 하지만 공무원 자의에 따라 출입국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아 출입국항난민신청제도는 난민들에게 또 다른 벽으로 작용한다.

  신청이 접수되면 면접을 통해 심사가 진행된다. 이때 난민심사절차는 난민이라는 지위를 새로 부여한다기보다, 발생 순간부터 국제법상 난민인 이들을 정부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심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F-2 비자(거주 비자)가 부여돼 최대 3년 간 체류할 수 있다. 체류기간은 난민 지위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연장할 수 있고, 5년 이상 체류한 후부터는 귀화신청이 가능하다. 한편 심사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면 대개 A4 용지 한 장도 안되는 불인정결정 사유서를 받는다. 사유서를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중 대부분은 이의신청을 한다. 하지만 이의신청 심사는 독립되지 않은 비상설기구인 난민위원회에 의해 이뤄지며, 1년에 6번만 진행된다. 하루에 천 건에 달하는 심사를 해야 하는 난민위원회는 당사자에게 추가자료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이의신청으로 1차 심사를 뒤집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불인정자들은 최후의 보루로 재심사를 요청하는 소송을 택한다. 난민법에서는 이처럼 난민심사, 이의신청, 소송까지를 난민심사절차로 규정하고 이를 거치는 난민신청자에 대해 G-1 비자(기타 비자)를 부여한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 불인정자 중 고문 등의 우려가 있어 본국으로 강제송환할 수 없는 경우에 부여하는 임시적 체류지위다. 인도적 체류자 역시 G-1 비자를 부여받는데, G-1 비자는 정부에서 처우를 보장해주지 않아 지위가 열악하다. 다만 심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생존이 위협 받을 수 있기에 인도적 체류자와 난민신청자는 제한적으로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한편 법무부는 난민수용률을 발표할 때 인도적 체류자를 포함해 약 11%로 발표한다. 그러나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제외한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2017년 기준 1.51%이다. 이는 OECD 평균 난민인정률인 약 3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심사절차에서 난민이 겪는 부당한 대우에는 무엇이 있나?

  우선 심사관이나 접수담당창구 직원들의 태도가 모욕적인 경우가 많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돈 벌러왔냐”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현재 인력이 부족해 일선 공무원들에게 업무가 과중돼있는 것은 사실이나, 당사자들은 ‘나를 쓰레기 취급한다’고 느꼈다고 표현한다. 

  면접 과정도 문제다. 난민심사절차에서 면접은 거의 유일한 심사절차이자, 인정 여부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다. 당사자들이 본국에서 증빙자료를 가지고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난민협약은 정부가 당사자 진술을 기초로 심사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진술이 이뤄지는 절차가 면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면접은 면접관, 당사자, 통역인만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30분에서 한 시간 내에 이뤄진다. 오래되거나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탈출 기억을 떠올리기에는 턱없이 제한적인 환경이다. 최근에는 면접 조서가 허위로 작성된 사례도 여러 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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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불인정자가 받은 한 장짜리 불인정결정 사유서.

해당 사유서는 법무부가 조작한 허위 면접조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난민인권센터


  부당한 심사절차는 그만큼 제도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은 난민심사 전담인력이 없고 보직을 순환하기 때문에 업무의 전문성이나 난민인권보장의 관점이 쌓이기 어렵다. 심사가 공무원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보니 개인의 편견이나 관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또 심사절차에 대한 정보가 당사자에게 충분히 안내되지 않는다. 난민법은 면접을 녹음하거나 녹화할 권리, 변호사 및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동석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이를 알지 못한다. 난민이 브로커를 사용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나, 브로커나 단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혼자서 심사를 거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인정자가 한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규정하지만, 실제로는 인정 후에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 난민인정자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제공이다. 난민인정 후 당사자가 받는 안내는 한국어 두 장, 영어 번역본 두 장을 합해 총 네 장의 종이뿐이다.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당사자들은 우연히 동사무소나 주민센터에서 의지가 있는 사회복지사를 만나야만 사회보장제도에 편입될 수 있다. 편입 과정에서도 학력이나 결혼 증명서 등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정부는 본국에서 증명서를 가져올 수 없는 난민들에게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또 국적 없이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다. 청소년 난민이 수학여행 여행자보험을 가입할 때에도, 축구에 재능있는 아동 난민이 관련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때도 국적이 필요하다. 이에 불편함을 느껴 귀화를 선택하더라도 귀화 조건이 까다롭다. 일례로 난민인정자가 귀화하려면 6천만 원 이상의 자산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런 물적 기반 없이 한국에 온 난민들은 이 요건을 채우기 어렵다.

  정서적 고립도 당사자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문제다. 한국에 함께 왔거나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은 당사자들은 상대적으로 공동체를 잘 형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혼자 본국을 나와 먹고 사는 문제로 바쁜 당사자들은 사회적 연대를 쌓기 어렵다.


난민법 폐지 청원 이후 법무부는 난민제도 악용을 방지하고 신속한 난민 심사를 위해 난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난민법 개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법무부 개정안에는 심사인력을 확충하고 불인정사유서를 번역한다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난민 신청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법무부는 현재 출입국항으로 도착한 난민신청자에게만 행해지는 사전심사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심사는 난민신청자가 정식 난민심사에 회부될지를 결정하는 심사다. 이는 정식 난민심사의 기회를 평등하게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난민협약에 반할 여지가 크다. 지금도 불회부 결정을 받고 송환되는 신청자가 많은 상태에서 사전심사를 확대하겠다는 결정은 우려스럽다. 재신청에 대한 엄격한 심사도 우려된다. 현재 난민심사절차는 당사자가 재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 법무부는 난민신청자가 제도를 남용하는 것인양 심사 강화를 발표했다.

  이번 법무부 발표에 대해 난민인권센터는 개정안이 인종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신청자들의 SNS를 심사하고 범죄경력을 조회하겠다는 개정안에는 난민을 잠재적 테러범으로 보는 인종차별적 시선이 깔려있다. 지금도 난민인정자들은 경찰 외사과로부터 주기적으로 전화를 받는다. 난민은 이 땅에 안전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관리·감독의 강화는 난민이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

  난민법 개정의 바람직한 방향은 협약상 기준에 더 부합하도록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심사절차나 난민인정자의 처우보장과 같이 법에 규정됐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출입국항난민신청제도나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처우 역시 국제적 기준에 맞게 나아가야 한다.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가짜난민’과 일자리 부족, 범죄위험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한가?

  ‘가짜난민’이라는 말이 있을 수 있을까? 한국의 난민신청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과정을 견딘다고 해도 난민인정률이 워낙 낮아 인정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장기간 감내하며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은 낮다. 제주 예멘 난민이나 최근 단식농성을 한 이집트 난민 역시 본국 상황의 위험성이 분명한 사람들이다. ‘남용적 신청자’ 및 ‘가짜난민’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당사자들에게 돌리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제도나 남용하는 사람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무엇이 주(主)고 무엇이 부차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범죄나 일자리에 대한 우려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야 한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보다 두 배 이상 낮다. 범죄에 대한 막연한 우려로 난민을 쫓아내기보다는 한국의 법제도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교육기회를 늘리는 등 같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일자리 우려도 마찬가지다. 난민 신청자가 종사할 수 있는 직종은 단순업무로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난민은 취업을 위해 온 것이 아니고, 비자발적으로 이주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장의 생존을 위해 노동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한국의 상황이 여유가 없다보니, 사회에 잠재한 불안감이 다른 소수자들에게도 그랬듯 난민에게 투영되는 것 같다.


난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최근의 상황이 어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난민 인권이 나아가는 데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나 언론에서 난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다른 소수자운동 진영에서도 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통해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가 이주민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난민이 존엄을 보장받지 못하는 제도는 한국의 ‘국민’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 ‘국민’이라는 말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민은 국가 단위에서도 이뤄질 수 있지만 난민과 같이 살아가야 하는 지역사회와 개인에게 더 중요하다. 이란에서 온 친구의 난민 인정을 위해 청원을 올리고 시위를 하는 중학생들처럼, 각자의 삶 속에서 난민에 대해 고민하고 연대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