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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플라스틱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김미경 팀장에게 국내 플라스틱 소비 현실을 묻다
등록일 2019.02.25 16:05l최종 업데이트 2019.02.27 20:53l 김지은 기자(kje19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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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한국서 출발한 51개의 컨테이너가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도착했다수출 당시 한국 당국에 신고된 컨테이너의 내용물은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이었다그러나 해당 폐기물을 확인한 필리핀 관세청은 놀랐다내용물은 신고된 것과 달리 기저귀배터리과자봉지 등 재활용 불가 쓰레기가 섞인 혼합 폐기물이었기 때문이다그 해 7월 미리 도착한 5,100톤의 쓰레기 역시 허위신고된 폐기물이었다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은 어떤 조치도 없이 민다나오 섬 주민들이 생활하는 놀이터와 텃밭 옆에 수 달 간 방치된 채 고인 빗물 속에 썩어가고 있었다.

 

이 사건은 그린피스를 비롯한 필리핀 내 환경단체와 언론의 주목을 받아 국제적인 문제로 불거졌다해당 폐기물은 결국 지난 1월 양국 합의를 거쳐 국내로 반송하기로 결정됐다이 사건을 계기로국내에도 폐플라스틱 수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었다국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실태와 소비 현실 역시 도마에 올랐다. <서울대저널>은 그린피스에서 플라스틱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김미경 팀장을 만나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에 대해 물었다.

 


1. 이번 폐플라스틱 수출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이며책임소재는 어디에 있는가?

 

우선 필리핀 관세청이 적발했던 컨테이너 속 1,300톤의 폐기물은 2월 3일 평택항에 도착했. 나머지 5,100톤도 곧 국내로 돌아올 예정이다이 폐기물은 애초에 재활용이 어렵고 매립과 소각 비용이 비싸 수출된 것으로 결국 전부 소각될 확률이 높다. 10억에 가까운 운송 및 처리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도 큰 문제다두 차례에 거쳐 폐기물을 수출한 업체는 이를 집행할 자금이 없고 연락도 닿지 않아 현재 환경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평택시와 비용 분담에 대 논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 사건의 책임은 당연히 폐기물을 두 번이나 허위신고한 후 수출한 폐기물 업체에 있다혼합 폐기물을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플레이크(작은 입자)로 속여 수출한 것은 국가 간 유해폐기물 이동을 제한하는 바젤협약을 위반한 행위로 심각한 범죄다신고내역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허가를 내 준 평택시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환경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기물 허위신고 및 수출 현황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는데이를 통해 보다 자세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폐기물을 민간 업체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과자체 처리가 곤란할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을 만들어 사용하는 현실에 있다폐기물 처리라는 중대한 문제가 민간 업체의 손익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인데많이 처리할수록 손해를 보는 플라스틱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는 이를 맡아서 처리하 꺼린다하지만 처리단가 및 생산단가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이 시스템을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플라스틱 소비 자체를 근절하는 것만이 가장 설득력 있고 확실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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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가에서 불과 20미터 떨어진 곳에 5100톤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그린피스



2. 재활용재가공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도 소비 근절만이 유일한 대안이 되는 이유는?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활용률 2위로각 시··구 별로 분리수거체계를 마련하고 제품마다 분리배출 방법을 고지할 만큼 분리수거 제도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따라서 분리배출에 참여한 시민은 배출하는 제품들이 대부분 재활용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실제로는 분리배출된 폐기물의 70%만이 재활용된다.

 

폐플라스틱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34%로 다른 재질에 비해 매우 낮다전 세계적으로도 상황은 비슷하다.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가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66년간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83억톤 중 9%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폐기됐다.

 

유독 플라스틱의 재활용이 까다로운 데엔 이유가 있다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 다양한 재질을 통칭하는 용어로각 재질은 재활용 후 용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람이 일일이 분류 후 가공해야 한다번거롭고 인건비도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그렇다고 제대로 분류하지 않으면 재활용된 제품의 질이 쉽게 떨어진다.

 

애초에 재활용이 힘든 플라스틱도 많다투명하고 이물질 없는 플라스틱이 아닌 경우 재활용 어렵기 때문에 처리가 곤란한데다 저품질로 취급돼 단가도 낮다일회용품으로 제작된 빨대면봉,컵의 경우 여러 재질이 혼합돼 있어 분류가 어렵기에 매립 또는 소각된다.

 

   다른 해결방안으로 폐플라스틱을 폐기물고형연료(SRF)로 가공하는 방식도 많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석유 원료로 만든 합성 고분자 화합물인 플라스틱을 연소시켜 열에너지로 만드는 방법으로, 유해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가공절차 없이 바로 소각하는 방법보단 낫지만최선의 대안일 순 없다이런 이유로 작년 12월 국회는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를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3. 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폐플라스틱을 수출하지만그와 동시에 미국일본 등으로부터 폐플라스틱을 수입한다왜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가?

 

한국이 수입하는 폐기물과 수출하는 폐기물은 다른 종류기 때문이다우리나라가 미국유럽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폐플라스틱은 대부분 재활용 상태가 좋고 작은 입자로 분쇄된 플라스틱 형태다. 바로 가공해서 제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폐기물이라기보단 원료에 가깝다반면 국내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폐기물은 국내 업체들이 재활용이 쉬운 양질의 플라스틱을 미리 골라낸 후 남긴 플라스틱이다.

 

국내 폐기물 업체는 해외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단 점을 노려 폐기물을 수출하고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수익성이 있다고 여겨 이를 수입한다그러나 수출된 폐기물은 실제론 대부분 처리할 수 없는 상태 때문에 받은 자리서 바로 태워버리거나 매립하곤 한다누군가 로 인해 생기는 유해 화학물질 등의 위험을 그대로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국의 수입자와 국내 수출업체 모두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2018년 1월부터 폐플라스틱과 폐금속을 포함한 폐기물 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중국 수출길이 막힌 한국은 작년 한 해 전체 폐플라스틱의 수출 중 95%를 동남아시아 5개국(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에 의존했지만 이들 역시 자국 환경 보호를 위해 점차 수입량을 줄이고 있다폐플라스틱을 수출할 경로가 모두 막혔을 때 어떻게 국내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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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김미경 팀장



4. 국내에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4년이 됐지만플라스틱 포장재·용기 생산량은 시행 전보다 오히려 늘어났다제도의 어떤 점이 문제였는가?

 

   우선 규제방식이 효율적이지 않다. EPR 제도에 따르면 재활용대상 원료가 포함된 물품을 생산하는 생산자는 재활용의무를 가진다. 재활용을 계획한 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부과금을 납부해야 한다생산자는 폐기물 업체 등과 계약한 후 직접 재활용하거나 공제조합에 가입한 뒤 생산품에 따른재활용분담금을 지불해 제품의 수거 및 재활용을 공제조합에 위탁할 수 있다이때후자를 택하면 생산자가 재활용의 책임을 직접 질 필요가 없. 만일 사전에 계획한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 해도 책정된 부과금을 납부하면 그만이결국 EPR 제도는 기업이 생산량을 감축하도록 충분한 압박을 가하지 못한다또한 현재 제도엔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산자의 사회적 책임도 누락돼 있다생산자는 환경정화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설비 개선 등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온전한 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

 

ERP 제도가 폐기물의 재활용에 대해 규제할 뿐폐기물을 재사용하거나 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어떠한 자원이든 재활용률이 100%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한 지금 재활용 효율성을 최대화한다는 제도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론 곤란하다생산-수거-운반-처리의 모든 제반 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해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량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생산자가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 생산을 늘리도록 장려해야 한.

 


5. 환경부는 작년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이어 올해 제품의 재포장·과대 포장에 관해 적극적인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충분한 수준의 규제로 볼 수 있는가?

 

   정부 차원의 행동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나아직 갈 길이 멀다작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일회용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컵 규제는 대형 업체와의 자율협약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규제에서 벗어나는 업체가 많다따라서 일회용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컵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업체유상으로 판매하는 업체그냥 제공하는 업체 등 일회용품 제공 방식이 천차만별이다지난 1월 발표한 과대포장 방지 개정안’ 역시 기업이 낱개 포장 등으로 포장 방식을 바꾸거나 포장지 재질을 바꾼다면 충분히 규제를 피할 수 있단 점에서 보완이 요구된다.

 

   이러한 미시적인 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체 플라스틱 제품을 아우르는 구체적 계획수립이 필요하다보다 강경한 규제정책 시행은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전 세계적으로 이미 플라스틱 포장재·일회용품 등의 소비와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EU의 경우 2021년부터 일회용 식기류면봉과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친환경제품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미세플라스틱 사용 제품도 규제하겠다고 밝혀 현재 각 회원국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다영국은 2020년까지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생산자가 수거와 재활용 비용을 모두 부담하도록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다미국도 주 로 규제범위를 넓혀가고 있다주변국의 정책이 변하면 한국이 수출입하는 제품 역시 영향을 받는다결과적으로 이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6. 소비자가 폐플라스틱 절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철저한 분리수거 중요하지만 플라스틱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현재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플라스틱 생산 시설을 갖춘 63개 국가들 중 3위로 심각한 수준이다이렇게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게 된 데는 생산자의 마케팅이 크게 기여했다많은 기업이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강하고 편리하며위생적이라는 이미지로 홍보한다. 실제로 그만큼 제품의 포장 및 용기에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소비자 입장에서는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다게다가 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한 이후 포장재 및 용기의 처리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소비자는 이를 인지하고 기업 등 생산자에게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 지속적인 감시와 제도 강화를 요구해 보다 큰 시스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현재 그린피스 역시 플라스틱 캠페인을 통해 정부기업소비자 등 여러 주체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플라스틱 생산량이 대폭 증가한 1950년 이후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처리는 하나의 순환 고리를 만들었고그 크기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작년 여름 한국을 떠났던 폐플라스틱은 먼 바닷길을 돌아 다시 우리에게 왔다결국 책임질 수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