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호 > 사회
SNI 차단 조치, '빅브라더'의 등장일까? 여성의 생존권과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 모두를 지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할 때
등록일 2019.04.18 17:14l최종 업데이트 2019.04.19 10:44l 왕익주 기자(dlrwn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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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발표된 ‘https SNI 차단’ 정책을 비판하는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비판적인 입장에 따르면 SNI 차단 도입은 국가가 개인이 언제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감청할 수 있는 위험을 낳는다. 또한 이는 국가가 개인이 볼 수 있는 성인물의 범위를 일방적으로 한정하는 시도기도 하다. 나아가 국가가 입맛에 맞지 않는 사이트를 자의적으로 폐쇄할 위험 역시 존재한다. 사실이라면 모두 자유주의의 이상에 반하는 검열 행위다.

  자유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인식에 ‘즐길 권리’란 독특한 개념이 더해지자 반대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SNI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란 청와대 국민청원엔 26만 9,180명이 서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는 성폭력 촬영물 유포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불법 도박·마약 사이트를 차단하는 규제의 취지와 양보 없이 대립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양자택일의 구도는 보다 나은 논의를 가로막는다. SNI 차단 정책이 도입되고 두 달이 흘렀지만 권리의 대립이란 구도를 넘어서기 위한 토론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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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 SNI 차단과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



SNI 차단 정책은 감청이 아니다
  
  SNI 차단이 국가의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서 해당 정책을 비판하는 주된 논리다.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SNI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일상적인 사이트 접속이 이뤄지는 방식에 대한 이해기도 하다. 먼저, https는 클라이언트와 서버 사이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규칙이다. 여기서 클라이언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크롬, 파이어폭스 등의 웹브라우저에 해당한다. 한편 서버는 여러 사이트의 주소와 정보가 담긴 저장소다. 클라이언트와 서버 사이의 연결을 담당하는 것은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란 사업자다. 국내에선 SKT, KT,LGU+ 등의 인터넷 통신사가 이를 맡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가고자 하는 사이트의 주소를 적어 ISP에 제시하면, ISP는 해당 주소의 서버를 찾아 클라이언트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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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I 개념도



  이때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가고자하는 행선지와, 행선지에서의 활동 내역을 제3자가 볼 수 없도록 ISP와의 소통 과정을 암호화했다. SNI(Server Name Indication)는 이 암호화를 위한 표준적인 방식이다. 다만 현재의 SNI 인증 하에서 클라이언트는 암호화를 통해 제3자로부턴 정보를 보호할 수 있지만 ISP에겐 자신의 행선지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알려야 한다. 정부는 이 지점서 규제의 가능성을 포착했다. ISP가 인터넷 사용자의 행선지를 아는 만큼, 방통위가 ISP에 차단할 사이트의 리스트를 전달하면 ISP는 해당 사이트의 주소를 제시한 사용자의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SNI 차단 방식에 대해 고려대학교 임종인 교수(사이버국방학과)는 “검열·감청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SNI 차단은 국가가 직접 개인의 접속 기록이나 활동 내용을 감청하는 것이 아니며, ISP가 보유한 통신기록을 국가가 열람하기 위해선 영장이 필요하단 사실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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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임종인 교수(사이버국방학과)



SNI 차단은 불법 촬영물에 대한 규제

  이처럼 임종인 교수는 SNI 차단 조치가 감청이나 검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지만 이번 조치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SNI 차단 조치가 “국가가 개인이 볼 수 있는 성인물을 지나치게 광범하게 제한하려 든다”고 우려했다. 이는 SNI 차단 정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자주 제기하는 비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임 교수는 “사이트에 대한 사전적인 차단보단 국제 공조 등을 통해 게시자를 찾아 사후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바꿈’이 주관한 공론장 ‘불법촬영물 SNI 차단 머리를 맞대보아요’에 발제자로 참여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서랑 부대표의 경험은 사후적 처벌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이날 공론장서 그는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려면 “일단 불법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나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는 성인 사이트의 90%가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다”며 “한국 경찰이 미국에 수사 공조를 통해 협조를 구하는 데엔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연방법 차원서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어려움 중 하나다. 한사성은 국제 공조의 기반이 되는 미국 연방법이 없다는 법률적 허점을 메우고자 시도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시민단체와 연계해 연방 단위의 처벌법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미 하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미 의회가 휴회하며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일련의 장면은 ‘국제 공조에 기반한 사후적 처벌 강화’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보여준다.

  따라서 사전적 차단은 당장의 피해 예방을 위해 남은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한사성 서랑 부대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이번 조치의 핵심은 성인물에 대한 규제가 아닌 성폭력 촬영물로 인한 피해 구제”라며 “만약 여성폭력을 막으려는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면, 그 자유가 어떤 자유인지 돌아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전적 차단은 사후적 처벌이 어려워 선택된 차선책인 것도 아니다. 서랑 부대표는 “온라인 공간서 유통되는 불법 촬영물은 피해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성폭력”이라며 “국가가 의지를 갖고 안전장치를 만든다면 폭력 자체를 예방하고 실제로 그 피해를 줄여 나갈 수 있다”고 차단 정책의 의의를 밝혔다. 그는 이러한 의의 때문에 SNI를 통한 차단은, 설사 우회가 쉽더라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SNI 차단은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 상황이 긴급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SNI과 마찬가지로 우회 가능한 DNS 차단 역시 적용 당시 이용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며 “조회수가 하나 둘 오르는 것에도 피해 경험자는 심정적으로 엄청난 위기를 맞는” 상황서 차단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마에 오른 방송통신심위위원회의 책임

  한편 ‘중국 정부도 불법 사이트 차단이란 명목으로 인터넷 공간에서의 검열을 확대해갔다’는 주장은 SNI 차단 반대의 또 다른 핵심 논거다. 이날 공론장에 발제자로 참여한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 미루 정책활동가가 SNI 차단 정책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 역시 이러한 잠재적 위험에 있었다.

  현재 사이트를 차단하고 폐쇄하는 권한은 방송통신심위위원회(방심위)에 있다. 방심위가 특정 사이트나 게시물에 대한 민원을 받으면 소속 기구인 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 규정에 대한 심의 규정’에 따라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한다. 미루 정책활동가는 그간 방심위가 “정부 및 기업 비판적 게시물의 차단과 관련된 법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과도한 차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 게시물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2차 보이콧이란 이유로 대량 삭제됐고, 성소수자 커뮤니티 사이트는 청소년보호법을 명목으로 폐쇄됐다”고예를 들었다.

  진보넷 미루 정책활동가는 방심위가 독립적인 민간기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는 “방심위의 법적 지위가 독립적인 민간기구라고는 하지만 방심위의 위원은 국회의장과 국회 소관상임위원회 의원 등 정치권 인사가 추천”하며 “방통위와 방심위는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 등으로부터 행정기관이라는 사실이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진보넷의 입장서 볼 때 SNI 차단 규제는 안 그래도 크고, 독립적이지 못한 방심위의 권한에 힘을 더한다. “ISP 업체가 품질 관리를 위해 일상적으로 메타데이터(사용자의 활동 기록)를 확인하는 것과 정부가 목적을 갖고 차단하는 것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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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계인청년지원센터 아자라마’에서는 경계선급 어려움을 가진 청년들이 직접 디자인한 소품을 비치·판매하고 있다. 공론장 'SNI 차단 정책 머리를 맞대보아요'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사성 서랑  부대표(좌)와  진보넷  미루  정책활동가(우)



  방심위에 대한 미루 정책활동가의 지적과 관련, 한사성 서랑 부대표는 “그간 한사성 역시 방심위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촬영물을 올린 사이트를 발견할 때마다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해외 사이트의 경우 열 곳을 신고하면 한 곳 정도밖에 차단되지 않았다”며 “그간 불법 촬영물 유포와 관련해 방심위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SNI 차단 정책에 대한 논의는 그간 누적돼온 방심위의 행보에 대한 비판과 맞닿아 있다. 진보넷의 시각에서, 방심위는 지나치게 큰 권한을 갖고 있다. SNI 차단은 안 그래도 큰 방심위의 권한을 키울 여지가 있다. 한사성의 시각에서, 방심위는 이러한 권한을 가장 절실한 곳에 적절히 사용한 적이 별로 없다.


SNI 차단 이후의
대안 탐색 위한 논의가 필요할 때

  방심위에 대한 비판만큼 권리에 대한 두 발제자의 인식 역시 합의에 이르러 있었다. 진보넷 미루 활동가는 자신이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가 여성의 생존권에 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서랑 부대표 역시 “한사성은 성적 엄숙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방심위의 규제 조치를 항상 환영하는 것도 아니”라며 “다만 불법 촬영물의 유포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는 현실서 SNI 차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모았다.

  공통의 인식을 바탕으로 불법 촬영물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이유는 SNI 차단 이후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요는 각 클라이언트(웹 브라우저)에 적용된 SNI의 변화와 관련 있다. 현재의 SNI는 클라이언트와 ISP 간의 통신 중 일부가 암호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보안 상의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ISP가 자신의 행선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암호화한 새로운 버전의 SNI를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 과정이 암호화되지 않은 점을 이용한 정부의 SNI 차단은 무력화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이날 공론장에 참여한 이들이 두 발제자에게 가장 많이 질문한 내용은 SNI 차단 이후의 대안이었다. 먼저 방심위의 심의 권한 조정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일례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에 이와 관련된 개선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권고안은 현행 방심위가 가진 심의 권한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 및 게시물 관리 사업자 대표들과 시민사회 대표들이 함께 구성하는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불법 촬영물 유통 문제의 경우 방심위의 권한 조정보다 포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날 공론장에선 국제 수사 공조의 확대 등의 방식부터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고 시청하는 것은 범죄란 인식의 확립 등의 대안이 폭넓게 언급됐다.

  그간 제시됐던 ‘SNI 차단은 곧 감청’이란 가짜뉴스와 ‘즐길 권리를 달라’는, 숙의되지 않은 견해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와 여성의 생존권 간의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이는 현실을 오도한다. 두 발제자가 보여주듯, 현실은 두 권리를 모두 놓치고 있는데 가깝기 때문이다. 오늘날 SNI 차단 정책에 대해 보인 폭발적 관심이 한 발짝 나아간 논의와 대안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