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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을 위한 스무 번째 도전 20돌 맞은 퀴어문화축제를 다녀오다
등록일 2019.09.09 13:28l최종 업데이트 2019.09.11 16:08l 여동준 기자(yeodj@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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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첫걸음을 뗀 퀴어문화축제가 올해로 스무 살을 맞았다. 퀴어문화축제는 그동안 사회에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릴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평소에 겪는 차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해방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위한 도전’이란 슬로건을 내건 이번 퀴어문화축제 현장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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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가기 위해 시청역 5번 출구로 향하자 먼발치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올라가보니 ‘퀴어축제척결’을 외치는 혐오 세력이었다. 회개를 울부짖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서울광장으로 들어서자 초록색 잔디밭 위에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회색으로 뒤덮인 서울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색을 보고 있자니 별천지에 온 기분이었다. 선명한 유채색이 광장을 수놓으며 참가자들의 해방감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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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독일에서 47년째 살고 있는 김인선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예순아홉. 내년이면 70이 됩니다.


Q. 본격적으로 참여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주최 측에서 저를 초청해줬어요. 그래서 강의도 하고 영화제도 참석했는데, 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습니다. 젊은 사람들 중 경험 없는 사람이 많아 선배 중에서 이렇게 조언이라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만나보지 못한 더 많은 젊은 사람들과 소통해보려고 나왔습니다.


Q. 몇 번째 참여하시는지?

A. 작년에도 와봤는데 오래 있지는 않았고 잠깐 지나갔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에요.


Q. 본인에게 이번 퀴어문화축제의 의미는?

A. (성소수자라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비판받을 일이 아니죠. 아니 애초에 비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누구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모양이에요. 그걸 사회가 인정해야 해요. 정치인, 종교인 모든 사람이 모여서 힘을 합쳐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조금 목소리 높여서 이야기하고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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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실, 종교 때문에 말이 많잖아요.

A. 아 그렇죠! 영어로 ‘God is love’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어떤 사랑의 형태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차별받거나 혐오받을 수 없고 하나님은 누구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으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퀴어문화축제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A. 생각나는 감상이 있어요. 우리는 연대할수록 강하단 말이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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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불교와 퀴어문화축제의 연결점을 못 찾을 사람들에게 설명해주세요.

A. 부처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자라고 해서, 다르다고 해서 차별받거나 불행해질 수는 없는 거죠. 이런 가르침을 알려드리려 나온 겁니다. 종교계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얘기가 많은데 사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 인간에게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행사의 의미에) 공감하며 나오게 됐습니다.


Q. 개인으로서 퀴어문화축제가 어떤 의미인지.

A. 개인적으로는... 저도 어떻게 보면 소수자잖아요? (웃음) 소수자 입장에서 보면 성적지향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받거나 차별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처의 차별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당연히 우리도 노력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겠다.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면서. 그래서 저는 여기서 ‘우리만 소수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소수자분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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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4시부턴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하늘을 뒤덮은 깃발을 보고 있으면 연대만이 줄 수 있는 힘이 전해지는 듯했다. 20주년을 맞아 가장 긴 거리를 행진했으며 광화문 앞을 지나는 경로 역시 최초였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즐거운 음악과 함께 축제 분위기 속에서 거리를 행진했다. 행렬의 선두와 간격이 벌어지기도 좁혀지기도 하며 걸어갈 때 한 참가자에게 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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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A. 한!가!선! (다선이요?) 가위할 때 가!


Q. 이번이 몇 번째 참여신지.

A. 사실 작년에도 기사나 언론보도 보면서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왔어요. 올해가 처음이에요!


Q. 기사로 봤을 때랑 실제로 와서 느낀 점이 다를 것 같은데.

A. 일단 사람이 너무 많고. 굿즈를 살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구경만 간신히 했어요. 아, 그리고 생각보다 더 다양한 단체에서 와서 지금 깃발이 엄청 많은 것에 놀랐어요. 근데 제가 기대했던 성직자들은 왔다 갔는지 모르지만 다양한 종교에서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래서 저희 교당 친구들과 같이 참여하게 됐거든요.


Q. 교당요?

A. 아 네, 저희 원불교! (웃음) 


Q. 아 그렇군요. 그러면 본인에게 이번 퀴어문화축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A. 기본적으로 소수자 운동에 관심이 많아요.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보다 평화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분법을 넘어 다양한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는 사회가 돼야해요. 그래서 목소리를 보태고 싶어서 나왔어요.


Q. 그렇다면 퀴어문화축제를 정의내린다면?

A. 다양한 목소리를 표현하는 장? 하나의 탈출구? 뭐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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