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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징역 3년 6개월 확정...554일간의 싸움 끝에 얻어낸 승리 “반성폭력 운동사에 거대한 진전을 이룬 순간으로 기록될 것”
등록일 2019.09.09 20:27l최종 업데이트 2019.09.09 20:27l 김김민수 기자(kmsagil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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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수차례 성폭력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대법원이 징역 3년 6개월 형을 확정했다. 여성·시민단체 활동가와 변호인단으로 구성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유죄판결 이후의 남은 과제를 짚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오늘(9일) 오전 10시 30분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년 6개월의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3월 6일 피해자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지 554일 만이다. 1심에서는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상고심 재판부 역시 오늘 안 전 지사의 10개 혐의 중 9개를 인정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상고심 선고가 내려지자 공대위는 오전 11시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배복주 상임대표의 공대위 활동경과보고로 시작됐다. 배 상임대표는 “554일동안 49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며 재판과정 대응, 피해자 지원 논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 활동을 펼쳐왔다”고 보고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너무 당연한 결과지만 기쁘다”며 멈추지 않고 싸워온 피해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 “대법원은 ‘피해자다움’에 갇혔던 (기존의) 성폭력 판단 기준이 잘못됐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안희정 유죄 확정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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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변호인단의 정혜선 변호사가 발언을 이어갔다. 정 변호사는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은 매우 엄정히 진행됐다”며 판결의 정당함을 강조하고 “피해자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외부에 말할 용기를 주도록 이런 판결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손영주 회장은 “이번 판결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일터 성희롱·성폭력을 끝장낼 수 있는 변곡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협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활동가는 “형사적 대응이 마무리돼도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며 ▲검찰은 피해자에 대한 악성 댓글 작성자를 기소하고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가해자 가족과 언론사는 이를 즉시 삭제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또 김 활동가는 시민들에게 ▲피해자를 발견해도 사진을 찍지 말 것과 ▲성폭력 관련 법과 정책·피해자 지원 단체에 참여할 것 등을 주문했다.

  다음으로 천주교성폭력상담소 남성아 활동가가 피해자의 발언문을 대독했다. “진실이 권력과 거짓에 의해 묻혀버리는 일이 또다시 일어날까 무서웠다”는 피해자는 그러나 “재판부의 공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통해 진실이 제자리를 찾았다”며 재판부에 감사를 표하고 매 순간 함께해준 변호사·활동가·증인들도 깊이 존경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이어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자신을 향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당부하고 “앞으로 세상 곳곳에서 숨죽여 살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분들의 곁에 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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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은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발언 사이에 “가해자의 세상은 끝났다 우리가 부순다”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의전화 김다슬 활동가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모든 성폭력 피해자가 2차피해 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