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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니라 연대를 저축합니다” 함께 만드는 세상, 사회연대은행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임현정 수습기자 (pooh2202@snu.ac.kr), 전진원 수습기자 (comjjw@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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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72만 명, 신용불량자 274만 명, GNI(국민총소득)으로 따지자면 세계에서 열세 번째로 잘산다는 한국사회의 현 주소다. 눈부신 경제발전 뒤에는 직업도 구하지 못하고 대출도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빈곤층이 늘 가려져있었다. 빈곤의 세습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사회보장학회’에 따르면 빈곤층의 56.7%가 가난을 대물림 받았다고 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한국사회의 빈곤층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하지만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빈곤을 구제하려 드는 NGO가 있다. 시중 은행들이 외면하는 빈곤층에게 돈도 빌려주고, 심지어 창업교육까지 시켜주는 곳, 바로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무담보자립기금대출)이라 불리는 그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
“돈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돈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은행들은 부자들에게는 돈을 쉽게 빌려주고, 정작 가난한 사람들은 외면할까요?” 1983년 방글라데시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로크레딧을 시작한 무하마드 유누스의 말이다. 그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은 그야말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은행’이다. 그곳에서 돈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단지 가난하다는 것만 증명하면 된다. 마이크로크레딧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담보도 신원보증도 필요 없이 ‘희망’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곳, 그것이 마이크로크레딧의 출발점이자 정의다.
“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고객들의 자격 요건은 특별합니다. 가난할수록 우대받지만, 그 무엇보다 자립의지가 강해야만 합니다.” 최근 출판된 의 서문에서 사회연대은행 김성수 이사장은 사회연대은행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의 마이크로크레딧인 사회연대은행은 1997년 IMF 이후 늘어난 실업자와 빈곤층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당시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정작 일자리는 줄어만 갔고, 그들이 차선책으로 고려할만한 것은 창업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창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2003년 2월 사회연대은행이 정식으로 발족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부터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에 착수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지원사업과 사회적기업지원사업 등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사회연대은행은 지금까지 664개의 업체에 143억을 대출해준 ‘빈곤층을 위한 은행’으로 자리잡았다.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빌려 드립니다
사회연대은행이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업지원사업이다. 이는 빈곤층이 창업을 통해 가난을 벗어날 수 있게 돕는 사업이다. 2008년에는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례들을 모아 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무지개 가게’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창업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설립한 가게들을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적, <무지개 가게>, 2008년 2월 발간.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사회연대은행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창업을 위한 자금만이 아니다. 사회연대은행의 안준상 홍보팀 과장은 창업지원사업에 대해 “금융혜택을 못 받는 분께 금융을 공급하고 더불어 비금융적인 것까지 공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대출받은 창업자들에게 1대1로 붙는 RM(Relationship Manager:사후관리전문가)이 비금융적인 도움의 대표적인 사례다. RM은 창업자들에게 경영, 마케팅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물론 창업지원사업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안 씨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데리고 파산신청을 하러 가는 경우는 우리가 처음이었다”며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대출받은 사람이 파산신청절차를 문의하기위해 찾아왔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사회연대은행을 찾는 사람들은 이미 다른 금융기관에서 채무를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사회연대은행이 네 단계의 엄격한 절차를 통해 대출을 해주더라도, 창업자가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창업지원사업은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연대은행의 대출금 상환율은 85%에 달하고, 상환이 불가능한 경우도 단 0.6%에 지나지 않는다. 창업지원사업에 대한 창업자들의 만족도 높은 편이다. 2004년 6월 사회연대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EM커뮤니티’라는 인쇄업체를 창업한 문주연 씨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문 씨는 “금전적인 도움 이외에 전문적인 컨설턴트가 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창업한 이후에도 인쇄할 일이 있으면 주선해 주기도 했다”며 창업지원사업의 비금융적 도움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성급한 법제화가 사회적 기업 성장 가로막아
창업을 원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도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장애나 질병 등으로 인해 노동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직업 훈련과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얻은 재화는 기업 운영에 쓰이며, 환경 친화적이어서 사회에 이윤을 가져오는 특징을 지닌다. 폐자원으로 만들어진 악기로 공연해 이윤을 얻는 ‘하자센터’의 ‘노리단’과 같은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연대은행은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통과해 정부(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만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 구성원의 급여가 100이면 그 중 매출이 30만큼은 나와야 기업 인증 신청이 가능하고 6개월 이상 운영한 경력이 존재해야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안 씨는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100여년 역사를 가지고 사회적 기업이 번성한 후 법이 만들어졌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법제화돼 법이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며 선급한 법제화에 의해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줄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회연대은행은 올 하반기 노동부로부터 25억 원의 대출자원을 위탁받아 현재까지 11억 원을 10여개 기업(1기업 당 최대 5억 원)에 지원한 상태다.
사회연대은행은 ‘희망의 공부방’ 900여 개도 지원하고 있다.


사회연대은행의 산타가 돼주세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손길이 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도 기업들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단법인으로 국고보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출 재원의 90%이상을 기업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 씨는 “설립 초창기부터 세계적으로 닥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최근까지 대출 재원 마련 때문에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대보증을 필요로 하는 ‘그라민 은행’이나 ‘신나는 조합’과는 달리 사회연대은행에서 돕고 있는 ‘무지개 가게’는 1인 경영체제라 경영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못한다. 사회연대은행은 상환에 대한 강요를 하지 않는 편인데도 성폭행 피해자나 신용불량자의 경우 도망가거나 잠적을 해 RM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연대은행의 어려움은 최근의 경제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안 씨는 “최근 경제위기로 서민들은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졌다”며 “후원금 수입이 줄어들 것도 걱정이지만, 우리 고객들은 자꾸만 늘어날 것이고 그렇다고 창업 시장에만 몰아넣는 수도 없다”는 걱정스러운 말을 꺼내기도 했다. 이미 한국의 창업시장은 세계 2위를 넘볼 만큼 큰 규모이지만 창업하는 10개 업체 중 성공하는 경우는 1~2개에 불과하다. 때문에 안 씨는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안전망을 고민하고 있다”며 경제위기에 대한 사회연대은행의 고민을 털어놨다.
서울대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안준상 씨.

유누스가 2006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후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안 씨는 “아직도 한국사회에서는 구성원의 10명 중 1명 정도만이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해 알고 있다”며 홍보의 시급함을 호소했다. “대학생들은 대학연합동아리, 프로젝트 등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관심 있는 학생들끼리 모여 학술적 심포지움을 열어 교수님과 함께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며, 학생들의 이런 활동이 마이크로크레딧의 홍보에도 긍정적일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서울대학교가 위치한 관악구에는 저소득계층이 많은 편이라 ‘무지개 가게’도 이미 여러 개 생겼다. 현재 마이크로크레딧에 관심 있는 여러 기관의 종사자들이 현업의 능력을 살려서 자원봉사로 모여 한 달에 한번 씩 프로젝트를 한다. 서울대 학생들도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활동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