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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위기는 있어도 퇴보는 없다” 진실된 언론을 향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외침을 듣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강영은 기자 (kye122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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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맡긴 언론은 권력과 자본의 시녀로 회귀하게 되는 것일 뿐”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언론 정책의 기조인 ‘시장주의와 자율’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것을 시장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언론을 시장에서 맨몸으로 경쟁시켜 강자만이 살아남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어야 진실에 부합하는 기사를 쓸 수 있고, 자유롭게 그들을 비판 할 수 있다. 언론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형태로 가져가겠다는 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진보적인 목소리,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지 말라는 이야기다. 결국 언론이 힘 있는 소수의 시각만을 다루는 ‘권력과 자본의 시녀’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다. 70~80년대의 언론의 목표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면, 지금의 언론은 정치권력은 물론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더 무거운 짐을 짊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언론의 시장화를 가속시켜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공영방송인 ‘MBC· KBS2의 민영화’와 ‘KBS 예산·결산의 국회 심의 및 승인’ 등을 명시한 ‘국가기간방송법’에 대한 어떻게 보는가?

MBC와 KBS2를 민영화한다면 공영방송에는 KBS1과 EBS만 남게 된다. 현재 MBC의 재원은 상업광고에 의존하고 있지만 방송문화진흥재단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형태를 갖고 있다. 그러나 MBC의 주식을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KBS의 예·결산권이 국회에 예속 될 경우, 과연 지금 정도로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정권이 이들 방송을 일본의 민영방송이나 NHK와 같이 정부나 기업에 대한 비판보도가 거의 없는 방송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 예로 NHK는 위안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으나 시청자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에 방송하지 못했다. 자민당이 예·결산권을 갖고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언론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제도와 달리 한번 진행하면 실패해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영방송의 민영화의 경우,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이미 개인에게 넘어간 소유권을 되돌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정부여당 주도의 일방적인 언론재편은 안 된다는 것이다.

최상재 위원장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내정을 반대해 시위를 벌였다.


어려운 신문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는데.

이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조중동)를 살리기 위해서 신문이 방송에 진출해야한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절대 반대한다. 지금 전체 신문시장의 70~80%를 조중동이 점유하고 있다. 메이저 신문사 세 개가 이 정도의 비율로 신문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조중동은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하게 ‘친자본’·‘친미’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방송의 겸영을 허용한다는 것은 신문시장에서의 조중동의 지배력을 그대로 방송으로 전이하겠다는 뜻이다. 조중동이 방송까지 장악할 경우 보수 정치세력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끌고 갈 위험이 있다. 그나마 국민들이 현실에 대한 균형적 감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이 조중동과 다른 시각들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신문·방송의 겸영 허용이 세계적인 조류라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세계의 조류는 ‘언론의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물론 미국의 공화당 정권에서 신문·방송의 겸용을 허용하는 법안의 통과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전국적인 무제한의 겸영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지역 내로 점유를 제한해 언론의 다양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 핵심적인 내용은 빼버리고 단순히 신문·방송 겸영만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방향도 잘못됐다.


“언론은 어떤 정권으로부터도 독립적으로 기능해야”


언론노조에서 보수신문에 대한 광고 불매운동을 비롯해 ‘조중동 OUT운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 신문시장이 생존의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은 조중동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소수 신문과 진보 신문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들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언론을 가장한 범죄 집단이다. 조중동은 정치권력과 자사의 이해에 따라서 사실을 왜곡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촛불 집회 때도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을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 ‘불법적인 행동을 일삼는 비이성적인 시민이다’라며 매도했다. 조중동의 불법적인 경영형태는 바로 잡아야 하며 조중동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론현업인들 뿐 아니라 시민들도 동참하는 퇴출운동을 펼쳐야한다.

4개의 언론기구(신문발전위원회·지역신문발전위원회·신문유통원·언론재단)의 통폐합이 신문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면?

이 기구들은 황폐화된 신문시장을 정상화해야 언론이 바로설 수 있다는 취지에서 언론인과 시민단체들이 만들었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 기구들이 자신들의 불법적인 행태를 방해한다고 보고 지난 정권 때부터 계속해서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역할이 겹친다’는 논리를 내세워 통폐합을 주장해왔다. 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일부 기능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기구의 가치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이 기구들은 왜곡된 신문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이다.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해서 사회적인 합의 없이 언론기구들을 일방적으로 통폐합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정권은 5년짜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언론은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되며 어떤 정권으로부터도 독립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최상재 위원장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공청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무산시켰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라는 말에서는 동의하는가.

조중동은 YS나 DJ정부 때 이루어진 세무조사를 놓고 언론탄압이라고 했었다.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을 규탄하는 것이 왜 언론탄압인가.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후 진행된 세무조사들은 명백하게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 정연주 KBS사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뉴라이트 단체들의 요청대로 이미 감사가 끝난 상태에서 다시 특별 감사를 실시했고 국세청에서도 외주 제작사를 대상으로 긴급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것은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의 사장을 강제로 퇴임시키기 위한 조치로 명백한 언론탄압이었다.

“이미 좋은 언론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어”

정부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해체하고 방송광고시장을 자유화하자는 정책을 제시했는데.

KOBACO는 전두환 정권 때 방송사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KOBACO는 방송사와 광고주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음으로써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완충지대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KOBACO는 시청률이 높은 MBC·KBS2 등에 광고주가 광고를 걸 경우 종교 방송이나 라디오 방송, 지역 방송과 같은 취약한 매체들의 광고를 같이 연계해서 걸게 하는 ‘연계 판매’를 하고 있다. 이런 취약한 방송들은 연계 판매 없이는 서울의 메이저 방송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방송들은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주며 메이저 방송과는 또 다른 시각에서 사안을 볼 수 있게 한다. 아무런 대안 없이 KOBACO를 해체하는 것은 종교, 라디오, 지역 방송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것이며, 공익성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다.

방송사 낙하산 임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YTN 구본홍 사장의 임명을 반대하는 투쟁에 참가했는데.

YTN 구본홍 사장의 출근 저지를 시작한지 70여일이 돼 간다. 구본홍 씨의 개인적인 능력을 떠나서, 특정 정당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사람을 객관성과 정당성이 최고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보도 전문 채널의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87년 이후로 20년을 넘게 노력해 ‘방송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형식’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던 차에 현 정부는 그 역사를 완전히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단순히 한 회사에 낙하산 사장을 앉히는 문제를 떠나서 정치권력을 확보하면 언론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전체적인 언론 재편을 통해서 정계 재편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스럽다.


정부가 MBC 을 상대로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는데.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해서 검찰이 직접 나서서 PD들을 수사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은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고 그 내용은 타당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농수산식품부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다른 의도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왜곡해서 만들었다’고 하면서 PD들을 체포하는 것은 언론 탄압이다. 기사 내용에 정정할 부분이 있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하면 된다. 언론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하게 진위를 가린 상태에서 방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보도를 해야 할 시점에 판단해 대체적인 내용이 진실과 맞는다면 보도해야 한다. 지금도 MBC에서는 PD들이 40일 가까이 회사 내에서 숙식하면서 검찰 체포에 대응하고 있다. 탐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보도된 내용을 가지고 PD를 검찰이 위협하고 정권차원에서 윽박지르는 것이 과연 2008년 민주화된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인가.

마지막으로 언론 문제에 관련해 서울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촛불집회를 통해서 좋은 언론을 갖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좋은 언론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합의를 통해 우리 언론이 나아갈 바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이런 위험한 정권이 제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학생들, 학계에 계신 분들이 다 같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몇몇의 정치집단들이 내린 결론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조중동 OUT운동’과 언론법 개악 시도와 관련된 저항운동 등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언론노조에서는 조중동의 신문·방송 겸영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