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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인터넷 공간을 일구기 위해 독립된 사회운동 네트워크인 ‘진보네트워크’ 설립 10년 후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문지선 기자 (mnjs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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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은 사회운동단체들이 인터넷에 활발하게 진출하던 시기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었고 사회운동 단체들이나 노동조합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보화의 요구는 커져갔으나 단체들이 실제로 쉽게 교육을 받거나 지원을 받을 만한 방법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당시에도 사회운동 단체들에 대한 정부의 인터넷 검열이 심하게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통신상의 검열로 인해 ID가 해지당하고, 한국통신의 CUG(폐쇄 이용자 그룹)가 폐쇄당하기도 했다. 인터넷 통신상의 진보운동사이트였던 ‘GEOCITY’로의 접근이 방해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당시 나우누리, 하이텔, 천리안 등과 같은 상업통신망은 정부나 회사, 업체에 의한 통신사의 검열이 많았다. 이에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커져갔다. 94년부터 이미 활동하고 있었던 PC통신 ‘참세상’의 김영준 씨가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의 설립을 제안하면서 ‘참세상’의 CUG를 기증했고, 이를 기반으로 독립 네트워크인 진보넷의 설립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의 전신 의 98년 10월호는 진보넷 설립 직전의 진보네트워크 추진위원회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진균 교수를 추진위원장으로 하고 130여명의 각 사회단체 대표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진보네트워크는 11월의 출범식과 정식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있었다.
진보넷 창립 당시부터 활동한 정책활동가 오병일 씨.

독립 네트워크의 등장, 그리고 그 이후
진보넷은 98년 11월 14일 창립됐다. 이 때 많은 진보단체들이 독립 네트워크에 기대를 걸었지만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문업체가 아닌 단체가 운영하는 네트워크였기 때문이다. 기술적 역량, 재정적 역량, 그리고 네트워크의 안정성 보장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사회운동 단체들이 진보넷에 쉽게 가입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1999년에 민주노총이 나우누리에 있던 CUG게시판을 ‘참세상’으로 이전하면서 이용자는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다.
진보넷은 독립 네트워크인 만큼 재정적 기반이 부실하지는 않은지 의문이 생긴다. 98년 당시 진보네트워크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이었으며 지금은 진보넷 정책활동가로 활동하는 오병일 씨는 “정부나 외부 재단에 재정을 거의 의존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지금은 구조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진보넷의 재정 상태가 언제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설립 초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 ‘1만인 발기인 운동’에는 366명만이 참여했고 일회성이 짙었다. 그리고 이용자도 많지 않아 초기 재정은 어려웠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가입하면서 이용자가 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정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무료 웹기반 서비스가 늘어가자 진보넷도 이용료를 무료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진보넷에는 다시 재정적 위기가 닥쳤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진보넷은 회원구조로 전환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 후원회원은 약 500명 정도이며, 유료 웹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단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진보넷이 현재 제공하는 주요한 서비스는 웹호스팅 서비스와 블로그 서비스다. 웹호스팅 서비스는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를 비롯한 669개 단체가 이용하고 있다. 또한 블로그에서는 진보 블로그만의 문화가 형성돼있다. 오병일 씨는 “다른 곳에서 이슈화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사회운동활동가들이 개인 의견을 드러낼 수 있어 단체 차원의 입장에 묻히지 않으면서 서로 연대가 더 공고화되는 계기가 된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진보넷에서 진행하는 전자여권 반대 프로젝트의 이미지.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아고라’를 위하여
현재는 어느 때보다 정보인권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시기다.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전개했거나, 다음 아고라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네티즌이 구속되기도 하는가 하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보넷에서도 성명을 내고 포럼에 참여하는 등 정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진보넷은 그 본래의 취지에 걸맞게 인터넷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사회운동의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이용자의 IP주소를 남기지 않는 진보넷만의 시스템에 있다. 웹호스팅 서버에도 IP주소는 남지 않는다. “일반 업체들은 수사기관이 IP 주소를 달라고 협조 요청을 하면 그냥 준다. 사실은 요청이므로 협조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영장을 가져와도 IP 주소가 남지 않기 때문에 협조를 하려야 할 수 없다”고 오 씨는 설명했다. 더 나아가 진보넷은 더 넓은 폭의 정보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들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개인정보가 전자칩 형태로 내장된 전자여권이 발급되는 것을 반대하는 선언 프로젝트에는 현재까지 172명의 선언자가 참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보인권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오병일 씨는 “우리나라 정보정책은 산업 중심, 효율성 중심으로 만들어져 정보인권을 도외시한 채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정보 인식이 높아지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정보보호는 기업, 정부입장에서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효율성을 중시하는 정책 속에서도 그나마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니까 정부나 기업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오 씨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직접 정보인권을 주장해야 할 일반 네티즌들은 오히려 개인정보 문제에 민감하지 못한 편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회원가입을 할 때 개인정보가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에 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대다수 기업의 사이트 이용약관에 실려 있으나 이를 꼼꼼히 읽는 사람은 드물다. 오병일 씨는 “어찌보면 아직까지 개인정보에 대해 둔감한 편이라고 할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실 개인정보는 개개인이 제어하기가 힘들다”며 사회적인 정보인권 보장 시스템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또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도 정보 정책들에 별로 관심을 가지는 것 같지 않다. 이는 결국 내가 어떻게 인터넷을 활용하게 될지 정하는 일이므로 나에게 영향을 미칠 일들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며 네티즌을 향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