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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꾼 여성주의 여성주의로 숨쉬는 공간 ‘언니네트워크’를 만나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임지현 기자 (bluemone@snu.ac.kr), 사진 윤영아 기자 (young9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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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100주년을 맞이했다. 100년 동안 여성 복지와 인권 향상에 대한 수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왔고, 이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호주제 폐지 등 가시적 성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사회와 같은 일상적 공간의 대부분은 남성중심적인 사고가 전제돼 있다. 그 곳에서 여성은 배제되고, 심지어 무력화되기까지 한다. 그 공간에 균열을 내고, 당연시되는 차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언니네트워크 회원들이다.
언니네트워크 운영위원 이끼 씨.

언니들과 함께라서 편안한 곳 '언니네트워크'
언니네트워크는 여성주의 커뮤니티 웹진 ‘언니네(www.unninet.net)’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주의 단체이다. 2000년 4월, 서울의 대학 내에서 활동하던 여성주의자들이 모여서 ‘여성주의로 벌어먹고 살고 싶다’는 취지에서 언니네 사이트를 열었다. 이후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면서 본격적인 NGO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2004년 11월에 언니네트워크를 창립했다.

현재 3명의 상근자와 약 200명의 활동 회원이 언니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에 다수의 후원 회원과 약 5만명의 언니네 사이트 회원이 있다. 대부분의 회원이 2,30대의 대학생이나 회사원들이다. 언니네트워크 운영위원 이끼 씨는 “보통의 단체들은 상근자 위주로 운영되지만 언니네트워크는 대부분 자기 본업을 가지면서 여성주의 활동에 참여하는 형태다. 그래서 팀 체제와 기획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니네트워크는 현재 액션나우, 소통과 공감, @asia, 편집팀 총 4개로 이루어져 있다. 액션나우팀은 언니네트워크의 입장과 목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월례 토론회인 ‘세가지색 감자모임’을 개최하고, 여성학 관련 소논문 발표회인 ‘징검다리 여성학’을 주관하기도 한다. 소통과 공감팀은 운영진이나 회원들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곳이다. 언니네트워크 회원의 날인 ‘폭 빠진 Day’를 주관하고 회원 송년파티 및 운영진 MT 기획을 하기도 한다. 편집팀은 언니네 사이트의 ‘채널[넷]’에서 매월 특집 칼럼을 작성하거나 청탁한다. 마지막으로 @asia팀은 아시아 지역의 여성주의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작년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여성단체들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는 2008년 여름에는 대만에서 아시아의 여성주의자들과 워크샵을 가질 예정이다.

2007년 3월 제 1회 비혼여성 축제가 열렸다. 축제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결혼하지 못한 미혼여성이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한 비혼여성임을 선언했다.

결혼, 못 한게 아니에요
4개의 팀 이외에도 언니네트워크는 수시로 기획단을 꾸려 페미니즘 캠프, 액션박람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에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제 1회 비혼여성 축제-비혼, 꽃이 피었습니다’가 열렸다. ‘비혼(非婚)’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서 결혼하지 않은 상태임을 나타내는 말로 아직 결혼하지 못했다는 의미의 ‘미혼(未婚)’을 대체하는 말이다. 제 1회 비혼여성 축제에서는 비혼선언문 낭독과 비혼 생애주기 그려보기, 비혼 피로연 등 여러 행사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여태껏 진행했던 행사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이끼 씨는 액션박람회를 꼽았다. 지난 2007년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됐던 제 1회 여성주의 액션박람회는 1995년부터 최근까지의 소소하게 잊혀졌던 여성주의 활동 자료들을 모아서 전시하는 자리였다. 이끼 씨는 "제주도를 비롯,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자료의 양에 놀랐다"며 "이 자료들이 언제 다시 모일까 생각하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화장, 다리털? 여기선 신경쓰지 마세요
여성주의가 ‘고프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뛰어들어야 할지 모르는 여성들에게 언니네트워크는 ‘페미니즘 캠프’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2004년에 처음 시작해 매년 여름에 열리는 페미니즘 캠프는 올해로 다섯번째다. 지난 4회 페미니즘 캠프는 ‘사군자 쇼(사각턱과 군살의 자위 쇼)’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몸과 욕망을 긍정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캠프기간에는 브래지어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다리털을 밀어도 되고 안 밀어도 되는 등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향한다. 외모에 대해 평가하지 말자는 게 수칙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캠프는 주제별 이야기 방, 체험 프로그램, 운동회 및 물놀이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이야기 방에서 여성주의, 이성애 연애, 레즈비언, 비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스윙댄스나 요가를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끼 씨는 페미니즘 캠프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고 동의한다는 것만으로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남성의 시선이 없는 공간에서 해방감을 얻기도 한다.”
제 4회 언니네트워크 페미니즘 캠프 '사군자 쇼' 포스터.


언니네트워크는 인터넷 사이트에 설립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온라인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언니네 회원들은 사이트 내에 ‘자기만의 방’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추구한다. 네트워크 운영진들은 그 중 ‘지지’, ‘공감’, ‘감동’에 많이 오른 글들을 추려서 2006년 3월 을 출판했다. 호응이 꽤 좋아서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2007년 3월에는 이 출판됐고, 그 연장선상으로 오는 2008년 3월에도 가 출판될 예정이다. 이 자기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에세이의 느낌이 강하다면, 는 처음 여성주의를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언니네트워크의 많은 활동 중에서는 지난 해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꼬매고 싶은 입’ 시상식도 있다. 매년 12월 언니네 사이트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여 여성 비하적 망언을 일삼는 정치계, 법조계, 문화예술계의 인물을 선정한다. 2006년의 ‘미싱상’은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최연희 의원이었고, 2007년 ‘재봉틀상’의 수상자는 수차례의 여성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2008년 12월에도 ‘꼬매고 싶은 입’ 시상은 계속될 예정이다.
2007 꼬매고 싶은 입 시상식에서 '재봉틀 상'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 시상식 UCC는 서울대 학생회관 라운지에서 촬영됐다.


여성들이 자유로운 공간을 위해
온·오프라인 상의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언니네트워크는 여성주의가 우리사회에서 좀 더 활발하게 담론화 되기를 원한다. 이끼 씨는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내 혹은 사회에서의 여성주의는 상식이나 유행처럼 치부되는 점이 없지 않다”며 염려했다. “그래도 언니네 회원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주의를 접하게 되고 깨치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도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새로운 공간, 이를 위해 오늘도 '언니'들은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