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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 60주년, 한국의 인권을 묻다 한국인권의 수장, 안경환 위원장을 만나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인터뷰 정원일 편집장 (jwi820@snu.ac.kr), 정리 이범석 기자 (bslee656@snu.ac.kr), 사진 윤영아 기자 (young9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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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권현실, 아직 세계적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인권선언 60주년을 크게 기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를 옹호한 선언이다. 인종차별 금지, 여성차별 철폐 등과 같은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은 여러 나라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수용됐다. 하지만 인권선언의 위상에 비해 국민들의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마침 동양권에서는 60이란 숫자가 특별하게 여겨지기도 하는데다, 한국은 정부수립부터 유엔이 관여했기 때문에 정부수립 60주년과도 연계해 이번에 크게 기념하고 있다.

한국의 인권 현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일례로 최근 국방부에서 지난 해 약속했던 ‘대체복무제 도입’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정당한 권리로 옹호하는 세계인권선언과도 배치된다.

한국은 ‘자유권 규약’, ‘사회권 규약’ 등 세계인권선언과 관련된 협약을 다수 체결했다. 그래서 유엔 자유권위원회에서는 한국에 대체복무제 도입이나 사형제 폐지 등을 늘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인권위 차원에서도 이런 권고를 주시하고 있으며, 인권에 관한 국제 협약이 제대로 준수되는지를 감시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는 협약이 있다면 정부에 가입을 권고하기도 한다.

촛불시위 때 인권위가 파견한 ‘인권침해감시단’ 일원이 경찰로부터 폭행당한 적이 있다. 이 때 인권위는 경찰에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았고 일반 시민들이 경찰에게 당한 폭력에 대해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우선 인권위는 위원회 성격의 조직이므로 위원간의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더구나 진정 사건의 경우에는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각각 조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더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어떠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충분한 시민단체와는 달리, 국가기관인 인권위는 문제를 직접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애로점이 있다는 점도 이해해 줬으면 한다. 인권위에 집행기능이 없고 권고기능만 있기 때문에, 국가기관에 대한 권고 결정을 내릴 때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신속하지 못한 대응에 국민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다.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 경우 국민들이 도와줘야 한다.


최근 인권위가 이주노동자 강제 퇴거를 유예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는데 무시됐다. 말씀하신 것처럼 인권위는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권고만을 할 수 있는데 권고가 무시된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가?

각 부처마다 업무 처리 기준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서는 인권위 권고를 과도하다고 여기거나 권고 수용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현재 권고 수용률이 90%를 넘고 있긴 하지만 권고가 거부된 경우에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많지 않다. 그런 경우는 국민들이 도와주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인권은 사회적 소수의 관점… ‘생활 속 인권문제’가 중요한 시대

인권은 어떤 이에게는 ‘신체의 자유’와 같은 거창한 개념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빵 한 조각’처럼 소박한 것일 수 있다. 이처럼 인권의 개념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내릴 수 있을 겉 같다. 인권위 수장으로서, 인권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인권이란 ‘그 시대의 구성원들이 최소한으로 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권리’다. 그래서 인권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두발규제’가 과거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요즘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인권 환경도 다문화사회에 친화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인권문제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살색이라는 명칭을 살구색으로 바꾸도록 권고한 것, 초등생 일기장 검사를 인권침해로 판단한 것 등 ‘숨은 인권 찾기’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환영한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이를 배부른 소리로 여기는 시각도 있는데.

본래 인권이란 사회적 소수의 입장에서 비롯된다. 다수는 현실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를 되돌아보기 쉽지 않다. 이제 한국에서는 고문과 같은 고전적 의미의 자유권 침해는 거의 자취를 감췄기 때문에, 어찌보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차별이나 인격권 침해 등이 더 문제시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하고 여유로워진 것으로 봐도 좋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행사. 이 행사에서 안경환 위원장은 춤도 췄다.

얼마 전 과의 인터뷰에서 인권에는 좌우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실제로 인권은 보수와 진보 간 정치적 대립의 소재로 곧잘 비화되곤 하는데.

그 문제는 앞으로 정권이 몇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도 인권위가 계속 정치권력에 중립적으로 작동한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인권위가 생긴 지 10년도 안 됐다. 간혹 진보정권 때문에 인권위가 생겼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인권위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만들었어야 할 조직이었다.

그간 인권위는 ‘북한인권’에 대해 함구한다는 비판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그러나 지난 5월 '북한인권포럼'을 개최하면서 정권입맛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는 비판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과 국내의 외국인이 국가기관으로부터 받은 인권침해만이 진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권위가 북한인권 문제를 진정사건을 처리하는 형식으로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인권위는 준국제기구로서 국제토론에 참석하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활동을 부차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수도 있다. 언론에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인권위는 지난 정권 때인 2006년 12월에 ‘북한인권에 관련된 인권위 입장’을 발표한 바 있으며, 참여정부 시절에 계획된 2008년 6대 중점추진과제에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홍보 강화’를 포함시켰다. 인권위가 정치권력의 입김에 좌우된다는 비판은 오해다.

20대 청년층의 비정규직화를 다룬 가 지난 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사회양극화나 비정규노동의 확산이 한국의 인권 현실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정규직이나 양극화의 문제를 사회권의 문제로 본다면, 인권위는 제한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인권위는 헌법상의 자유권 침해에 대해서는 직접 시정권고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사회권에 대해서는 정부에 정책권고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정된 기능만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비정규직 문제를 ‘임금 차별’의 문제로 보아 이미 여러 차례 개입을 해 왔다. 올해 6대 중점추진과제에도 ‘양극화 사회에서의 빈곤계층 인권보호’가 포함돼 있으며, 얼마 전 인권위 상임위원들이 기륭전자 파업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상 속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당시 서울법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미국 유학길에 올라 현지 변호사를 하셨다. 다시 모교에 돌아와 교수로 활동하셨는데. 독특한 경험이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영향을 미쳤는가?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법의 정신이란 기본적으로 인권의 정신이다. 공동체와 인간의 존재를 고민하지 않는가. 또한 법학은 제도를 통한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진다. 나는 법학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 동시에 내가 바라는 사회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많이 길러내고 싶어 법학 교수가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인권 문제를 비롯한 사회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인권위원장 임기가 내년 하반기까지다. 그 후에는 학교에 돌아오시는 것인가?
임기가 내년 10월 말에 끝난다. 물론 한 번 연임도 가능하지만.(웃음) 한국이 유엔 산하단체인 세계인권위원회 부회장국이지만 2010년에는 회장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한국이 회장국이 될 수 있는 기초를 꾸준히 다져 나갈 생각이다. 임기를 마친 이후에는 당연히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돌아갈 무렵이면 법대 학부가 없어지고 로스쿨이 운영되고 있을 텐데, 내가 학교에 가장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학교 당국과 협의해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실 많은 서울대생들이 안락한 삶과 적극적 사회참여 사이에서 고민하곤 한다. 둘은 묘한 긴장관계에 있는 것 같다. 선배이자 교수로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 사회 안에도 나와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서울대생에게 주어지는 특권도 예전에 비해 사실 많이 약화됐다.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이나 강박관념에 너무 시달리지는 말되,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