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호 > 문화
“어머, 철수 화장했니?” 화장하기 시작한 남성들
등록일 2016.12.13 06:24l최종 업데이트 2016.12.15 12:53l 김명주 기자(audwn011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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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밍족.’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들은 자신의 미용을 위해 화장을 하고, 옷을 신경써서 입으며, 다양한 뷰티 상품을 소비한다. 그루밍족의 등장이 보여주듯 남성들 사이에서 미용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남성 화장’이다. 현대 사회에서 화장은 주로 여성의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남성화장이 인기를 끌면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모습을 부각하고 장점을 돋보이도록 화장을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성화장의 인기로 화장품 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변화를 보이는 추세다. 남성을 타겟으로 하는 화장품 라인이 출시되고, 화장품 가게에서 남성 화장품에 대해 따로 설명해주는 남성 직원도 등장하는 한편 화장품 광고 모델에도 남성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 하우스는 소위 ‘남성적인’이미지의 모델이 온통 분홍색으로 꾸며진 방안에서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내보낸 뒤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전의 남성 화장품 광고 모델이 ‘남성적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남성적’인 남성도 화장을 하고,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이 2016년 20~30대 남성 7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4명 중 3명은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2016년 CJ오쇼핑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성 화장품은 세계 남성화장품 매출량 기준 6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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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브랜드의 화장품 광고는 소위 ‘남성적인’ 이미지의 모델을 내보였다.  ⓒ인사이트



  트렌드가 돼가는 남성화장,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남성들이 화장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변화하는 사회상을 들 수 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저서 《여성시대에는 남성도 화장을 한다》에서 현대의 남성들은 이제까지의 가부장적이었던 사회에서 벗어나 진화생물학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컷’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성의 외모가 중요해지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남성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남성화장이 확산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남성들 스스로의 인식변화도 남성화장의 확산에 기여했다.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꾸밈으로써 자신의 단점을 가리고 개성과 매력을 강조해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패션, 디자인, 시장에 관한 트렌드를 연구하는 ‘트렌드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이 2016년 드러그스토어를 이용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남성의 10명 중 7명이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자신감을 얻기 위해 화장을 한다고 응답했다. 자신을 가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외모를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남성화장의 확산은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남성 전용 화장품이 출시되고 이를 소개하는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는 한편으로, 남성 ‘뷰티 유튜버(유튜브(YouTube)에서 화장품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화장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사람)’도 등장했다. 약 3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남성 뷰티 유튜버 ‘임파’ 씨는 올해 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크에서 흔남되기’라는 영상을 게재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여러 상황별 화장 방법과 각 화장품 브랜드 후기를 담은 그의 영상은 1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임파 씨는 대학 시절 연극 공연에서 드랙퀸(남성 동성애자가 여장을 한 것) 분장을 보고 감명을 받아 화장을 시작했다. 그는 영상 제작의 취지를 “못생긴 남자가 메이크업을 통해 흔한 남자가 되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파 씨는 “처음에는 ‘남자가 왜 화장을 하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주가 될까 걱정했지만, 방송 시작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인 편이어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며, “때로는 구독하는 사람들이 내가 영상에서 사용했던 화장품이 어떤지 묻기도 하고, 자신도 용기를 얻어 꾸미기 시작했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메이크업 선생님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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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유튜버 임파 씨는 동영상에서 남성들을 위한 화장 방법을 보여준다.  ⓒYouTube 임파



  이처럼 남성화장이 대중으로 확산되면서 남성화장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시선도 점차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임파 씨 역시 최근 “남성의 외모 꾸미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하나의 선택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남성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직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히며, 다양성의 관점에서 남성화장을 바라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김재휘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꾸미는 남성이 증가한 이유는 경제적 수준 향상, 성 역할의 변화, 사회적 우월감의 표현 등 다방면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며 이와 같은 변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처럼 남성들의 외모 꾸미기가 자연스런 사회 변화의 한 단면인 만큼, 남성 화장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