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호 > 문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전 한림ICT정책연구센터 연구교수에게 인터넷 방송규제를 묻다
등록일 2017.10.19 11:34l최종 업데이트 2017.10.19 11:42l 이선아 기자(l2jenv@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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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 한 번이면 소변을 마시거나 강풍으로 돌아가는 선풍기에 손을 넣는 방송이 펼쳐진다. ‘아프리카TV’, ‘유튜브등 개인방송 플랫폼의 수익구조 안에서 일부 개인방송은 선정적인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한다. 일각에서는 개인방송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선정적 콘텐츠를 본 시청자가 실제 범죄를 저지르면서개인방송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은권 의원 등이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안을 발의했지만, 현업 종사자들은 법적규제가 새로운 콘텐츠 창작 및 시장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희경 전 한림ICT정책연구센터 연구교수를 만나 인터넷 개인방송 법적규제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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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등 자극적 컨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 신태일 ⓒ신태일 유튜브 채널



자극적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실정은 어떠한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MCN(Multiple Channel Network, 인터넷방송 스타들의 소속사)’의 수익은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별풍선에서 나오기 때문에 ‘BJ(broadcasting jockey, 개인방송 진행자)’들은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내용의 방송을 한다. 그러나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는 사실 전체 방송 중 10%에 불과하다. 언론이 이런 자극적 콘텐츠만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사업 초기에는 먹방 등으로 시작해서 요즘에는 할머니의 메이크업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일종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이 아니라 개방된 네트워크을 통해 전달되는 통신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방송법이 엄격한 것은 방송의 노출범위 및 영향력을 고려한 결과인데, 인터넷 영상 시청에는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이 개입되기 때문에 인터넷 영상이 방송보다 노출범위가 넓다거나 영향력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 더불어 현행법으로 이미 개인방송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 ‘청소년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규제할 수 있다. 이미 법적 장치가 있는데 더 강한 규제를 가할 경우, 국내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해외 플랫폼과 비교해 국내 플랫폼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

 


법적규제 외에 MCN과 플랫폼의 자율규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실효성은 어떠한가?


  법적규제는 국가에서 법을 적용해 사업자를 규제 및 처벌하는 것이고, 자율규제는 사업자가 유해한 콘텐츠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사후에 모니터링해서 규제하는 것이다. 현재 MCN 권고-경고-퇴출 3단계 제도를 내부적으로 운영하며 수시로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TV 같은 대형 플랫폼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폭력적이고 혐오적인 콘텐츠에 제재를 가한다. 플랫폼을 거치는 모든 방송을 녹화해 모니터링하고, 기준을 넘어선 콘텐츠는 삭제 조치하거나, 선정적인 콘텐츠는 코너를 따로 운영해 성인인증을 거치도록 하는 식이다. 플랫폼뿐 아니라, BJ 개인도 인기 유지를 위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콘텐츠는 자체적으로 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만, 국내 거대 플랫폼이 시행하고 있는 자율규제는 충분한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규제 밖에 있는 해외 플랫폼과 불법 플랫폼의 콘텐츠를 사례로 든다. 더 강경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전에, 먼저 해외 플랫폼과 불법 플랫폼을 고려해봐야 한다. 오히려 국내에서 강경하게 규제를 하면 BJ들이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 제재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가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의무적으로 이행하고, 음란 콘텐츠 삭제 및 차단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안이 지난해 발의됐다. 시장이 커진 만큼 인터넷 개인방송도 공적 책무를 져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터넷은 방송이 아닌 통신 매체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전화 같은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할 방송과는 엄연히 다르다. 벼룩 잡으려다 다양한 장르의 질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다.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럽연합을 예시로 든다. 유럽연합은 규모가 충분히 큰 일부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를 유사방송에 포함시켜 혐오발언, 선정적 내용, 지나친 광고 등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유럽연합은 네트워크 분류법도, 법률체계도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유럽의 제도를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인터넷을 방송과는 별개의 통신으로 분류하는 반면, 유럽은 방송과 인터넷을 일괄적으로 규제하기 때문이다. 또 유럽은 애당초 방송 및 인터넷을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는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인터넷은 모든 콘텐츠가 자유롭게 생산될 수 있는 자율적 환경에서 발전했다. 인터넷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강경한 규제만을 고집하면 경쟁력 있는 방송사업자들이 해외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물론 인터넷 개인방송 초기보다는 규제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 MCN 산업이 과도기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MCN과 플랫폼 모두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인터넷 개인방송을 자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