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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노조 있다 전국여성노동자조합 산하 디지털창작노동자지회를 만나다
등록일 2019.04.18 20:09l최종 업데이트 2019.04.19 10:42l 왕익주 기자(dlrwn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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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디콘지회)가 출범했다. 웹툰과 웹소설, 일러스트레이터를 아우르는 최초의 노조다. 소위 ‘메갈리아 작가 사상검증’에 맞선 여성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연대(WFIU)와 레진코믹스규탄연대(레규연)가 주축이 됐다. ‘우리도 노조 있다’는 외침이 나오기까지, 여성 프리랜서로 살아온 이들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이를 위해 디콘노조 김희경 지부장과 하신아 부지부장, 비담 감사를 만났다. 모두 디지털 콘텐츠 작가이자 WFIU와 레규연서 활동한 활동가들이다. 이날 인터뷰에선 내내 웃음과 재치가 넘쳤다. 그들의 얘기가 투쟁의 기록임을 의식할 때에야 문득 쓴웃음이라는 것을 느꼈다. 프리랜서의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와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의 처우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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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하신아 부지회장



Q. 노조를 만든 계기가 무엇인가?

비담 레규연 활동 전인 17년 8월, 웹소설 작가 백여 명이 일방적 연재 종료를 당했다. 당시 레진코믹스에 연재하던 웹툰 작가들이 해당 사건을 리트윗하고 레진코믹스 측에 연재 종료 이유를 물으며 연대했다. 작가들이 최소한의 보상금을 받아낸 걸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이후 레진코믹스가 웹툰 작가인 은송과 미치 작가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렇게 18년 12월부터 레규연 활동이 시작됐다. 이때는 웹소설 작가들이 웹툰 작가와 연대했다. 나아가 레규연 작가들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소위 ‘사상 검증’을 받을 때 WFIU와 연대하기도 했다.

김희경 비담 작가가 말하듯 노조가 생기면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자기 직군의 문제를 직접 비판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십상이니까. 또, 레규연이 잘 싸웠기 때문에 이 역사를 이어가자는 의미도 있었다.


Q. 소위 '메갈리아 작가 사상 검증'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김희경 예를 들어, 레드벨벳 아이린이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내용의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나무위키 등의 사이트서 작성하는 ‘메갈리아 작가’ 명단에 오르는 식이었다. 명단의 기준이랄 것은 딱히 없었다. 여성민우회 등의 단체를 팔로우했다고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작가가 2년 전에 누른 ‘좋아요’ 등을 일일이 찾아내 메갈리아 작가 명단에 올리고, 플랫폼 회사까지 찾아와 작가를 해고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신아 그래서 한 작가는 여성민우회를 팔로우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과문을 쓰기도 했다. 김희경 그렇다. 한 게임사 대표는 '여성민우회'를 팔로우한 직원에게 ‘변질된 페미니즘과 관련된 단체나 개인을 팔로우한 것은 실수’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직원들을 퇴출하는 면담 자리서 나온 말이었다. 이처럼 독자나 사용자층의 압력이 플랫폼과 게임사에 전해지면서 직업적 불이익이 가해졌다.

비담 당시 ‘사상 검증’ 당한 많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들이 스타 작가였다. 인지도 있는 게임은 반드시 이 작가의 그림이 들어와야 한다는 식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조차 작업이 끊겼다. 한 게임사는 ‘사상 검증’을 당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남성 유저가 반발한다는 이유로 작업물에 해당 작가의 이름을 싣지 못하게 했다. 아예 게임사가 완성된 작품을 계약 파기하듯 쓰지 않은 경우도 있다.

김희경 게임사나 플랫폼은 이렇게 작가를 배제하면서 유저들에게 ‘우리는 메갈리아 작가 없는 깨끗한 플랫폼’이라고 홍보하는 거다. 반면 작가는 자신의 작업물을 공개하지 못하면 직업활동을 이어가기 힘들어진다. 그간의 작업물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받는 식으로 작업하기 때문이다. 

비담 웹툰의 경우, 레진코믹스가 자체적으로 ‘메갈리아 작가’ 리스트를 운영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서 ‘메갈리아 작가’라고 거론된 이들의 이름을 모아 사과 여부까지 체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하신아 최근엔 계약서에 ‘회사는 작가의 개인적 신념에 간섭하지 않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식의 문구가 추가됐다. 신념은 간섭하지 않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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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콘지회의 로고 ⓒ디콘지회 제공



Q. 계약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기에 해고나 다름없는 불이익을 줄 수 있나?

김희경 계약 방식은 직군별로 조금씩 다르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짧은 호흡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 한 장짜리 계약도 있다. 물론 근로계약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서 맺는 외주 계약이다. 계약관계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비담 웹툰과 웹소설의 경우도 계약서가 작가에게 불리하다. 특히 신인이나 팬덤 형성이 덜 된 작가는 불리한 계약에 수정을 요구하기 어렵다. 수정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면 “굳이 이렇게까지? 데뷔 안하고 싶으세요?”라는 식의 말이 되돌아온다.

하신아 업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당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 작가들은 도제식으로 배워 업계 상식이 있었지만, 최근 작가들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유료 플랫폼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레진코믹스에서 저작권을 편취당한 십 대 작가 역시 주변에 아는 작가가 없어 저작권 탈취 계약을 했다. 어떤 계약서는 갑·을 대신 상·생으로 작가와 플랫폼의 관계를 표기하지만, 계약서의 실질적인 내용은 점점 더 교묘해진다.

비담 계약서에 갑·을 대신 상·생으로 표기한 곳이 바로 케이툰이다. 최근 백여명의 웹툰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연재 중단을 통보해 문제가 됐다. 케이툰 측은 작가와 일정 기간마다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연재 중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연재 종료 작가들의 계약 갱신 주기는 작가별로 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 계약서상 연재 종료는 작가와 플랫폼 간의 ‘합의’를 통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협의가 아닌 합의인데도 일방적 통보를 했다는 것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드시 케이툰의 사례를 염두해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작가는 플랫폼과 합의가 없으면 휴재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암과 같은 중대한 질병이 발생해도 그렇다.


Q. 프리랜서 작가에 대한 법적인 보호 장치는 없나?

하신아 일단 프리랜서는 독립사업자기 때문에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당연히 4대 보험이나 실업 급여 같은 안전망이 없다.

비담 관련법으로 ‘예술인 복지법’이란 게 있긴 하다. 임금 체불을 비롯한 불이익에 대해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해당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선 피해자가 예술인 증명을 받아놔야 하고 일정 활동 기간을 채워야 한다. 또한, 예술인 복지법상 처벌은 최대 수백만 원 대의 벌금에 그친다. 레진코믹스의 경우, 지난 2년 간 작가들로부터 3억 5,000만 원의 벌금을 거둬들였다. 임의적인 지각비 수금은 예술인 복지법에 위반될 여지가 있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플랫폼 입장에선 남는 장사다.

하신아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는 아예 예술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게임 산업이 예술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웹소설 표지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에도 플랫폼이 서지 정보에 이름을 등록해주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예술인 복지법이 작가의 성명 표기권을 보호해야 하는데, 오히려 성명 표기를 해야 예술인 복지법의 보호에 들 수 있는 역설이다.


Q. 유료 웹툰 플랫폼이 들어서면서 작가의 처우가 악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하신아 조건은 예전에도 극악했는데 새로운 형태의 극악함이 등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엔 고료 형태의 임금이 있었는데, 지금은 고정급에 해당하는 고료가 일절 없다. 대신 성과에 따른 수익 분배만 존재한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에선 도저히 작품을 할 수 없어 유료 플랫폼에 미니멈 개런티 제도(MG)가 등장했다. 플랫폼이 작가의 월 최소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인데,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월 MG로 받은 금액이 200만원이라고 하자. 이건 고료나 임금이 아니고, 다만 플랫폼이 시혜적으로 작가에게 수익금을 먼저 배분한다는 의미다. 플랫폼과 작가가 2:1로 수익을 나눈다면 200만원을 받은 작가는 총 600만원을 벌어 플랫폼에 400만원의 수익을 안겨줘야 한다. 그런데 작가가 200만원밖에 못 벌어온다면? 이 경우 작가는 제 몸값은 했지만 플랫폼은 예상된 수익을 못 얻었다는 의미에서 이를 손실로 인식한다. 작가에겐 저수익자 딱지가 붙는다. 벌어
오지 못한 400만원이 다음 달로 이월되는 누적 MG도 등장했다.

비담 누적 MG 하에선 연재가 완료된 이후에도 누적금을 채울 때까지 작가가 수익을 못 가져간다. 누적금이 쌓이면 작품을 완결해도 수익이 끊기는 셈이다. 하신아 그렇다. 더 나아가 통합 MG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누적금을 다 갚을 때까지 2차 저작권, 즉 캐릭터 판권과 해외 수출권 등 모든 수익권을 플랫폼이 가져가는 계약이다. 아예 누적금을 갚을 때까지 무조건 여기(플랫폼)서 한 작품 더 해야 한다고 강제하기도 한다. MG 제도의 짙은 그림자다.

김희경 프로모션 홍보 명목의 수수료도 문제다. 이게 한마디로 자리 장사다. 플랫폼 상단엔 프로모션 수수료를 더 많이 낸 작품이 주로 걸려 있다. 프로모션을 받지 못하면 작품의 존재조차 알리지 못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어떻게든 내야 수익이 나는 경우가 많다.

비담 플랫폼 작가에겐 프로모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이용해 플랫폼 등의 유통사는 프로모션 기간에 발생한 모든 수익을 갖고, 대신 작가에겐 매절가(고료를 지급할 때 인세 대신 일시불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발행 부수와 상관없이 비용이 결정됨)로 턱없이 적은 금액만 주는 식으로 거래하기도 한다.

하신아 매절가까지 나와서 복잡할 수 있는데, 정리하면 이렇다. 작가와 플랫폼간의 수익분배가 5:5로 돼있다고 하면 50%는 일단 플랫폼이 가져간다. MG가 있어도 이게 기본이다. 여기에 플랫폼은 ‘네(작가)가 좋은 자리 가져가려면 수익의 10~20%를 수수료로 더 내고 프로모션 받아. 근데 내(플랫폼)가 상위 노출해주는 기간 동안의 수익은 매절가만 줄게. 나머진 내가 다 받았으면 좋겠어’ 하는 식이다.

비담 그렇다. 작가가 얻는 게 뭐냐 물으면 ‘대신 너는 명성을 쌓았잖아. 네가 잘되면 사람들이 프로모션 끝난 후에 돈 내고 보겠지. 그럼 돈 많이 벌겠지’하는 거다.

하신아 그리고 돈 못 벌면 어때. 너에겐 꿈이 있잖아!(웃음)

김희경 웹툰·웹소설 작가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에게도 플랫폼의 등장은 큰 변화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 크몽 같은 매칭 사이트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입찰제로 작품 단가가 정해진다. 작가가 개별적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작가가 작업을 수주하기 때문에 가격 저하의 압박이 크다. 역경매를 붙이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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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작품만이 상단에 제시되는 플랫폼의 구조 상 작가들에게 기획전 

등의 프로모션은중요한 홍보 기회다. ⓒ케이툰



Q. 자연스럽게 디콘지회의 향후 활동방향이 궁금해진다.

비담 역점 사업은 불공정 계약 타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 계약서를 지정해 줬는데 실무에 맞지 않아 거의 쓰이지 않는다. 실무에서 쓰이는 표준 계약서를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다. 장기적으론 단체협상권 쟁취도 중요하다. 프리랜서의 노동자성 역시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우리 직군의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 웹소설 작가의 경우 수수료, 노동시간 등의 실태 조사가 돼 있지 않다. 정부에 실태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신아 덧붙이자면, 노조가 작가의 복지를 챙겨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으면 한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작가를 많이 접하기도 했다. 상담을 하고 고민을 나누며 작가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보듬는 조합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