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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위험천만 녹색바퀴 자전거와 함께한 학교생활, 즐거움보다 불안함이 더 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진혁 기자 (hyugin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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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자전거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가 상승폭이 하늘을 찌를 당시, 이 대통령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 때는 “자전거를 타고 집회에 나가면, 집시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돌아, 종로 일대를 달리는 촛불 달린 자전거를 볼 수도 있었다. 지난 4월 20일에는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후 ‘전국 자전거 네트워크 구상’등의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언급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전거 타고 생활하기’에 도전했다.

고유가·친환경이 각광받는 지금, <서울대저널>은 자전거 통학에 도전했다.


자전거, 갖기엔 너무 비싼 당신
기자가 마지막으로 내 자전거를 가졌던 건, 꿈 많던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자동차와 경미한 접촉사고 이후로는 자전거 타는 일을 꺼렸다. 혹 자전거를 탈 기회가 있어도, 신나게 달리다보면 넘어지고 부딪혀 병원 신세를 지기 일쑤였다. 자전거와 기자는 어릴 적부터 묘한 악연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전거를 타고 생활하는 것’을 자청했는지도 모른다. 길고 긴 자전거와의 악연을 끊어볼 셈이었다. 기자를 오래 알아온 친구들은 사뭇 진지한 말투로 “죽고 싶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기자는 서림동에 거주하고 있다. 자전거타기를 자처한 데는 ‘누구보다 집이 가까운’ 이유도 있었다. 걸으면 30분,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20분 정도다. 자전거 타기에 서툴다 해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었다. 곧 바로 자전거를 대여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참에 자전거를 한 대 장만 해 볼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경제적 부담이 컸다. 자전거 가격은 싸게는 20만원, 비싸게는 몇 백 만원을 호가했다. 가격을 알아보자마자 자전거를 사는 것은 후 일로 미뤘다. “계속 타고 다닌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기자는 스스로를 설득시켰다.
실제로 자전거 가격은 몇 년 새 큰 폭으로 올랐다. 저가용 생활자전거 업체도 국내에 5개 밖에 남지 않았다. 인건비 상승으로 공장이 대부분 중국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지금 자전거업체는 ‘수입상’에 불과한 실정이란다. 예전에 창원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거대한 자전거 부품공단도 지금은 납품할 곳이 없어져 대부분 폐업하거나 자동차부품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인건비 상승→공장 이전→국내 업체 폐업→가격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대전의 한 경찰서가 ‘자전거순찰대’를 만든 일이 있다. 이 때 작성된 예산안에 자전거 1대의 가격이 200만원에 달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 4월, ‘창원 자전거 축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탄 자전거도 150만원을 넘는다고 알려졌다. 이번에 자전거 가격을 알아보니, 모든 게 해괴한 일만은 아니었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즐겁게만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자전거, 빌리는 것부터가 큰 일
기자는 ‘자전거순찰대’를 만들 수도, 창원 자전거 축전에서 잘난 듯이 손을 흔들 수도 없는 입장이므로 자전거 대여를 알아봤다. 대여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대여점이 많았으나, 이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부품 값’상승이 큰 원인이란다. 자전거 대여점을 하려면 마모된 부품을 수시로 갈아야하는데, 이제는 부품이 비싸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게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은 여의도 한강공원, 잠실역, 강남역, 서울숲 등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장기대여가 가능한 곳은 없다. “오후 5시 반까지는 반납하셔야 합니다.” 직원의 말이 가슴을 후벼 팠다. 최근에는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택배로 대여해주는 회사도 있지만 이 또한 가격이 문제였다. 배달에 10만원이 든다는데,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120다산콜센터’에도 문의해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기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인에게 ‘자전거 대여’를 부탁했다. 다음 날 신도림역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자전거를 빌려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기자는 “기사가 완성되면 고이 돌려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전거를 택시에 싣고 왔다. 도저히 집까지 타고 올 용기는 없었으므로.

자전거 보관소 확충이 절실해
자전거를 빌려준 친구가 가장 걱정한 것은 ‘자전거 도난’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닌 대부분의 사람은 자전거 도난을 경험했으리라. 자물쇠를 채워놔도 대부분 절단기로 손쉽게 끊을 수 있다. ‘그냥 들고 가는’ 대담한 수법도 판친다. 한 자전거 동호회 게시판에는 빼곡하게 자전거 도난피해에 관한 글이 올라와 있기도 했다. 두 세 차례 도난을 당하고 나면, “고가의 자전거는 집에 두고, 출퇴근할 때 별도로 구입한 싼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한단다. 물론 학내에서는 자전거 도난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학생회관 관리자는 “올해 자전거 도난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학내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소에만 보관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내에 자전거 보관소가 넉넉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4월 말에는 물리천문학부를 중심으로 자전거 보관소를 세워달라는 요구가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물리천문학부 측은 난색을 표했다. “자전거 통학 수요가 많지 않으며, 보관대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였다. 보관대는 덮개가 있는 것은 백만 원 가량, 보관대만 있는 것은 40만 원 가량이다. 학교 교문 앞, 학생회관, 일부 단과대에 자전거 보관소가 설치돼 있지만, 수요에 편차가 큰 편이다. 학생회관의 경우는 자전거를 보관할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입구역에 보관된 자전거가 넘어져 방치돼 있다. 이를 보고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겠는가.

“자전거, 타고 다니고는 싶은데....”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일단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무엇보다 학교가 산 위에 위치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먼 기자는 학교에 도착하면 가쁜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도착하고 30분 정도는 음료수를 사 마시고, 숨을 고르는 일에 사용했다. 등교하는 시간은 15분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수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수업이 시작하기 50분 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했다. 혹시나 서울대입구역에라도 갈 일이 생기면 걱정이 앞섰다. 가파른 경사를 오를 때는 애꿎은 학교 위치를 탓하기만 했다.
자전거 도로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인도에 자전거 주행을 위한 공간이 좁게 마련돼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가로수와 사람에 막혀 자전거를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기자는 도로를 이용했다. 버스의 경적소리가 귓가에서 울릴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자전거 주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5월 초에 간담회를 열어, 2011년까지 자전거 보급률을 현재 16%에서 3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자전거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자전거 산업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소비자·환경단체가 “정부의 자전거 살리기 계획이 공급 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의 교통체계는 자동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전거 보급률을 높이는 데에는 무엇보다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이 요구 되지만, 지금 정부 계획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토목'을 통해 ‘녹색’을 이루자?
여태껏 정부가 마련해 온 자전거 도로가 쓸 모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봉헌 전남대 교수는 “정부가 1990년대 중반부터 전국의 자전거도로 건설에 1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대개 자전거 전용도로는 인도 한가운데에 선만 그어 놓은 것”이라고 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닷가와 강가, 신도시에 ‘자전거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도심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한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친환경 운송수단인 자전거를 위해, 환경 파괴적인 토목공사만 진행하려한다는 비판만 무성하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8년까지 1조 2456억 원을 투자해 3114km의 전국일주 자전거 도로가 설치된다. 여기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강 주변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놓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강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는 소식은 수많은 자전거 사용자를 기쁘게 했다. 하지만 정작 출퇴근 시에 자전거를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사고 후 보상받을 길도 막막해
사람들이 이처럼 위험천만한 자전거 통학을 하지만,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도 보상받을 길이 적다는 점도 문제다. 대전이나 창원 등의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자전거보험’을 쉽게, 널리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다.
기자의 경우,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많은 위험을 느꼈다. 로터리 형식으로 돼 있는 정문 앞 도로에서 자전거로 길을 건너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호를 무시하는 차가 많은 밤에는 집에 오는 내내 가슴이 졸아드는 것 같은 불안함에 시달렸다. “이러다 사고가 나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생각하면 자전거 통학에 대한 회의가 커지기만 했다.
학생회관 자전거 보관소에는 항상 자전거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 가운데는 폐기된 자전거도 있다. 관리와 보관소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모두가 안심하고 자전거를 타게 될 그 날
기자의 짧은 자전거 통학은 끝이 났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내내 느꼈던 자전거 도난에 대한 불안함, 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본격적인 자전거 통학은 미뤄두고 있는 상태다. 기사가 완성되는 날, 친구에게 “잘 탔다. 고생이 많다”며 자전거를 돌려줬다. 그렇게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럼에도 자전거는 여전히 유효한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을 생각한다면 자전거가 주는 운동효과도 만만찮은 이점이다. 자전거 타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15분간의 자전거 주행으로 300Kcal 정도를 체내에서 연소할 수 있단다. 실제로 기자는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동안 2kg의 체중감량을 이뤄냈다.
바빠서 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면, 환경을 파괴하는 석유연료에 저항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자전거 도로 확충’ ‘자전거 보험 적용’ ‘학내에 자전거 보관소 설치’는 자전거를 타게 될 여러분이 꾸준히 제기해야 할 문제다. 학내에 자전거 바람이 불게 된다면, 기자도 기쁜 마음으로 자전거를 장만해 그 목소리에 동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