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호 > 문화
신난다, 재미난다, the Musical of 국.악! 국악의 몸부림, ‘국악뮤지컬’로 바라보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임현정 기자 (pooh22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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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하철 환승역 도착을 알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기억하는가. 지난 3월 1일, 서울메트로 방송시스템이 개편됐다. 매일 수많은 환승역으로 가는 지하철 객실 내에서는 창작국악곡인 ‘얼씨구나’가 울려 퍼진다. 이렇듯 국악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일상 속에 파고들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국악뮤지컬이란 이름의 여러 공연들이 열리고 있다. 요즘 문화계는 맘마미아, 캣츠, 드림걸즈, 그리스 등 뮤지컬 전성시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틈바구니에서 국악뮤지컬의 생존 비법은 무엇일까.

국악, 언제까지 비주류일거니
일반적으로 음악관련 사이트에서 가요나 팝은 쉽게 등을 수 있지만 국악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전통 음악인 국악이 사람들이 접하기 힘든 음악으로 관심 밖에 있다. 국악놀이연구소의 노병갑 사무국장에 따르면 몇 년 전 원음방송에서 실시한 ‘국악공연 초대권을 주면 보러 가겠는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보러 가겠다’는 응답이 약 20% 밖에 안 됐다. 국악놀이연구소의 음반은 항상 교보문고 국악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5위를 하고 있지만 실제 판매량은 극히 미미하다. 이는 국악이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편 극단 ‘신명을일구는사람들’(신일사)의 이진섭 기획실장은 “대개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인 것은 서양적, 즉 자본주의적인 문화를 의미하는데, 이는 공동체적인 우리 전통 문화와 충돌하는 부분이 생긴다”며 주류를 차지하는 서양음악에 비해 국악은 비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실장은 “자장가나 어린 시절 듣는 노래가 국악이었어도 이렇게 지루하고 낯설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악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정서적인 측면에서 찾았다.
노 사무국장은 일반인들의 관심이 적은 분위기 속에서 국악계의 고민을 두 방향으로 분석했다. 하나는 인간문화재와 국립국악원, 정가악회의 활동과 같이 전통을 계승해 현대적으로 보전할 방식에 대한 고민이고, 또 하나는 주로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나 실내악단 ‘옌’과 같은 젊은 국악인들에 의해 국악을 어떻게 현대인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향유할 수 있는 음악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의 곽동근 기획팀장. 뒤에 있는 글귀는 젊은 국악연대모임의 모토 “스승을 찾아 무엇할 것인가”.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곽동근 기획팀장은 “‘타루’가 결성된 무렵인 2000년 경에는 국악을 기반으로 한 창작에 대해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쉽게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당시 국악계 상황을 전했다. 신일사의 이 실장은 “국악은 전통적인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악의 보수적인 면을 지적했다. 특히 ‘사습’(선생님을 얼마나 똑같이 따라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전통국악에서의 원칙이다. 인간문화재는 전통만을 고수하려고 하는데, 극단 신일사는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또한 곽 팀장은 “하지만 요즘은 퓨전과 여러 시도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며 오늘날 국악, 특히 퓨전 분야에서의 빠른 변화속도에 대해 언급했다.

대세를 따른다, 국악뮤지컬
국악뮤지컬이라는 공연이 등장한지 10여 년이 됐지만 각계에서 생각하는 국악뮤지컬의 상은 조금씩 다르다. 한국전통문화예술단 ‘소리나루’의 김창곤 예술감독은 “춤과 노래로 서사적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연양식을 서양의 뮤지컬이라 한다면, 세계무형유산으로 인정받은 최고의 노래인 판소리와 화려한 전통 춤사위가 어우러지는 한국 극예술의 백미인 창극은 한국의 뮤지컬”이라며 젊은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현대적인 창극을 국악뮤지컬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연구소의 노 사무국장은 “국악뮤지컬은 국악이라는 수사를 붙여 특성화한 뮤지컬 정도로 봐야할 것”이라며 하나의 장르로 여길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역시 국악뮤지컬집단이라고 자칭하는 ‘타루’의 곽 팀장은 “처음에는 ‘마당극’이란 이름으로 공연을 하다가, 어떤 공연을 하는지 한마디로 표현할 필요성을 느끼고 ‘국악뮤지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의 공연이 과연 뮤지컬이라고 규정지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의 여지가 필요하다”며 이들의 공연을 그냥 ‘타루의 공연’으로 불러주길 바랐다.
한창 공연기간이라 연습 중인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의 연주자들. 국악기와 베이스, 차임벨 등 서양악기가 어울려 연주한다.

극단 신일사의 이 실장 역시 “처음에는 관객을 극에 참여시키고 적극적으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놀이극’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기존 시장과 매체에서 놀이극이라는 단어가 친숙하지 않고, 소비자인 일반인과 학부모들에게 생소해서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는 기획사의 이야기가 있었다”며 타의에 의해서 국악뮤지컬이라고 칭하게 됐다고 밝혔다. 덧붙어 그는 외래어인 뮤지컬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달갑지는 않다. ‘소리극’으로 바꾸고 싶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통되기 힘들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렇게 국악뮤지컬이란 이름으로 공연되는 작품들마다 사연은 다양하지만, 결국 국악뮤지컬들에는 공통적인 특성이 존재한다. 그 특성은 “한국적인 소재와 음악 그리고 뮤지컬의 대중성을 결합시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뮤지컬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나루의 김 감독의 지향점에서 잘 드러난다. 또한 노 국장은 “10여 년 사이에 국악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그룹이 많다. 모두 한국적 뮤지컬은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국악뮤지컬이 어린이용 컨텐츠라고?
국악뮤지컬은 어린이나 가족을 대상으로 제작된 작품이 많다. 국악놀이연구소의 노 국장은 연구소가 어린이를 타겟으로 삼는 가장 큰 이유로 “어른들에게는 공연이 기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교육”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어 그는 “국악을 대중화시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에 초점을 뒀다. 예술은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교육을 중요시했다. 이들은 어린이 국악뮤지컬을 만들 때 전래동요와 타악기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그러나 어린이용 공연을 제작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노 국장은 “21살과 31살의 문화적 정서는 큰 괴리가 없는데, 6·7·8살의 정서 차이가 매우 커서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난제다. 또한 어린이공연은 구매자와 향유자가 달라 부모와 아이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가족 공통의 정서를 담으려 한다”고 언급했다.
극단 ‘신명을일구는사람들’의 이진섭 기획실장. “국악을 즐기고 관객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이 일을 합니다”.
극단 신일사도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펼친다. 이 실장은 “맨 처음 만든 작품 ‘호랑이를 만난 놀부’는 호질과 흥부전을 접목시킨 작품으로 북곽선생 대신에 아이들에게 친숙한 놀부라는 나쁜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며 관객점유율 또한 120~150%일 정도였다고 당시 인기를 전했다. 그는 인기비결로 ‘아이들이 즐겁게 떠들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연’을 꼽았다. 2004년부터 시작해 5년간의 공연을 성황리에 해나가고 있는 극단 신일사의 노하우로 그는 “마당극, 탈춤에서 사용되는 형식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 외 작품 ‘덩실덩실 깨비깨비’에 대해서 이 씨는 “‘도깨비가 준 선물’이라는 동화를 차용했으나 창작극에 가깝다. 아이들이 재밌게 참여하려면 다음 장면에 어떤 것이 나올지 알도록 해야해서 미리 보여주는 줄거리를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극단의 목표가 아이들이 극을 보면서 구체적인 줄거리에서 교훈을 얻는 것보다, 즐거움을 얻고 가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대다수이지만, 국악을 처음 접한 젊은 관객층을 포함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국악뮤지컬도 존재한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는 이색적인 창작국악뮤지컬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설 에서 모티브를 얻어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 차별받고 있는 남성중심의 현 사회 현실을 풍자와 해학으로 비판하는 ‘구지이야기’, 영화 의 ‘내 나이키’를 타루식으로 각색한 70년대 나이키 신발을 갖고 싶어 하는 한 아이의 해프닝을 극화시킨 작품인 ‘조선 나이키’, 을 엉뚱한 상상과 장면연출과 함께 꽃게랑과 오감자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각색한 ‘과자이야기’ 등이 그 예다. 관객들하고 소통하고 교감을 느낄 때 가장 기쁘다는 타루의 공연자 박민정 씨는 “국악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강한 사람들도 우리 공연을 보고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국전통문화예술단 ‘소리나루’의 공연 피날레 모습.
한국전통문화예술단 ‘소리나루’의 다문화 국악뮤지컬 ‘러브인아시아’ 또한 이색적이다. 김창곤 예술감독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문화 가정의 여러 어려운 점을 실제 다문화 가족 내에서 풀어본 작품이다. 그는 “보통 외국에서 시집온 며느리들의 힘든 점만 보기 쉽지만, 우리 작품에서는 시어머니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까지도 이끌어냈다”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은 작곡에 있어서 판소리 부분은 국립창극단 단원인 이영태 씨가 작창을 했고, 뮤지컬 노래 부분은 비의 레이니즘을 작곡한 배진렬 씨가 작곡해 줬다”며 음악과 배우를 국악과 서양음악을 중심으로 구분해서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그는 “국악부분은 전문 국악인이, 뮤지컬부분은 전문 뮤지컬 배우가 배역을 맡아서 연기했기에 무대에서 국악과 뮤지컬이 환상적으로 결합돼 최고의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며 대중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제 국악뮤지컬이 날아오를 때
국악뮤지컬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전공은 다양하다. 극단 신일사 이 실장에 따르면 판소리, 민요, 정악, 타악기, 한국무용, 연극영화뿐만 아니라 관련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 분야에 몸담게 된 사람들도 있다. 또한 그는 “극이라는 것 자체가 춤(몸짓), 노래(발성, 발음), 문학과 같은 여러 요소를 포함하기 때문에 여러 전공자들이 만나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전공의 접목을 강조했다.
한편 국악놀이연구소의 노 국장은 “공연자들의 전공여부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국악뮤지컬이라는 공연에 대한 소비자층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연시장이 부실함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공연문화의 토대가 잘 잡혀 있어야 킬러 컨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타루’의 곽 팀장에 따르면 음악에선 ‘서태지’, 영화에선 가 문화 컨텐츠를 국산으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킬러 컨텐츠다.
하지만 노 국장은 최근 공연시장에 대해 “공연단가가 올라가니까 매출이 올라 시장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매출이 골고루 오르지 않고 잘 되는 작품만 되고 있다”며 시장의 다양성이 해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쭉정이와 알찬 알맹이가 고루 풍부해야 그 안에서 무언가가 새로운 컨텐츠로 발전해가는 과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현 공연시장의 장기적 퇴보에 대한 가능성을 우려했다.
노 국장은 “만약 국악극과처럼 연기와 국악을 심도있게 배울 수 있는 전공이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수련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이들이 졸업 후 공연을 하고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했다. 그는 “이런 차원에서 타루와 같은 젊은 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10~20년 후에는 이들이 모두 한국적인 음악이나 뮤지컬의 미래를 개척해내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타루’의 곽 팀장은 “현재 뮤지컬 공연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판소리를 내세운 타루의 공연이 조만간 뮤지컬의 컨텐츠를 국산으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뮤지컬공연의 미래를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