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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하지 맙시다” 4대강 정비 사업 반대를 위한 1인시위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전진원 기자 (comjjw@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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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효율성을 비판하는 만평.
4대 강 정비 사업의 대부분이 운하의 필수 구성요소인 수로·운하용수·갑문 설치와 관련돼 있다는 자료.

지난 2008년 12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야당과 환경단체 등은 곧바로 한반도 대운하의 시동이 걸렸다며 즉각적으로 이를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4대강 사업이 ‘핏줄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것’처럼 하천을 정비하고 환경을 관리하는 사업이라 홍보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SBS ‘원탁토론’에 나와 국민을 설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4대강 사업이 환경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이전 정부에서 진행되었던 하천 정비 사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2006년 국토해양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 하천 정비가 요구되는 곳 가운데 정비를 마친 비율이 97.3%에 달한다. 그런대도 굳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중복투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7년 6월 23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는 낙동강 하구를 찾아 직접 강바닥의 오염도를 살폈다. 하지만 그가 오염됐다고 주장한 흙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갯벌이라는 반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의 환경 파괴 가능성에 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의 홍보를 위한 동영상이 상당부분 조작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이 환경을 살린다는 취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낙동강, 영산강 하류가 5급수’, ‘물고기가 살지 않는 강’, ‘4대강 유역 자연습지 전무’, ‘철새가 찾지 않는 강’ 등의 문구를 내세웠다. 하지만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과 영산강의 수질은 3급수이며,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며 제시한 사진이 외국 사진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4대강 유역에는 구미 해평습지, 달성습지, 우포늪, 장항습지 등이 존재하는 등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문구의 상당수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낙동강의 해평습지는 두루미 2천~4천 마리가 찾는 남한 최대의 두루미 경유지다. 즉 4대강이 철새가 찾지 않는 죽음의 강이라는 국토해양부의 설명은 사실무근인 셈이다.
더구나 국토해양부 홍보 동영상에 있는 ‘연어가 돌아와 노니는 사진’은 수량 확보를 위해 중소규모 댐, 홍수조절지 5개를 세우겠다는 정부정책과 상반되는 것이다. 논의를 종합하면, 현재 4대강 유역의 환경이 죽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상반되며 4대강 사업이 도리어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 죽이는 4대강 사업 중단하라’
4대강 사업이 시행되면 낙동강 유역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적으로 내 고향이 경남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지난 몇 년간 낙동강의 수질이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될 만큼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어왔던지라 환경을 살리겠다는 4대강 사업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낙동강 근처의 갯벌을 보며, 낙동강 주변 생태가 살아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고향의 생태를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고, 결국 ‘환경 죽이는 4대강 사업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나는 청와대로 향했다.
매체에서 종종 청와대 앞의 1인시위자들을 볼 수 있었기에, 나의 1인시위는 평탄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피켓 하나만 달랑 든 채 청와대로 향했던 나는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경찰들의 불편한 관심을 받아야 했다.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나에게 경찰이 다가와 단호히 말했다. “여기서 1인시위를 하시면 안되고, 저희가 시위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촛불시위를 통해 겪었던 경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친절함에 놀랐다. 경찰은 곧 ‘신교동 사거리’라는 곳으로 나를 인도했고, 나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가 보이지도 않는 곳, 청와대 근처라는 것을 알아보기도 힘든 곳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 경호실에서 나왔다는 남자는 “여기는 시민단체 등이 기자회견도 하는 곳”이라며 더이상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전했다.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경찰과 마주치고는 당황한 기자.

그 때 처음, 나의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상시에는 청와대 분수광장까지 가서 1인시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날은 국무회의 때문에 청와대로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었다. 하지만 국무회의 때문에 내 의사표현이 제약받아야 하는 것인지, 왜 내가 청와대 가까이에서 피켓을 들 수 없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항의했지만 “중국인 관광객도 돌려보냈다”는 말에 힘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경호실에서 나온 그 남자는 “1인시위해도 별 효과는 없을 텐데”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도 누군가는 내 의견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순수한 의도마저 짓밟아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 앞에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피켓을 들었지만
다음날 나는 과천정부종합청사로 향했다. 그곳이라면 자유롭게 1인시위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곧 방패를 든 경찰들과 마주쳐야 했다. 여기서도 나는 경찰들의 어색한 친절함에 감탄하며, 그들의 안내에 따라 청사로 들어가려했다. 처음에는 청사 내부로 들어가 국토해양부가 있는 4동 건물 바로 앞에서 1인시위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문 목적이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는 말에, 다시 경찰의 안내를 받아서 도착한 곳이 국토해양부 건물과 멀리 떨어진 정문 앞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피켓을 처음 들었던 시각은 오전 8시 반, 공무원들이 한창 출근할 때였다.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이 1인시위를 하기에 적절한 시간대라는 조언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어린 학생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으면, 어른들은 관심이라도 가져줄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내 앞을 지나갔지만 정작 나의 피켓을 관심 있게 쳐다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고급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는, 혹은 장관급으로 보이는 나이 많은 이들이 더 무관심 했다. 그들은 나의 시선이 불편하기도 한 듯 시선을 피한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새롭게 제작한 피켓.

결국 다음 날은 피켓의 내용을 바꿔보기로 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취지를 유지하면서 주목을 끌기위해 문구를 ‘삽질하지 맙시다’로 바꿨다. 새로운 피켓을 들고 과천으로 향했지만 역시 별 반응이 없었다. 혹자는 피식 웃으면서 ‘삽질하지 맙시다’라는 문구를 따라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했고 경찰들 또한 몇 번의 보고를 거친 뒤에는 나를 자유롭게 놓아두었다. 자유라기보다는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였다. 한 명이라도 나에게 말을 걸어줄 것이란 기대는 산산조각 난 채로 돌아와야 했다. 나름대로 공무원들에 대한 공격적인 비판거리를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막상 나의 공격에 무덤덤한 것처럼 보였다. 수백여명의 인파 속에서 느낀 나의 감정은 군중 속의 고독, 혹은 그와 비슷한 것이었다.

허무하고 무의미한, 하지만 희망적인
짧은 기간이었지만, 청와대 앞에서 들었던 말도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들었던 말도 “별 소용없을 텐데”라는 말이었다. 대통령 궁 앞에서 시위하는 10여명의 사람들을 불러 커피를 마시며 의견을 나누었다는 아이슬란드 올라푸르 라그나르 그림손 대통령의 사례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어느 누구도 내 주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경찰 혹은 청와대 경호실은 내가 청사나 청와대 안으로 진입하는 것만 걱정하면 끝이었다. 공무원들의 관심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혹 몇몇이 아들 뻘 되는 학생이 추위에 떨며 자리를 지키는 것에 측은한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2005년, 스크린쿼터 폐지를 반대하며 연예인들이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사실은 주요 언론을 타고 보도되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지만 성과는 좋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스크린 쿼터는 축소되고 말았고 지금까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의 1인시위는 그보다 더 비참했다. 1인시위를 하는 기간 동안 나의 주장은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언론의 관심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다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나의 의견이 정책 담당자들의 잡담거리라도 되길 바랐을 뿐이다. 결국 나의 짧은 1인시위는 혼자만의 의견표출에 머물렀다. 한 의경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추운데 그냥 가시는 게 좋을텐데”.
1인시위를 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일반 시민이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많지 않다. ‘인터넷 신문고’나 ‘민원’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이런 방법이 나의 주장을 확실하게 전달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일부 시민은 직접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서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간혹 시민들의 1인시위 사례가 언론을 타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1인시위는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1인시위가 의미 없는 것만은 아니다. 국민의 의사표현자유를 인정하는 민주국가에서 1인시위는 의사표현수단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1인시위가 진정한 의사표현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굳이 몸의 수고를 감수하며 의견을 내비치는 시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날씨도 추운데 얼마 하다가 말겠지’라는 생각보다는 단 한 번이라도 1인시위자의 주장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정책 집행자에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관심으로도 1인시위의 의견표현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인시위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라 유의미한 함성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몇몇 시민들은 1인시위라는 방법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