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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담는 그릇, 지금도 살아있다 100주년을 맞은 한국박물관, 기념사업의 현주소를 알아보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문지선 기자 (mnjs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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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1월 1일, 창경궁에 처음으로 근대적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환경전 등의 전각을 전시실로 꾸미고 그간 대한제국 황실에서 수집해 온 유물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올해는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주도로 다양한 박물관 행사와 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전국의 국립박물관은 작년 5월부터 실시한 박물관 무료개방을 연장한다. 이런 활발한 움직임에는 박물관 인식 제고에 대한 희망이 표면화돼 있지만, 그 저변에는 의문과 갈등이 남아 있기도 하다.
한국박물관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획전시.

남다른 우리 박물관의 역사
창경원박물관, 어원박물관 또는 제실박물관이라 하는 최초의 박물관은 미술관, 동물원과 함께 ‘창경원’으로 개관했다. 현재는 ‘제실박물관’으로 명칭을 통일한 상태다. 그러나 공식 명칭이 발견된 바는 없다. 사실 박물관 역사를 증언해 줄 1차 사료의 상당수는 관리에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이미 폐기처분됐다. 이 제실박물관은 순종이 국민들에게 소장품을 보여주기 위해 창경궁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대한제국 궁 내부에 소속된 일본인 관리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의견도 있어 그 설립의도도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이왕가박물관으로 격하되는 등의 진통을 겪은 이 박물관이 우리나라 박물관의 시초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 60주년을 기념했던 2005년 이후 불과 4년 만에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이 앞서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05년에 60주년 기념사업을 벌였으며 를 간행해 60주년을 기념한 바 있다.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팀의 오영선 학예사는 “1945년 개관한 1개의 박물관, 즉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를 기념한 것과 전체 한국박물관의 역사를 기념하는 것은 다르다”며 두 가지를 구분지었다. 그러나 1909년 당시의 제실박물관과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홈페이지에서는 박물관의 연혁을 소개할 때 제실박물관 시절부터 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건국 6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한 바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국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기념사업의 남발이 아닌가하는 비판을 불러 일으킨다.

국립중앙박물관.

올 한해 박물관에는 다양한 사업 풍성
논란을 뒤로 한 채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사업은 풍성하다. 주축인 국립중앙박물관은 7대 사업을 선정해 다른 박물관들과 함께 다양한 행사와 학술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실박물관의 개관일에 맞춰 11월 초에는 기념식과 기념 국제 포럼이 열린다. 5월에는 박물관·미술관 관계자, 학회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뮤지엄 콤플렉스 조성관련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10월, 11월에는 한국 박물관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고, 박물관 엑스포 등 대축전을 벌인다. 12월에는 (가제)를 발간한다. 오 학예사는 발간 사업에 대해 “역사적인 해를 마무리하는 일이며,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부·기증 운동도 연중 펼칠 계획이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작년에 이어 상설전시관과 어린이 전시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매주 수요일 야간개장 시간을 이용해 전시설명 프로그램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실시한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단골 관람객도 생겼다. 관람객 정진주 씨는 관람후기에서 “연장개장 시간에 프로그램을 하므로 직장인이나 자투리시간을 활용할 시민들이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고, 그 분야 최고의 실력자가 설명하기 때문에 좋다”고 평했다. 그러나 무료개방에 대해서는 혹평도 존재한다. 관람객 김준우 씨는 “물론 무료로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혜택을 주는 건 좋지만 무료이기 때문에 박물관의 가치를 못 느낄 수 있다”며 적절한 요금을 받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무료개방으로 얻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작년 5월부터 실시된 전국 국립박물관 무료개방은 이번 한국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그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됐다. 무료개방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과 정영자 씨는 “경제가 악화되면 서민층은 문화기관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람료를 지원하고 박물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료개방이라 하더라도 원래 입장료가 비싼 편이 아니었고 무료개방으로 온 관람객들이 쓰고 가는 돈이 있기 때문에 국고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100주년을 맞아 무료개방을 1년 연장한다.

그러나 무료개방은 국립박물관에 비해 재정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사립박물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이유로 실시 전부터 많은 우려를 사 왔다. 사립박물관의 설립 및 운영주체는 기업, 종교 단체, 개인으로 나뉜다. 그 중 개인이 운영하는 ‘순수사립’ 박물관의 경우는 외부로부터의 운영비 지원이 없어 입장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실제 무료개방을 실시한 지난 8개월 동안 국립박물관의 경우 관람객이 24% 증가했으나 사립박물관의 경우에는 관람객 수가 평균 30% 정도 감소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교통상 이동이 쉽지 않아 단체관람이 주를 이루게 된다. 때문에 국립박물관 무료개방을 실시한 이후 국립박물관으로의 관람객 쏠림 현상이 도시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 관장은 “국립박물관은 국가에서 지원받는 박물관으로, 이미 그 국민이 낸 세금이 입장료를 대신하지 않냐”며 현 상황에 불만을 드러냈다.
국립박물관 무료개방이 내국인에게 얼마나 홍보가 되는지도 미지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관람객 중에서는 ‘무료관람인 줄 몰랐다’는 사람이 많았다. 백승규(전기컴퓨터공학 09) 씨는 “알았다고 하더라도 박물관 입장료가 원래 비싼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상관없다. 관심 있으면 무료든 유료든 상관없이 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관람객에게도 적용된다. 인 관장은 “무료개방 실시로 외국인관람객에게도 관람료를 지원하게 되는데, 외국인관람객에게 우리나라 박물관 관람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관람료 지원이 유인으로 작용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이 미미한 정책으로 인해 사립박물관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박물관, 업그레이드를 위하여
오영선 학예사는 이번 기념사업의 목표를 “결국 박물관의 존재를 눈에 잘 띄게 하고,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박물관으로 연계시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며 국립중앙박물관 외의 다른 박물관에도 관심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전국 600여개의 박물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전시를 홍보하는 책자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전까지 내비게이션에서 박물관들의 위치가 검색되지 않았는데 박물관지도를 만들어 입력할 계획도 있다. 그러나 이를 냉소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인 관장은 “무료개방 정책으로 운영에 타격을 입고 있는 사립박물관들이 생존의 문제를 겪는 와중에 이러한 100주년 기념사업에 활발히 참여할 수는 있겠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립박물관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학예인력지원사업과 전시프로그램 보조사업이 있다. 그러나 인건비나 건물유지비와 같은 기초적 운영비는 전혀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립박물관의 형편은 더욱 어렵기만 하다. 인 관장은 “사립박물관은 개인의 문화에 대한 열정, 집념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이 하다 보니 그 창의성과 역량을 충분히 살려 기발한 주제의 박물관이 탄생할 수 있다. 또한 한 가지에만 집념하므로 전문적이고 심화된 연구가 가능하다”며 사립박물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립박물관이 무조건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인 관장은 “오히려 특별한 지원보다도 기본적으로 사립박물관이 많이 생기도록 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인 사립박물관이 국립박물관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사립박물관협회가 얼마 전 가진 대담에서도 “한국박물관협회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박물관등록심사를 엄격하게 해 수준 높은 전시를 보여줘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오 학예사는 “근본적으로 국민들이 박물관에 가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박물관이 언제나 똑같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적어도 2달에 1번씩은 전시가 바뀌고 다양한 아이템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한지희 씨는 “미술 교육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연표 하나에도 보면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뿐 아니라 다른 박물관들에서도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친근한 박물관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짚풀생활사박물관의 경우 짚풀공예와 관련된 체험학습이 있으며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활동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박물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전시장의 푸근한 느낌이 좋다. 아이들에게도 직접 짚, 풀을 만져보고 만들 기회가 주어져 흥미롭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