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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人三色 잡지편집장릴레이인터뷰 -지큐 이충걸, 싱글즈 강신혜, 페이퍼 황경신을 만나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황경선 기자 (ur4u0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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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많은 잡지들이 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서울대저널』 또한 종합 시사 월간지, 즉 잡지이다. 그 무수한 잡지들을 누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에 『서울대저널』에서는 잡지편집장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하여, 각 잡지계에서 특이한, 혹은 독보적인 행보를 보인 세 개의 잡지를 선정했다. 남성잡지의「GQ」, 여성잡지의「Singles」, 문화잡지의「PEPER」가 그것들이다.

「GQ」는 한국남성잡지시장의 팽창에 큰 역할을 한 장본인으로 2001년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이충걸씨가 편집장 직을 맡고 있다. 「Singles」는 기존의 여성잡지와는 달리 나이대가 아닌 싱글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2004년 잡지계에 등장했다. 이 역시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강신혜씨가 편집장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PEPER」는 기존의 잡지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을 지닌 채, 1995년 창간부터 지금까지 편집장 황경신씨와 동고동락해왔다.

각각의 편집장들은 자신의 잡지만큼이나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독특한 색깔은 마치 봉숭아꽃물이 손톱에 배듯, 그들이 만들고 있는 잡지에 자연스레 배어든다. 이충걸씨의 색이 보라색이라면, 강신혜씨의 색은 하늘색, 그리고 황경신씨의 색은 초록색이다. 이제는 그들의 색을 들여다볼 차례이다.


PURPLE
-GQ의 이충걸 편집장



보라색, 이충걸

그의 색은 보라색이다. 그 민감하고 독특한 감수성, 날카로운 안목, 직설적인 솔직함, 그만의 은유, 한 마디로 조금은 얄미운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따스한 붉은 색이 숨겨져 있다. 그는 파랑색과 빨강색이라는 모순적인 두 색이 섞여있기에 오해받기 쉬운 존재이다. 팬도 많고 적도 많은 그. 그렇기에 그에 관해 이야기 한다는 것에 조심스러워진다. 이충걸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인터뷰 속에 숨어있는 그의 목소리를 느끼려 노력해 보았으면 좋겠다.

아직 대학생인 우리는 두산오피스 건물의 삼엄한 경계를 거쳐 GQ사무실로 가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그곳에 도착해서는 그의 3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과 돋보이는 패션감각에 감탄했다. 혼란스러운 우리에게 인터뷰 내내 일침을 가하는 그가 너무 얄미워서, 인터뷰 말미에 스스로 너무 얄미운 것 같지 않냐고 되물었다. “나는 조금 얄미운 캐릭터야. 워낙 그렇건 또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말한 걸 좀 얄미워하지. 꼭 그렇게 말해야 겠냐고. 하지만 나는 폭신폭신하게도 말을 하죠. 그러니까 매순간 그렇게 말을 하지는 않죠. 인생에는 너무 여러 가지 측면이 있잖아. 나는 어떨 때는 가슴이 요동쳐요. 그러니까 너 그 때 왜 그렇게 싸가지 없었냐라고 따져 묻는다면 내가 정중했던 거는 재들은 모르나 오히려 되묻고 싶지.” 감기로 고생하고 있으면서도 인터뷰 내내 정확히 대답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약을 먹으러 잠시 나가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순간 인터뷰 요청 메일에 답문이 늦어져 미안해하던 그가 생각났다. 그의 톡톡 쏘는 겉모습 때문에, 스스로를 변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오해하려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요즘 뭐하고 지내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감 때는 아침부터 밤까지 책 만들고 마감이 대충 끝나면 전 약간 이완된 시기가 찾아오면, 낮에는 책 만들고 밤에는 친구들 만나서 마구마구 즐겁게 놀고 술 마시면서(웃음) 그렇게 보내고 있죠.”인터뷰 전에 그의 「슬픔의 냄새」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기쁨으로 가득 찬 즐거운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책을 읽은 첫날은 시니컬하고 회의적으로 느껴지는 글의 내용에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런데 둘째 날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왜 이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그 모든 것을 받아주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니까 저는 지극히 잘 들어요. 딴 사람들이 나에게 얘기를 하면, 여기서 내가 이야기를 하면 내가 잘 들어줄 거라는 그런 상대에 대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 근데 그런 마음을 내가 방치해 둘 수는 없다는 나의 그런 연민 때문이에요. 그런데 난 딴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기 싫거든? 기본적으로, 피 흘리는 마음을 내가 손으로 받았기 때문에 내 손에도 피가 흐르고 있고 그것은 처치하기가 굉장히 힘들은 거라고. 그런 것일 뿐이야. 어떤 삶의 태도라기보다는, 난 마더 테레사처럼 누군가를 만나 연민하고도 그거를 훌륭하게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닌 나로서. 그 책은 그런 마음을 받아들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좌충우돌하는 한 사람의 불쌍한 연대기겠지. 난 그거라고 생각해요. 얘기는 다 들었지만 디렉션을 줄 수 없는 초보 카운슬러의 혼란스러움? 그런 거겠지 실은.”

GQ편집장, 이충걸

지큐의 편집장 이충걸을 만나러 간 우리이기에, 그가 우리와 만날 수 있었던 접점인 잡지 편집장이라는 사실에 의문이 생겼었다. 그는 어떻게 잡지사에서 일하게 된 것이고, 어쩌다가 어떤 생각으로 GQ의 편집장이 된 것일까? 잡지사에 들어가게 된 동기를 물었다. “나는 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일을 갖고 났더니 내가 참 잘 할 수 있는 일이더군요. 그리고 나는 글을 써본 적도 없지만 잘 쓸 거 같았어. 내 생각에. 그래서 일을 했고. 잘 했어요.”

잡지사 신입사원이었을 때의 그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 때 당시에는, 수습 때는 그렇게 뭐 커다란 지령이 떨어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어서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난 하루하루 마구마구 즐겁게 지냈어요. 그리고 나는 그다지 ,지금도 그렇지만, 크게 규율이나 규격이나 그런 것에 크게 익숙해지는 사람이 아니라서 회사원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좀 정신 하나도 없고, 정신이 없지만, 자아가 강하지만, 글쎄. 그런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그냥 정신없이 진자운동을 한다고, 에너자이저 광고 있잖아요, 그랬다고 생각해. 지금도 비슷하죠. 지금도, 왜냐하면 그건 DNA같은 거죠.”



그렇게 자아가 강한데다가 보그에서 일할 무렵에는 편집장을 정대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그가 어쩌다가 편집장을 하게 된 것일까? “왜냐하면 뭐 사람이 살다보면 한 경계에서 또 다른 경계로 나아갈 타이밍이라는 것이 사실 있고, 그건 내가 원하건 하지 않건 반드시 거기로 다가가야 하는? 그런 말이 있나? 도달해야 될 그런 순간이 실은 있겠죠. 그런데, 11월 달이 아마 그런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내가 잘하더라고.”


GQ, 그리고 이충걸

그가 만들어내는 지큐의 색은 무엇일까? “영문으로 된 타이틀은 "It's GOOD TO BE A MAN" 그러니까, 남자로 사는 즐거움이겠지, 굳이 번역하자면, 스타일을 갖고 싶은, 삶의 스타일리쉬한 주제와 이즘과 이념을 갖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보는 잡지겠지만, 실제로 난 그렇게 젠더를 그렇게 구분하고 싶지는 않아요. 스타일리쉬하게 살고 싶은 인간들이 나는 모토라고 생각해요.” 그는 잡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 게 정답이 있을까? FUN한 것, 그러니까 즐겁게 만드는 것. 일상에서 주지 못하는 판타지를 주는 것. 그러니까 200만 원짜리 신발을 잡지에 써넣을 수 있는 면죄부가 잡지에는 있어요.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발언해야 될 저널로서의 책무는 느껴야 된다는 것. 즐겁지만 사회적 책무도 동시에 느껴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사실은 양가감정을 주는 모토라고, 그런데 그것을 잘 조화시킬 수 있어야 되고.”

저널로서의 책무를 느껴야 한다면, GQ가 소비문화를 조장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당연, 지큐도 소비문화의 첨병이죠. 그런데 소비를 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부도덕한가? 그것은 마치 인테리어 잡지를 사보는 것과 똑같애. 그것은 실내가 이렇다고 보여주지만, 이렇게 해라 그러는 것은 아니거든. 내가 변별력을 갖게도 하고, 어떤 소비가 가장 지혜로운지에 대해서 나에게 수위를 정해주기도 하지.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실질적으로 있는데, 흑과 백으로 나누다보면 비싼 물건을 소비하는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더러운, 그 무엇이 될 수도 있겠지. 나는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소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GQ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잡지기자 지망생이라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문장에 대해서, 갖춰져 있어야겠지. 인턴으로 입사했으니까 못써도 된다고 누가 그렇게 생각을 해. 독자들이 볼 때는 똑같은 건데, 그것이 중요하고. 문화적인 여러 팩트에 대해서 호기심, 놀라운 호기심을 갖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겠지. 내가 가순데, 가수인데 악보를 읽을 줄 알고 무대에서 음정 그르치지 않고 노래 할 수 있다면 일단 자질은 있는 거니까.” 그는 살면서 아쉬운 것은 없었지만, 조언이나 충고를 줄 사람들이 곁에 있는 현재의 대학생들이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SKY BLUE
-Singles의 강신혜 편집장

하늘색, 강신혜

그녀의 색은 하늘색이다. 똑 부러지는 정확함, 호불호가 분명한 취향은 분명 파랑색이다. “저는 인간적인 것이 좋아요. 현란한 것도 싫고, 멋 부리는 것도 싫어요. 저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글은 싫어요. 하나도 정보가 없는 것은 싫어요.” 라든가,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죠? 잡지 편집장들이 대개 그래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재수없는 사람이 잡지 편집장이라고 생각해요.” 라는 등의 말이 그랬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 열정적이고, 여행을 좋아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늘 가득한 그녀의 다른 면모를 본다면 하늘색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찾아가면서 GQ사무실과는 달리 경계가 그리 삼엄하지 않은 입구가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녀는 마감으로 바쁜 나머지 인터뷰를 잊고 있었다고 하면서도 우리를 바로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이번 겨울에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12월 22일 날 스페인 가는 비행기를 끊어놨고, 호텔을 오늘 예약했고. 스페인 가서 특별하게 계획한 건 없고, 삼일만 호텔 예약해뒀거든요. 이번엔 남쪽으로 버스타고 내려가다가 아무데나 내려서 그 동네를 한 번 돌아 보려구요. 외국에 가서 그렇게는 안 해봤는데, 한 번 이번에는 해보려구요. 가기 직전에 토플 시험을 봐볼까 생각하고 있고,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일박이일 정도 여행을 가는데 다음 달에는 조그마한 순천, 함양 이런 아주 조그만 읍면리를 가볼 까 생각중이에요. 저번 달에 여주를 갔을 때 깜짝 놀랐어요. 밤 여섯시에 도착을 했는데, 깜깜해서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처음 가서 너무 놀랐어요. 아 이런 시골이라는 게 정말 이런 거구나. 하고 그래서 한 번 그런 데를 몇 군데 한 번 가볼까 하고 생각중이에요.” 그녀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 보였다. 게다가 그녀는 여행을 정말 좋아했다. 여행의 어떤 매력이 그녀를 그렇게 사로잡은 것일까? “그냥 사소한 것의 발견인 것 같아요. 새로운 것, 이색적인 것의 발견인 것 같아요. 다른 풍경에 가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왠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Singles편집장, 강신혜

그녀는 어떻게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었을까? 그녀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미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신방과에 가고 나서,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원래는 미술평론이 하고 싶었어요. 중앙에 입사하고 나서 월간미술 가려고 생각을 했는데, 거기 안 해주시고 다른 데 발령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너무 재미있어서 미술평론 안 해도 되겠네,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저는 촬영하는 게 정말 너무 좋았어요. 옷을 전날 다 입어보고, 요리 촬영도 재밌고. 그리고 구성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아이템 짜고 회의하는 것도 재밌어요. 창간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어요. 싱글즈 말고도, 저는 쎄씨도 창간팀이었고 그 외에도 창간 팀에 많이 참여했었는데, 창간할 때는 회의를 정말 많이 하거든요. 하루에도 회의를 몇 번씩이나 하는데, 저는 회의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그 중에서는 촬영하는 게 제일 재미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나름대로 운동권 세대였는데, 잡지를 하지 않았으면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았을 것 같아요. 사진 찍을 때 빛이 공간을 만들고, 건물이 있으면 건물의 라인을 만들고. 그런 것의 아름다움을 몰랐을 거예요. 잡지를 하면서 세상이 아름답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녀는 잡지의 중요 요건 3가지를 여성잡지로 한정시켰을 때는 정보와 감동과 즐거움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싱글즈를 만들 때는 인생과 성공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신경을 써요. 내가 엄청나게 성공한 것은 아니더라도 내가 나에게 만족할 수 있는 정도가 성공이죠.” 그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싱글즈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싱글즈를 처음 창간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실은 캐치프라이즈에서는 당당한 싱글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오히려 삶의 고통 같은 게 많이 떠올랐어요. 혼자서 사는 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화려한 싱글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피상적인 것들, 자유롭잖아 라든지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싱글즈를 창간할 때만큼 내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정말 내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지. 하다못해 그 때 처음으로 내가 왜 결혼을 안 하게 됐지 라는 생각도 처음 해보고. 혼자서 산다는 게 어떤 걸까 계속 생각해보고. 결국 싱글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보다는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고 그것이 이 안에 녹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말한 삶의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싱글이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져 어려운 질문을 꺼냈다. “‘싱글로서의 고통이라기보다는 결혼한 사람이 편하다’고 하면 결혼한 사람들은 화날 거예요.(웃음) 그러니까 각각의 삶의 고통이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내가 결혼한 사람들의 행복, 가정이 주는 행복이라고 하면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소리냐 가정이 주는 책임감이지 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거든요. 그런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그녀는 잡지가 소비문화를 조장한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소비를 잘 하고 싶어요. 물론 소비를 조장하는 면도 있겠죠. 그렇지만, 소비를 잘 하는 게 생활을 잘 하는 것 같아요. 소비를 전혀 안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소비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하느냐, 얼마나 그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나는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소비에는 얽매이지 않아요. 저는 우리 독자들은 소비를 아주 잘 했으면 좋겠어요. 잘 한다는 것은 많이 한다는 것은 아니고. 좋은 것을, 나에게 맞는 것을, 내 전체 예산 규모에 비춰서. 저는 소비를 잘 하면 인생도 규모 있게 잘산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비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면, 가치관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삶의 우선순위도 명확해진다고 생각해요.”

대학생들에게

Singles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잡지기자 지망생이라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미모요.(웃음) 농담이고, 저는 성실한 사람이 제일 좋아요. 성실하고 웃긴 사람이 좋아요. 스스로 많은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도 좋아하고.”그녀에게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냐고 물었다. “대학생들 제일 싫어해요.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시키거나 그러면 절대 약속 안 지켜요. 그래서 정말 대학생들 너무 싫어요. 저는 대학생들이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고, 돈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고. 돈의 가치를 안다는 건, 부모가 흘린 땀의 가치를 안다는 거고, 시간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고. 대학교 다닐 때 제일 후회하는 건, 외국에서 1~2년 살아보는 거 꼭 필요한 거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거기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하는 거 보고 외국 보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웃음) 저것들이 부모가 번 돈 저렇게 쓴단 말이야? 그리고 공부 좀 했으면 좋겠어요. 책 읽는 건 자기 가치관에 따라 다르니까,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읽고, 읽지 않아도 되면 읽지 않고. 그냥 다른 사람의 땀의 가치도 알고, 돈의 가치도 알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GREEN
-PAPER의 황경신 편집장

초록색, 황경신

그녀의 색은 초록색이다. 그녀는 세상이 마냥 행복하게 보이는 철부지 어린애는 물론 아니다.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 흰색은, 물론,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었고, 세상을 보다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마치, 나무가 존재함으로써 그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고,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녀의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만난 그녀는, 얼마 전 한겨례에 실렸던 딱딱한 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는 앳된 목소리와 앳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처럼 그녀의 글은 마치 동화 같다. 그녀에게 세상은 정말로 동화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설마 그렇겠어요? 우리가 정말 행복하고 즐겁고 아름다운 세상에 산다면, 그런 이야기가 필요 없을 거예요. 우리가 아름답고 즐겁고 좋은 이야기가 필요할 때는 우리가 힘들고 외롭고 아플 때 위로받기 위해서 필요한 거잖아요. 이 세상이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원한다면 그게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인 거지. 모든 사람들이 다 즐겁고 행복하면, 아마도 그렇게 되면 예술은 없어질 것 같아요. 예술의 창작 에너지라는 게 기쁨보다는 슬픔에서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가 슬펐던 적은 언제였을까? 많이 슬펐던 적이 있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대답했다. “그렇죠. 슬픔, 외로움, 갈망, 그런 것들이 늘 있지 않나요? 인간들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여러 가지 트러블들, 그리고 내가 왜 이런 사소한 것에 고통 받아야하나 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자기반성과 자학과 그 자학에서 갑자기 역으로 달려가는 자만심과, 이런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잖아요, 인간들이. 내가 굉장히 잘난 것 같다가도, 어느 한 순간 모든 인간은 언젠가 다 죽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존재로서, 유한한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 슬프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을 매우 따뜻하다. 그녀는 어떻게 그런 글들을 쓸 수 있는 것일까? 페이퍼 발행인 김원씨의 말처럼 요정이 밤사이에 다녀가기 때문인지 조금은 장난 끼 섞인, 하지만 정말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냐고, 어디서 소재를 얻냐고 많이 물어보시잖아요. 글의 요정들이 다녀간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웃음), 사실은 아니라고도 못해요. 왜냐하면 꿈을 꿀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걸 갖고 글을 쓴 적도 많았었고. 그건 나의 무의식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그런 걸 조금 믿어요. 그게 요정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어떤 존재가 나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글을 쓰다보면 나중에 보면, 어쩌다가 글이 이렇게 전개가 되었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낯설어요, 내 글이. 어떨 때는 내가 썼다기 보다는 어떤 누군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나를 통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신비한 문 같은 게 있을지도 몰라요. 근데, 만약에 그런 거 에요. 내가 그것을 믿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열려있는 거잖아요? 그 쪽에 대해서. 그러니까 더 많이 올 수 있잖아요, 나한테. 근데 내가 그걸 안 믿으면, 그런 게 생각이 나도, 에이 뭐야 이렇게 되는 거예요. 왜 피터 팬에 요정이 없어라고 애들이 이야기할 때마다 요정이 한 명씩 죽잖아요. 그런 거.”

PAPER편집장, 황경신

그녀가 페이퍼 편집장이 되기 이전에 그녀는 어떻게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었을까? 그녀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저요? 졸업을 하고 나서 전공을 살려서 외국인 회사를 들어갔어요. 3달을 다녔는데, 일이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모 잡지사에서 모 여성지를 새로 창간하는데 거기 자기가 원서 내러 가는데 따러가자고, 무슨 연예인 되는 스토리처럼(웃음).” 그녀의 잡지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 페이퍼의 편집장이 된 것일까? “저는 행복이 가득한 집의 기자였고, 김원 발행인은 아트 디렉터였어요. 근데 먼저 그만 두고 다른 패션 수출 회사에 들어가셨어요. 저는 책을 만드는 것은 싫지는 않은데, 여러 가지 것들이 너무 힘들어서, 이것을 내가 계속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김원 발행인이 먼저 가 있던 회사에서 잡지를 하나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다른 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한 번 해보자.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해서 책이 되는 지 안 되는지. 그런데 우리는 자본도 없고 백도 없고, 광고 이런 것도 모르니까, 무가지로 시작을 한 거죠.”

그녀가 만들고 싶었던 잡지는 어떤 모습이었던 걸까? 페이퍼 만들 때 컨셉에 대해 물었다. “굉장히 모호한 컨셉인데, 기본적으로 페이퍼의 캐치프라이즈는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 즐겁고 재밌고 다양한 그런 문화를 같이 그런 것을 즐겨보자?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보통 잡지를 창간할 때 뭐든 잡지사에서 타겟을 정해요. 나이는 몇 살에서 몇 살, 학력은 얼마 정도, 한 달에 용돈은 얼마정도, 이런 식으로? 그런데 저는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우리가 나이가 같다고 해서 한 가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나이와 상관이 없는 정서, 같이 나눌 수 있는 정서가 있고, 그 정서가 뭐냐면, 재미있고 즐겁고 다양하고,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일방적으로 규정되는 게 아니라, 자기의 개성을 좀 더 드러낼 수 있는, 그렇게 사람들하고 같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페이퍼를 통해서 중대한 이슈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같이 나눠보고 이런 거잖아요? 깊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것을 다 보여주는 거, 하나의 매개를 이용하여, 그런 것을 원했던 것 같아요.”


대학생들에게

대학생들 중에는 페이퍼의 애독자들도 많고, 페이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도 많을 텐데, 어떻게 하면 페이퍼에서 일할 수 있는 걸까? “지금 NP멤버들이 여러 번 많이 바뀌었잖아요. 독자였다가, 자주 참여하고 그러다가, 정서가 맞겠다 싶으면 기사도 맡겨보고 그런 루트들이에요. 요즘도 참여하고 싶어서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긴 있는데, 일단은 지금은 멤버들이 오래 안 바뀌었잖아요, 누가 나가야 새로 뽑지(웃음). 얼마 전, 중고등학교 강연회에서 어떻게 들어 가냐고 묻기에, 뭐라고 했냐면, 페이퍼는 생긴지 10년이 되어서 자기만의 색깔이 너무 뚜렷하니까 페이퍼에 들어오려고 하지 말고, 더 재미있는 책을 만들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은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인생선배로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그녀는 난처해했다. “20대가 꼭 해야 할 50가지, 그런 이야기 싫어한다니까(웃음). 대학교에서 온 친구들은 항상 인터뷰 끝에 물어봐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고. 근데 저는 정말 그런 게 없어요. 이런 거는 대학생 때 꼭 해야 하거든, 이렇게 말할만한 건 없는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면 더 좋고, 그런데 대부분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몰랐던 게 제일 큰 문제 같아요. 그러니까 그냥 많이 해봐야지. 해보면 알잖아요. 나 이거 별로 안 좋아할 거 같은데, 막상 해보니까 좋고, 그렇게 하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찾는 게 그게 대학시절의 특권 같아요. 어디 가서 회사 다니면서 돈 벌어야 하지 않고, 공부도 많이 해야 졸업을 할 수 있겠지만(웃음), 방학도 있고 그러니까 그 때 여러 가지 해보면서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 이런 거 하면 재밌겠구나, 저는 그거를 거의 서른 때 알았어요. 모른다고 해서 조급해야 할 필요도 없고, 어떤 사람은 스물에 알 수도 있고, 서른 때 알 수도 있고, 오십 때 되어도 모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