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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지나간 청소년들, 그들이 껴안은 아픔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Samaria (2004)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은소 (blue703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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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 온라인 상에서는 자극적인 댓글 광고들이 무수히 달린다. 여고생과의 채팅, ‘핫’한 동영상들, 여성과의 짜릿한 만남을 겪게 해준다는 광고들을 무시하고 스크롤을 내린다. 길거리에 나가서 주변을 둘러보면 허름하게 카페라고 표시해 놓고 까맣게 썬탠이 돼있는 곳들이 보인다. “19세 미만 청소년들 출입금지”라는 작은 표지가 보이자 빨리 걸음을 재촉하며 지나간다. 누군가가 종이를 떨어트리고 가서 바닥을 보니 “○○키스방” 라는 제목과 자극적인 여성들의 사진이 보인다.
우리의 주변에는 실제로 많은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영등포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집중적으로 단속이 이뤄지면서 사회적으로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노동자도 노동자다”며 노동권을 주장하자 성매매 여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얼마나 미비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성매매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성매매 업계 내에서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청소년 성매매는 간혹 가다가 “30대 남성, 가출청소년 성매매 강요” 정도의 범죄기사로만 나오고 만다. 우리의 시선 바깥에 위치하고 있는 청소년들, 그들은 우리가 지나치는 무수한 성매매 광고들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가려지고 있다.


두 소녀, 성매매에 발을 들이다
영화는 두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부모와는 단절된 것처럼 묘사되는 재영과 그녀와 달리 어머니는 안계시지만 세심하게 챙겨주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여진은 절친한 친구로 여행을 가기 위해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다. 여진이 주선하고 재영이 나가서 남성을 맞이한 뒤, 여진에게 돈을 주는 것. 하지만 두 소녀는 성매매에 대해서 전혀 다르게 바라본다. 성매매를 하려는 남성을 더럽게 바라보고 단지 그들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가진 여진과 달리 재영은 그 남성들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성매매를 재밌는, 심지어 성스러운 행위로까지 여긴다. 재영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바수밀다라는 창녀가 주변의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졌더니 그 다음날 남성들이 부처의 제자로 들어갔다는 얘기를 한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에 여진은 그녀를 나무라고 더 이상 관계를 맺는 남성에게 관심을 갖지 말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영은 계속해서 남자와의 관계를 갖는 것을 즐거워하고 상대방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가진다. 그러던 중 경찰의 단속에 걸리자 재영은 경찰을 비웃듯이 쳐다보고는 모텔 창문에서 뛰어내린다. 여진은 급하게 재영을 병원에 데려가자, 의사는 그녀가 출혈이 심하다며 보호자를 찾는다. 여진이 연락처를 묻지만 재영은 이전에 관계를 맺었던 음악가를 부를 뿐이다. 여진이 급히 음악가를 찾아가나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여진의 요청을 거절한다. 그가 재영을 찾아가는 대가로 요구한 것은 여진과의 성관계. 여진은 친구를 위해 음악가와 관계를 맺고 급하게 그녀를 찾아가나 정작 재영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가출청소년들의 손쉬운 돈벌이 수단 성매매
올해 2월 경찰청의 발표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성매매는 전체 성매매 범죄 중 12.8%의 비율을 차지하며 95%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 6월~8월에 이뤄진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7.3%가 성관계 경험이 있고 그 중 위기상황에 처한 청소년의 경우 그 비율은 39%에 달한다. 이들이 주로 성매매에 빠지게 되는 원인은 ‘그냥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 23.4%(11명)‘, ‘가출 후 생활비가 필요해서’ 21.3%(10명), ‘호기심에서’ 19.1%(9명), ‘가족과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10.6%(5명)로 나타난다.
여진과 재영이 유럽여행을 가고자 성매매를 통해 돈을 모으듯이 실제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계기는 돈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한번 성매매를 시작하고 난 뒤 성매매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성매매가 단기간에 많은 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민가영 연구원의 「청소년 성매매 행위의 자발성과 그 맥락에 대한 질적 연구를 통한 성매매 청소년의 자발성 논쟁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에 따르면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처한 하위문화에서 상위 문화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불안정한 다른 직종을 찾기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를 택한다. 성매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이들은 상위계층에 있다는 환상에 빠져 지내며 적극적으로 성매매를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J양은 “이왕 이 일해서 돈 버는 거 이 일에서 에이스가 되자”며 성매매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K양은 업체 내 경쟁 속에서 업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평소에는 집에서 치우지도 않던 음식물 쓰레기를 나서서 버렸다고 말한다.

교화 수단으로서의 성매매? 폭력 속에 놓인 청소년들
영화 상에서 성매매는 종교적 용서의 행위로 그려지며 성매매를 하는 두 소녀들은 순수하다 못해 성스러운 여성으로 그려진다. 재영은 성매매를 하면서 자신이 바수밀다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그들과 이루는 사랑이다. 그녀는 죽어가면서도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음악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재영의 이러한 사랑은 무시당하고 성매매를 위한 거래수단으로만 쓰일 뿐이다. 재영에 비하면 여진의 남성들과 맺는 관계는 매우 독특하게 그려진다. 그녀는 재영을 대신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동시에 벌을 준다. 끝없이 웃으면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여진을 통해 사람들은 재영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녀와 맺은 관계를 즐거워한다. 하지만 관계를 맺은 뒤 정작 자신들이 주던 돈을 여진에게 되돌려 받고 재영의 사망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한 중년 남성은 자신의 딸에게 전화를 해 딸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다. 마치 자신의 딸은 성매매에 빠지지 않고 무사한 지 확인하려는 듯이. 다른 남성들은 거듭해서 웃어대는 그녀에 대해 웃지말라며 화를 내다가, 여진의 위로에 두 사람은 마치 연인과 같은 관계가 된다.
영화 상에서는 여진의 행위가 성스럽게 그려지며 마치 그녀는 죄로 물든 남성들을 정화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청소년들이 성매매 과정에서 맞이하는 것은 세상의 폭력이다. Ⓒ네이버 영화


하지만 막상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성매매 환경은 영화와는 다르다. 재영을 진정으로 사랑한 것처럼 행동했던 음악가는 재영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녀의 친구 여진과 관계를 맺으려고만 한다. 청소년들은 성매매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에만 급급한 어른들을 만나며 쉽게 폭력에 노출된다. 이자림 연구원의 「성매매피해 경험청소년의 생애사 분석」에 따르면 성매매 청소년들은 상대방과 관계를 맺을 때 본인이 원치 않는 성적 행위를 강요받으며 폭행을 당하거나 돈을 떼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나중에 경찰에 조사를 받으면서 그들의 상황이 부모님한테 알려지거나 자신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청소년들은 성매매 사실의 공개가능성으로 인한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낀다. 즉, 성매매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냉소적 시각과 임신을 할 시 낙태로부터 생기는 몸과 마음의 상처들이다. 『KBS 시사기획 10』에 방송된 「가출 청소년 ‘버려진 미래’」에서는 가출 여자 청소년인 상미(가명)가 현재 어떤 생활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청소년기의 성매매가 그녀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15살 때 친척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가출했고 “먹을 것과 잠 잘 곳을 준다”는 남성들을 만나 뒤 성폭행을 당하고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가출 기간 동안 상미는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까지 경험하면서 정상적인 청소년기를 보내지 못했다. 현재 그녀는 7세 정도의 사회적응 능력을 갖고 있으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심각한 대인 기피증을 앓고 있다.

처벌, 그러나 끝나지 않는 청소년 성매매의 연쇄고리
어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여진과 재영의 행동은 더 이상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 행위를 한 남성들에 대한 징벌이 이뤄진다. 여진이 남성과 성매매를 하던 모텔 건너편에 그녀의 아버지이자 경찰인 영기는 매춘을 하던 도중 살해 된 것으로 추정되던 여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었다. 여성의 시체에서 눈을 돌리던 영기는 자신의 딸이 한 남성과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영기는 다음날 자신의 딸을 추적해 여진과 성관계를 맺고자 한 남성을 내쫓는다. 영기는 자신이 쫓아낸 남성의 핸드폰으로 여진이 전화해 “위로해 줄게요, 내게로 와요”라는 말을 듣고 절망감에 빠진다. 영기는 위로를 받고자 친구를 만나나 그 친구 역시 여진이 만나는 남성들과 다를 바 없다. 영기는 옆자리에 앉은 고교생들을 훔쳐보며 유혹하려 하는 친구의 뺨을 때리고 만다. 그리고 경찰 일을 그만둔 채 여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는 차안에서 여진과 성관계를 맺고자했던 남성을 쫓아가서 그의 딸·아들 앞에서 망신을 준다. 영기가 떠난 뒤 가장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영기는 계속해서 딸의 행적을 추적한다. 결국 그는 여진과 관계를 가진 남성을 공중화장실에서 살해한다.
영기는 성매매를 한 남성 집에 찾아가 그를 망신 준다. 하지만 실상에서는 법적 처벌로 모든 것은 마무리 된다. Ⓒ네이버 영화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그려지면서 영화상에서 비극성은 더욱 심화된다. 그들은 자신의 딸 또래와 심지어는 더 어린 아이와 관계를 맺으면서 집안에서는 따뜻한 가장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사마리아』에서는 이 위선적인 인물들을 영기란 인물을 통해 이들에게 폭력으로 징벌을 한다. 현실에서는 법이란 제도를 통해 청소년 성매매를 한 사람들에 대해 처벌이 이뤄진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21조 1항에서 성매매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그러나 청소년 성매매의 경우『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10조 1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보통 성매매에 비해 더 강도 높게 실시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성매매는 끊임없이 이뤄진다. 2009년 9월 14일 『서울신문』에 의하면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가 80%정도 였다. 그러나 2010년 부산경찰청에 의하자면 93%가 인터넷을 통해서 청소년 성매매가 이뤄졌다. 그리고 2011년 경찰청의 발표에 의하면 95%가 인터넷을 통한 것으로 점차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인터넷이란 공간이 단속하기 어렵기에 점차 이를 통해 청소년 성매매가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성매매 청소년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것 또한 청소년 성매매가 지속되는 원인 중 하나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는 성매매 청소년 관련 보호 정책에 따르면 청소년성매매피해자들은 청소년 지원시설을 통해 숙식과 상담이 이뤄지고 그곳에서 의료·법률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자활을 위한 직업훈련· 진학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청소년 지원시설은 전국적으로 총 14개 곳으로 경기도와 인천, 충청도 등 몇지역은 아예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있다.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여진을 바라보는 영기. 이제 더 이상 여진 곁에 그는 같이 있어주지 않는다. 여진은 홀로 세상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네이버 영화

영기는 살인을 저지른 뒤 딸과 함께 자신의 죽은 아내 묘지로 여행을 떠난다. 여진이 운전을 하고 싶어 하자 영기는 딸을 위해 일일이 조약돌을 색칠해 주차 연습 코스를 만들어주고 자신은 자수를 하고 떠난다. 신나서 운전을 하고 있던 여진은 떠나가는 아빠를 쫓기 위해 서툴게 운전으로 쫓아가본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탄 차는 진흙탕에 빠진 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여진은 차에서 나와 멀리 떠나가는 아빠를 바라본다. 자의이건 타의이건 청소년들은 성매매를 경험한 뒤 그곳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 채 마치 여진의 몬 차처럼 진흙탕을 허우적대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다하더라도 그들이 진흙탕에서 어디로 빠져 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노란색 조약돌이나마 길 위에 올려줄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