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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에서 알게 된 외계인과 우주 칼 세이건, <코스모스(COSMOS)>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2014.01.03 22:26l 임명신 교수 (물리천문학부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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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이라는 일견 고상하게 보이는 학문을 하는 나에게 사람들이 많이 던지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외계인이 있는가?”이며, 또 하나는 “왜 천문학을 직업으로 택하게 됐는가?”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나의 상투적인 대답은 “어릴 적부터 우주에 관심이 있어서”다. 너무나도 부실한 대답에 “왜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라는 추가 질문을 받게 되면 그 때야 “어릴 때 TV와 만화를 즐겨보다 보니 우주를 무대로 하는 공상과학물들을 많이 접하게 됐고, 그를 통해 우주에 매료됐다”는 좀 유치하지만 더 솔직한 대답을 해준다.

그 대답이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하지만,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추가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릴 적에 공상과학물들을 많이 좋아하지만, 매우 극소수의 사람만이 천문학자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다. 또다른 동기는 없는가?” 이 쯤 되면 나 스스로도 천문학을 하게 된 동기를 곰곰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내 스스로가 너무나 순진해서’ 이런 학문을 멋도 모르고 고상하고 재미있는 줄 알고 택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점이고, 또다른 하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많이 접했던 과학교양서적의 영향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책 중에 가장 인상이 남는 것이 칼 세이건이 쓴 라는 책이다.

사실 나는 어릴 적에 독서에 별로 취미가 없는 편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수많은 만화책들을 읽었으니 독서를 많이 했다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주로 시각적인 영상을 즐기는 학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를 보던 가족들은 내 장래가 약간 걱정스러웠던지 중학교 1~2학년쯤 됐을 때 과학서적을 포함한 좋은 교양서적들 중 읽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모두 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내 용돈을 쓰지 않고 책을 사서 볼 수 있다는데 마다할 내가 아니었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다 보니 눈에 띄는 것이 공상과학물에 많이 등장하는 ‘외계인’과 관련된 책들이었다. ‘세계의 불가사의’라는 식의 외계인 관련 책들에겐 이미 식상해있던 나의 시선을 끈 것이 칼 세이건의 책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였다. 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우주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 우주의 역사와 우주를 구성하는 천체들,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한 화성탐사, 상대성 이론과 우주여행, 지적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등 우주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알기 쉬운 문체와 다양한 삽화(시각적 효과!)를 사용해 설명하고 있다. 때마침 코스모스 TV시리즈가 방영되고 있던 시기라 그것이 TV를 좋아하는 나에게 를 읽어야 하는 동기를 더 부여해줬다. 코스모스 TV시리즈 몇몇 에피소드를 보고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려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를 읽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공상과학에 나오는 외계인과 우주라는 인간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황당한 주제를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는 화성인이 있는지 없는지 화성탐사선을 보내서 확인하려는 학자들의 노력과 생명체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과학적인 노력을 보여주면서 외계생명체 탐사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멀리 있는 별에서 외계생명체를 직접 찾아내려면 수천 광년, 수만 광년이라는 어머 어마한 거리를 여행해야 하는데, 그런 여행이 가능한지를 상대성 이론을 소개하면서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우리와 교신이 가능한 지적 외계생명체의 존재 확률을 알기 위해서는 진지한 학문적 노력이 필요하며 천문학적인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이 이 책을 읽으면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예컨대 외계행성이 다른 항성 주변에 존재하는 확률을 관측으로 또는 이론적으로 이해해야 지구와 같은 행성들이 우주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우주에 있는 별(항성)들의 수와 우주 천체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가를 알아야만 우주에 우리와 교신할 수 있는 지적생명체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생명의 존재조건(생물학·화학), 교신 또는 통신을 위한 방법(물리학·공학), 지적생명체의 지속가능성(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는 지적 외계생명체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없다 점을 이 책은 깨우쳐 준다.

결국 공상과학물에 나오는 외계인을 알고 싶으면 모든 학문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받은 이 책의 메시지였고, 그로 인해 나는 그 중 가장 비중이 높아 보이는 천문학 공부를 진지하게 하게 됐다. 칼 세이건이 이 책을 쓸 당시에는 태양계 밖 다른 항성들 주변에도 행성이 있는지 없는지 몰랐고(태양계 밖 행성을 외계행성이라고 부른다), 우주의 나이와 우주에 있는 별의 수는 정확히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그 후 천문학 연구의 발전으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현재 수백 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됐고, 얼마 전에는 외계행성의 직접 촬영에도 성공을 했다는 소식이 신문지상에 보도됐다. 우주의 나이도 약 140억 년, 우주에 있는 별의 숫자도 이 ‘수천억x수천억 개’ 이상으로 알게 됐다. 화성에 얼음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확증이 최근 피닉스호의 탐사로 알려졌으며, 목성이나 토성 위성에 생명체 존재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최근의 여러 탐사로 알려졌다. 이렇듯 수많은 발견들이 가 출판된 이래 이뤄졌지만, 의 내용이 진부해 보이지 않는 것은 미래의 천문학적 연구들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던 칼 세이건의 혜안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코스모스를 통해 왜 우주를 이해하고 외계생명체를 찾는 일련의 노력들이 값진 일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미국 애리조나 주 Kitt Peak천문대에서


“Are we alone?(우주 생명체는 우리밖에 없는가?)” 이는 칼 세이건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물음이며,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인류 역사상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알고자 연구해왔다. 를 통해 그러한 노력들이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우주와 외계생명이라고 하면 우리 생활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처럼 생각되지만, 이것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과학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우주와 외계생명에 대한 이해를 드높이는 것이야 말로 우주에서의 인류의 위치를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인류의 이해와 발전에 필요한 것임을 는 보여준다. 그것이 사람들이 나에게 우주에 대한 책을 하나 소개해달라고 물으면 를 주저하지 않고 추천하게 되는 이유다.